대학청소노동자 노동환경의 개선방안 토론회


기조발제: 서울 내 대학청소노동자의 노동환경, 어떻게 바꿀 것인가?
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 이재현 학생대표
1. 2021년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으로 드러난 대학청소노동자 노동환경의 실태
2021년 여름 서울대학교 관악학생생활관 925동 휴게실에서 한 청소노동자가 퇴근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2019년 여름 공과대학 302동 휴게공간에서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같은 학교에서 사망사건이 재발한 것이다. 2019년 사망 사건 당시 환기도 냉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열악하고 협소한 휴게공간의 문제점이 드러났던 반면, 2021년의 사망사건에서는 196명이 거주하는 동을 한 사람의 노동자가 청소해야 하는 비인간적인 노동강도와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노동통제 및 직장 내 괴롭힘의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2019년 사망 사건 이후 서울대에서는 2020년 말부터 일정한 휴게공간 개선작업을 진행하면서 지상의 비교적 넓은 공간으로 휴게실을 이전하고 냉난방 설비와 환기시설을 갖추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 노동자들의 이동 거리를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띄엄띄엄 휴게실을 설치하여 실제 노동자들은 열악한 창고에서 휴식해야 하는 등의 문제점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대 이외의 서울 내 대학들도 이슈화가 될 때마다 미봉책으로 휴게공간 개선에 나서고는 있지만, 여전히 고용노동부의 휴게실 설치 가이드라인이 실질적으로 준수되고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근본적 개선은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망 사건은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이 처한 학내의 이중적이고 차별적인 고용구조의 문제점도 드러냈다. 서울대는 2018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용역업체에 간접고용되었던 계약직 노동자들을 직고용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였다. 그러나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무기직 전환 이후에도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진정한 정규직이 아닌 ‘중규직’의 처지에 놓여 학내의 ‘법인직원’과는 차별적인 임금체계 및 복지만을 적용받았다. 아울러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로 6개월 혹은 1년 기한으로 재계약을 맺어야 하는 계약직 노동자들이 다수 신규채용되었으며, 글로벌학생생활관과 같이 BTL 민간자본 투자 기숙사로 새로 지어진 건물들에는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이 부활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주말 근무가 폐지된 대신 주말 업무가 용역업체의 간접고용으로 외주화된 사태 또한 이러한 간접고용 부활의 연장선 위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을 차치하고라도 기숙사 노동자들은 전환 이후 총장발령으로 직고용되지 못하고 기관장인 기숙사 관장 발령으로 고용되면서, 사실상 학내에서 재생산된 간접고용 구조에 놓이게 되었다. 총장 발령이 아닌 기관장 및 단과대 학장 발령으로 고용된 많은 학내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기숙사 노동자들의 인력충원 및 처우개선 요구에 대해 기관은 권한과 예산이 없다며 거절했고 대학본부는 책임이 아니라며 외면했다. 기관장 발령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예산을 2022년 정부출연금 예산요구서에 반영해달라는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요구도 묵살당했다. 결국 사실상의 간접고용과 흡사한 이중적 고용구조에서 처우개선의 재정적 책임을 누구도 지지 않으면서 인간다운 노동강도를 위한 인력충원 요구는 묵살되었고, 안타까운 산업재해 사망 사건도 사전에 예방되지 못했다.
이러한 사실상의 학내 간접고용 구조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로는 직고용 전환이 진행되었던 서울대와는 달리, 여전히 다수 사립대는 용역업체를 통해 비정규직의 형태로 청소노동자들을 간접고용하고 있다. 용역업체를 통한 고용으로 인해 업체의 계약 해지 방식으로 현장 노동자들의 해고는 더욱 쉬워지며, 노동자들에 대한 중간 업체의 갑질도 만연할 수밖에 없다. 청소 서비스를 통해 실질적 혜택을 보는 원청으로서의 대학이 하청에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로 인해 기본적인 휴게시설 개선을 위한 투자도 책임 있게 이루어지지 못한다. 2년 이상 근무 시 정규직 및 무기계약직 전환을 규정한 기간제법의 보호 조항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는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연세대학교나 숭실대학교에서 큰 문제로 떠올랐던 악덕 용역업체의 갑질과 이에 대한 학교 당국의 무책임은 대학 청소노동의 비정규직화와 간접고용화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대학청소노동자들이 처한 불안정한 고용과 열악한 처우는 대부분 여성 고령층 노동자가 많이 취업하는 청소노동 부문이 그 전문성이 격하되어 저평가당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대학청소노동자의 처우개선과 불평등한 고용형태의 시정은 주요하게는 현장 노동조합의 조직화와 투쟁, 그리고 보조적으로 정책과 입법을 통해서 가능하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분명 광역자치단체인 서울시 및 서울시의회에서 대학청소노동자의 처우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도 있을 것이며, 오늘 토론회의 기조로서는 그러한 방향성에 대해 논해 보고자 한다.
2. 현장과 더욱 밀착된 지자체 내 청소노동자 지원 거점의 필요성
서울시 내에 위치한 대다수의 국립대 및 사립대의 경우 청소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서울시에서 정책적으로 직접 개입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우선 서울시의회 차원에서는 직접적 감사가 가능한 서울시립대 등에서 청소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이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 휴게공간은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지, 비정규직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갑질이나 통제적 인사관리의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고 개입하여 처우를 개선하고자 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노동조사관을 통하여 시립대 등의 노동환경을 조사하고 개선을 권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립대 이외의 서울 내 대학 사업장에 대해서는 간접적인 지원 정책이 처우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특별시 노동 기본 조례는 대부분 노동자의 권리와 처우개선 필요성에 대해 선언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지자체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뒷받침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그러나 제13조에 규정된 노동권익센터의 설치 및 기능에 대한 조항은 실제로 서울시의 노동정책 시행과 노동자 권익보호 및 증진을 위한 서울노동권익센터의 설치로 이어지면서 광역 차원에서의 노동자 지원사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아울러 각 자치구에도 노동복지센터 등이 세워지고 지역의 민주노총 본부가 많은 경우 센터의 운영을 수탁하면서 지역 차원의 노동자 권리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광역 차원 및 자치구 차원의 노동권익센터 및 노동복지센터에 대한 대학 사업장들의 관심과 인지는 높지 않은 편이다. 노동조합에서 센터를 수탁받아 운영하고 지역 노동조합 대표자들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는 경우에도 현장 조합원들에게까지 센터의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지는 못하고 있다. 지역 내 노동조합의 사업을 지원하고 갑질 및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해 현장과의 신고 핫라인을 운영하는 등 제 센터들이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음에도 이러한 센터들이 대학 사업장의 현장 조합원들에게 긴밀하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음은 아쉬운 지점이다. 지역 내 대학 사업장 노동조합과의 협력과 소통은 물론이고, 현장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갑질 신고 핫라인 서비스 홍보 등에도 더욱 주력할 때 센터에서 제공할 수 있는 지원이 실제 대학청소노동자 처우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서울특별시의 경우 타 지자체에 비해 대학 사업장이 밀집해있고 대학 사업장 내 노동자들은 타 사업장과는 다소 다른 특성들을 갖고 있는 바, 대학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한 기능적 거점을 설립하는 사업 또한 유의미할 수 있다. 조례의 제・개정을 통해 강북 지역과 강남 지역 등 권역별로 대학 노동자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적절한 예산과 권한을 부여할 경우 광역 거점으로 대학 사업장 노동조합들의 네트워킹 사업을 진행하고, 구체적으로 제 대학 사업장들의 노동환경 실태와 현안을 조사 및 업데이트하여 정책을 제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학 사업장에 특화된 지원센터의 설립과 예산 배정이 어렵다면 기존 서울특별시 노동권익센터와 자치구별 노동복지센터의 대학 사업장 지원기능을 강화하고 대학 현장 내 홍보를 강화하는 방안도 유효할 것으로 생각된다.
3. 서울시 내 생활임금 지급과 공무직 인사관리 개선, 대학청소노동자 처우개선을 선도해야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서울시에서 지정한 생활임금 지급 요구를 당면과제로 삼아왔다.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만을 지급받으며 문제적인 임금체계로 인해 근속연수가 쌓여도 임금이 상승하지 못해온 것이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의 실정이다. 현재 임금교섭이 진행 중임에도 저임금 문제 해결과 임금체계 개선에 대해 서울대 측은 성실한 교섭 태도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저임금 문제는 서울 전역의 국공립대 및 사립대 청소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처해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높은 노동강도로 근무하면서도 저임금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청소노동자들의 상황은 그 자체로도 매우 문제적이다. 동시에 이러한 저임금 노동은 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해 가산된 휴일근무수당을 필요로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주말노동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더 나아가 저임금은 임금 삭감을 걸고 협박하는 중간관리자 및 사측의 갑질과 일방적 정책에 취약한 상황으로 노동자들을 몰아넣기도 한다. 실제로 서울대에서 지난 6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인 전 안전관리팀장은 제초작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소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을 줄이고 남은 인건비로 제초작업을 외주주겠다고 발언하였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그동안 주말 근무 때 시간 외 수당으로 가산하여 받은 임금이 삭감될 것을 우려하였으며, 지금은 세상을 떠나신 고인은 “임금 삭감은 노동조합과 상의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협박으로 들린다.”라며 항변하였다. 한편 고인이 사망한 후 기숙사 당국은 인력충원은 하지 않으면서 주말근무 폐지안을 노동자 처우개선안이라 주장하며 밀어붙였고, 외부 용역업체에 주말근무를 외주화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서 생활임금조차 지급받지 못하던 노동자들은 매달 23만원을 상회하고 매년 300만 원 이상에 이르는 휴일근무수당이 생계에 있어서 중요하다며 외주업체의 폐해를 부활시키면서 동시에 노동자의 소득을 삭감하는 기숙사 당국의 정책에 항의하였다.
청소노동자들이 꾸준히 지급해달라고 요구해온 서울형 생활임금은 2017년부터 실시되었으며, 서울특별시의 정책 설명에 따르면 공공부문 내실화와 민간부문 확산을 통해 노동시장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3인 가족 기준 생활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임금으로 고시되는 생활임금은 2021년에는 시간당 10,702원으로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인간다운 최저생활에 필요한 금액을 기준으로 고시된다. 이처럼 생활임금은 공공부문에서의 적용 뿐 아니라 민간영역의 불평등 해소와 저임금 문제 해결을 선도하기 위해 시작된 정책이며, 서울시의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생활임금을 제대로 지급할 때 이는 서울시의 관할 하에 있지 않은 대학 사업장의 임금협약 등에서도 동일 직종 기준으로서 중요한 준거점이 되어 임금 상승의 확산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 공공부문 내에서 생활임금이 이러한 민간부문 확산과 선도 효과를 낼 수 있을 만큼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서울시 공공부문 내의 많은 파견 및 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어 일정한 고용안정을 보장받게 되었다. 그러나 ‘공무직’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이러한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정규직과의 차별이 제대로 개선되지 못해 ‘중규직’에 머무르고 있을 뿐 아니라 생활임금조차 지급받지 못하여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에 머무르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여러 서울시 공무직들의 상황은 무기계약직 및 직고용 전환 이후에도 저임금 상황에 놓여 있는 서울대 등 여러 국공립대 대학 노동자들의 상황과 겹친다. 현재 서울시는 생활임금 지급이 공공부문 내의 공무직과 서울시의 청소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더 나아가 지자체의 생활임금 정책이 여러 대학 등 민간 영역으로 어떻게 확산될 수 있을지 저임금 문제 해결의 선도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아울러 2022년 생활임금이 2021년 금액에 비해 겨우 64원 인상된 시급 1만766원으로 정해진 지금, 생활임금 정책이 왜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선도하고 있지 못한지 진지하게 반성적으로 평가해보아야 할 것이다.
무기계약직인 공무직 대상 인사관리의 측면에서도 서울시가 대학청소노동자 등 민간부문 노동자 처우개선을 선도해야 한다. 지난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당시 이루어진 갑질 중에는 근무평정을 빌미로 한 평가체계의 일방적 강요도 포함되었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승진, 승급, 근무 성과와 연동된 성과급이 부재한 상황이지만 이러한 평가는 추후 청소가 어려운 건물로의 재배치 과정, 정년 이후 촉탁직 전환 시의 재계약 과정에 활용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에 현장 노동자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없었다. 무기계약직 전환 심사를 받지 못하고 계약직으로 채용된 기숙사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6개월 혹은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할 때에 이러한 평가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위험이 피부로 다가온다. 이러한 자의적인 평가체계의 일방적 도입은 중간관리자인 전 안전관리팀장 개인의 일탈적 행위로 이루어졌으리라고는 보기 어려우며, 서울대 기숙사 내 윗선이 이러한 인사관리에 대해 어떠한 책임이 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이러한 근무평정 제도는 인사관리 과정에서 통제적이고 자기검열적으로 청소노동자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었다. 그러나 이는 서울대 기숙사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 당장 정부 공무직위원회에서 공공부문 계약직 노동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 공무직을 대상으로 시행하고자 하는 근무평정안도 비슷한 내용과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 양자의 유사성은 서울대 기숙사 당국과 중간관리자의 행태가 정부 공무직위원회의 노동통제적 태도를 배경으로 하여 벌어진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이에 따라 고인이 소속되었던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의 서울대 기숙사 직장 내 괴롭힘 인정 결과가 발표된 이후 7월 30일 입장문에서 직접고용 이후 처우개선은 미비한 대신 근무평정으로 현장 노동자의 노동통제만을 강화해온 현 정부 공무직위원회의 태도와 서울대 기숙사의 실태를 연관지어 비판하고, 공무직위원회 근무평정안의 폐지를 요구한 바 있다.
물론 정부 공무직위원회의 태도 변화와 근무평정안 폐지도 중요하지만, 서울시 등 지자체 또한 산하 공무직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의 인사관리를 점검하고 부당한 근무평정 체계가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며 민간부문의 변화를 선도할 필요성이 있다. 서울대에서 시행한 근무평정은 통제적일 뿐 아니라 청소노동자들의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시행되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었고, 이러한 태도는 그 이외의 인사관리 시도들에서도 나타났다. 이를테면 청소노동자들의 점심 식사 시간을 일괄적으로 통제하려 한 시도에 대해, 그동안 미흡한 조사 결과만을 내놓았던 서울대 인권센터도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시행된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행동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업무의 특성상 휴게시간과 노동시간이 엄격하게 구분되지 않고 정해진 공간을 모두 청소하면 되는 것이 청소노동의 특성인데 마치 생산직이나 사무직처럼 엄격하게 시간을 구분하여 준수토록 하고자 한 인사관리 시도가 현장의 요구에 맞지 않는 일방적인 하향식 통제였다는 것이다.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된 근무평정 규정들도 현장 청소노동자들의 노동 상황과 괴리되었기에 더욱 폭력적으로 다가왔던 지점들이 많았다. 서울시에서는 공무직을 비롯하여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인사관리가 일방적이거나 노동통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고, 현장 노동자의 요구를 반영하는 인사관리가 대학을 포함한 민간 영역으로도 확산하여 나갈 수 있도록 선도할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시립대를 제외하면 다수의 서울 내 국립대 및 사립대 청소노동자의 처우개선에 있어서 서울시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려우며, 지원센터를 통한 지원사업 확대와 접근성 개선 정도만이 가능하다는 점이 현실적 한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지자체의 역할이 직접적인 개입을 통한 정책적 개선 뿐 아니라 자체적 관할 하 노동환경 개선 정책의 시행을 통해 직접적 개입 권한이 없는 민간영역의 변화도 선도해나가는 것이라고 볼 때, 생활임금 정책과 공무직 인사관리 정책은 대학청소노동자를 포함한 민간 무기직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촉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변화일 것이라고 보인다.
토론 1: 대학청소노동자 노동환경의 개선방안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대시설분회장 정성훈
1. 배 경
대학청소노동자 노동환경은 이미 많은 방송매체의 보도에 의해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매우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을 하는 우리 청소노동자는 항상 소외되고 대학 내의 다른 구성원들과는 달리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림자처럼 안 보이는 곳에서 학생들의 학습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해야만 하는 시설관리직이라는 직종으로 분류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 청소노동자는 새벽에 출근해서 대학 내의 다른 구성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청소를 시작해서 휴게시간이 주어지는 11시까지 잠시도 쉬지 못하고 돌아다니며 일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하는 청소노동자가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행정실의 직원들은 “할 일이 없어서 매일 놀고 있다”라고 지적을 합니다. 물론 대다수의 직원들은 그렇지 않지만, 몇몇 직원들의 그런 지적에 우리 청소노동자들은 스트레스를 받곤 합니다.
우리 청소노동자는 매일 같은 일을 수없이 반복하는 ‘사람’이지, 기계가 아닙니다. 그런데, 많은 행정직 관리자들은 우리를 마치 기계로 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컴퓨터에 명령을 입력하면, 말없이 같은 일을 반복하는 기계처럼 움직이기를 바랍니다. 우리 청소노동자는 맡은 업무를 마치 자식을 대하듯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 청소노동자도 한 가정의 어머니, 또는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에 대해 소홀하게 처신하겠습니까?
대학 당국은 우리 청소노동자를 같은 구성원으로, 사람으로 인정한다면 마치 기계처럼 일을 하라고 강요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몇몇의 행정직 관리자들은 우리 청소노동자를 항상 감시해야 하는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개선 방안
1) 고용 형태에 의한 개선 방안
우리 청소노동자는 고용 형태가 여러 가지로 나뉘어 있습니다. 총장발령 무기계약직, 기관장발령 무기계약직, 기관장발령 기간제계약직, 기관장발령 단기계약직 등으로 고용 만 안정적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 신분 상 여러 분류로 나뉘어 있어 서로를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우선, 총장 발령 무기 계약직의 경우 무늬 만 총장 발령이지 소속되어있는 각 기관장의 지휘를 받아 청소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3년에 한 번씩 인사이동을 하여 한 곳에 오랫동안 근무하는 것을 배재하고, 각 기관에서도 행정직 관리자가 정하는 근무지 이동을 하여 일을 하고 있습니다. 행정직 관리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청소노동자를 이곳에서 저곳으로 마음대로 이동시켜 근무하게 하는 행태를 많이 보아왔던 바, 이는 마치 우리 청소노동자를 감시, 압박하는 것으로밖에 인식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기관장 발령 무기 계약직의 경우는 각 기관의 특성에 따라 고용을 각 기관에서 필요에 의한 경우가 많아 우리 청소노동자가 정년 퇴직을 하면 같 은 무기 계약직으로 인원을 선발하지 않고 단기 계약직으로 선발하여 고용에 불 안감을 갖게 하고,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마음에 드는 단기 계약직 만 연장 계약 을 하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하였습니다. 또한, 이에 더해 무기 계약직 선발을 본부에 사전 승인을 받아 하도록 규정을 개정하여 기관장 발령 행정직 자체직원 과는 다르게 계약직으로 선발하여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 놓은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단기 계약직으로 2년 가까이 근무를 하여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되기를 고대하는 단기 계약직 청소노동자의 희망을 무참히 짓밟 아버리고는 하였습니다.
세 번째로, 기관장 발령 기간제 계약직의 경우는 무기 계약직의 정년이 지나 면 3년간의 기간을 두고 계약직으로 연장을 하는 청소노동자인데, 이 또한, 기 관장의 마음대로 기간제 계약직이 만료되면 단기 계약직으로 연장을 해주는 경 우와 안 해주는 경우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는 행정직 관리자의 마음에 따라 계 약이 연장되느냐를 판단하기 때문에 기간제 계약직으로 업무를 수행할 때 행정 직 관리자의 업무 지시를 잘 따르지 않으면 혹시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기관장 발령 단기 계약자의 경우는 더욱 더 처참합니다. 계약의 결정권이 행정직 관리자에게 있다 보니 그 관리자의 눈치와 지시를 안 볼 수가 없습니다. 어떤 청소노동자는 1년 단위로 계약 연장을 해주는데 다른 청소노동 자는 6개월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 주면 6개월 단기 계약자는 그 관리자의 말을 무조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만일, 관리자의 말을 따르지 않거나 기관에 불 리한 증언을 하였던 단기 계약직 청소노동자는 계약이 만료되면 계약연장을 할 수가 없다는 이유로 그 자리를 떠나야 하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하였습니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모든 청소노동자들을 총장 발령 무기 계약직으로 하여 정년까지 동일한 신분으로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2) 근무시간에 의한 개선 방안
일단 고용 형태를 동일하게 하면 그 다음으로 개선해야하는 것은 근무시간을 개편하는 것입니다. 우리 청소노동자가 청소업무를 하는 동안에 잠시라도 허리를 펴고 쉴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개선해야 합니다. 지금은 연속해서 4시간 이상을 쉬지 못하고 일 만 하라고 강요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잠시라도 허리를 펴고 있다가 행정직 관리자와 만나게 되면 일은 안하고 빈둥거리며 놀기만 한다고 핀 잔을 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기계가 아닌 사람인데, 잠시 쉬는 것도 용납이 안 된다면 이는 부당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근무 중 1시간 당 10분씩은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배려를 해 주어야 합니다.
3) 청소노동자 증원에 의한 개선 방안
현재 청소노동자의 현원은 각 기관의 건물 당 몇 명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건 물의 크기와 바닥 면적에 따라 현원을 정하고 청소노동자 한 명이 담당해야 하는 면적을 계산하여 여기에서 저기까지 담당하라고 지시하면 그에 따라 청소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건물의 바닥 면적이 아닌 실외 공간에 대한 청소노동자의 배치가 없어서 건물 내의 청소를 하다가도 실외 공간의 일인 외곽청소와 제설작업 및 낙엽제거작업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 청소노동자는 건물 외부의 청소를 담당하는 현원을 늘려 실외 공간의 청소 업무를 제외시켜야 한다고 의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행정직 관리자는 우리 청소노동자들의 일이 너무 단순하고 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직접 몸 으로 하루 만 청소 업무를 해보면 그런 말을 못 할 겁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면, 한 신문사 기자가 현장 체험을 한다고 도서관의 청소 업무에 동행하며 취재를 했었습니다. 혼자 청소를 하는 것도 아니고 현장 청소노동자와 함께 했는데도 불구하고 2시간 만에 지쳐서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두 손을 들더랍니다. 그리고 그 기사를 신문 지면에 자세히 실어 놓았습니다. 지금도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그 기사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힘든 건물 내의 청소 업무를 하는 것도 모자라서 건물 외관 청소 업무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근무 환경이라고 밖에 말을 할 수 없습 니다. 외곽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청소노동자의 현원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강력 하게 하고 있습니다.
3. 결 론
끝으로 같은 대학교에 근무하는 노동자의 권익과 안녕은 모든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같이 할 때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건강하게 근무하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노동자가 될 때까지 우리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뭉쳐서 싸워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토론 2: 대학사업장 휴게실 실태조사, 건강권, 노동권 실태조사 결과
공공운수노조 홍익대 분회장 박진국
■ 대상 사업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대학사업장 13개소 중 8개소 사업장이 참여하여 조사한 결과입니다. 또한 대상은 미화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1. 휴게실 현황
- 8개 학교 미화 휴게실 총 103개 설치
사업장 | 노동자 수(명) | 휴게실 개수(개소) | 비고 |
동덕여대 | 63 | 9 | |
성신여대 | 50 | 9 | |
숙명여대 | 100 | 14 | |
연세대 | 195 | 36 | |
연세재단 | - | 1 | |
이화여대 | 330 | 20 | |
인덕대 | 28 | 5 | |
중앙대 | - | 9 | |
계 | 766 | 103 |
2. 휴게실 위치
- 지하, 계단밑에 위치한 휴게실이 50%를 차지
- 지하에 위치한 휴게실의 환기, 냉방 정도를 별도로 확인해봐야 할 것
3. 냉방시설
- 냉방시설이 전혀 없거나 선풍기만 있는 곳이 10%정도 나오고 있음. 2018년에 비하면 줄어들었으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임
4. 환기정도
- 환기시설은 대부분 환풍기, 공기청정기 설치
- 개선된 곳은 이전에도 환기가 좋았던 곳이 있기 때문에 절반 정도만 개선되었고 보기 힘듦
5. 목욕시설
- 목욕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곳이 80%가 넘어감
- 독자적으로 갖추어지지 못한 곳을 포함하면, 90%가 목욕시설이 없음
6. 음식물 보관, 음수시설
- 연세대 자체구입 1곳을 좋음으로 포함
- 정수기 있는 곳이 50% 수준. 냉장고는 80% 이상 있으나, 사용할만한 수준은 40%가 안됨
- 정수기가 없으면서 냉장고가 없는 곳은 문제가 될 것임
7. 세탁시설
- 작업복 세탁 시설은 30% 수준으로 갖추어져 있음
8. 만족도
- 무응답 포함하여 불만족스러운 휴게실이 30%에 달함
- 불만족한 휴게실은 별도로 정비를 해서 요구사항을 정리해야 할 것임
※ | 간접고용 속에서 현장 내 근로조건 및 근무환경이 좋아질 개선안은 멀어져 보인다. 그나마, 노동조합이 존재라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 차이는 확인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
※ | 고용형태의 본질을 개선해야 하는 첫 번째, 고용형태의 본질 개선(다만, 정년관련해서는 올바른 해법이 필요) 두 번째, 노조 할 권리, 즉 노동조합이 있고, 없고의 차이(제도개선 투쟁) 세 번째, 법제화(예-서울시 2차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에 따라 서울시립대 사례) 결국,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은 학교의 의지도 필요하지만, 국가적 문제로 삼고 진행해야 한다는 과제가 핵심이다. |
토론 3: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의 의미와 방향
홍익대학교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모닥불’ 김민석
1.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의 의미
2011년 홍익대학교에서 모든 청소・경비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되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학교본부를 49일간 점거하며 농성한 끝에 학교로 복직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은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였다.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면서도 고강도 노동을 넘어 관리자의 폭언과 갑질에 시달리는 현실, ‘밑바닥 노동자’들이 사람들의 눈에 띄어서는 안된다며 화장실 한 켠을 휴게실 삼아 생활하는, 화장실에 숨어서 밥을 먹어야 하는 현실이 모든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고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일으켰다. 이는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 뿐 아니라 한국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 그러했기 때문일 것이다. 형태만 조금씩 다를 뿐 사람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은 대한민국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어왔지만,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것이었다. 2011년 홍익대 사태가 노동자들의 승리로 끝난 이후 대학 사업장마다 노동조합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노동문제를 다루는 보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그렇게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은 한국사회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2011년 이후에도 홍익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노동자들은 농성을 했다는 이유로 학교측으로부터 민형사 소송을 당하기도 했고, 어용노조가 생기기도 했다. 노동자 수는 계속 줄어들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은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이다. 물론 노동조합 덕분에 노동자의 지위와 노동환경이 상당히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과제가 산적해있는 것이다. 홍익대는 물론 대학 비정규직 사업장에는 이처럼 한국사회 비정규직 투쟁의 전형적인 쟁점과 가장 상징적인 장면들이 투영된다.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학생들의 존재다. 학생은 캠퍼스를 구성하는 특수한 정치적 주체로서 노동자들의 투쟁의 중요한 관중이자 조력자, 지지자 또는 반대자로 역할을 한다. 실제로 홍익대학교에서는 노동조합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노동자-학생 연대의 흐름이 계속 이어져왔고, 2019년 모닥불이 출범한 뒤에는 경비실 폐쇄 반대 투쟁처럼 노동자의 요구와 학생의 요구가 맞아 떨어져 공동의 행동이 이어진 사례도 존재해왔다. 이러한 특성 역시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더욱 큰 사회적 의미를 가지고 더 포괄적인 연대를 추구해 온 배경이기도 하다.
2. 당면 현안과 쟁점
가. 열악한 휴게시설 및 노동환경
⑴ 홍익대 R동 홍문관 지하 6층 청소노동자 휴게실
지하 6층에 위치한 휴게실로, 언론에도 자주 보도된 곳이다. 지하 6층은 지하주차장과 기계실, 청소노동자 휴게실 만이 있는 곳이다. 유일한 환풍구는 지하주차장과 연결된다. 휴게실에 들어서자마자 매연냄새가 나고, 큰 기계음이 들리고, 약품 냄새도 난다. 약품 냄새는 특히 여름에 심해진다고 한다. 매연 때문에 이 곳에는 5분만 앉아있으면 눈이 따갑고 코가 맵다.
이 곳에 있는 공기청정기는 업체와 노동조합이 비용을 반씩 나누어 구입한 것이다. 하지만 설치기사조차 ‘이런 데는 공기청정기가 쓸모가 없다’고 했다. 공기청정기가 더러운 공기를 마시고 깨끗한 공기를 유입시켜야 하는데, 깨끗한 공기가 없는 곳이기 때문. 공기청정기 필터도 환풍기도 항상 새까맣다.
2018년 노동청은 휴게시설 실태조사를 거쳐 홍익대와 하청업체측에 이 곳 휴게실을 폐쇄하고 지상으로 옮기라고 권고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권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⑵ 홍익대 미술학관 F동 청소노동자 휴게실
좁은 공간을 네 명이서 나눠 쓴다. 네명이 다리를 굽히고 옆으로 누워야 겨우 모두 누울 수 있는 공간이다. 그나마 지난 2018년 도깨빗자루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리모델링을 해 준 덕분에 조금 넓어진 공간이다.
배수로 옆 지하 1층에 위치한 공간이라 비만 오면 벽에서 물이 줄줄 샌다고 한다. 무릎이 안좋은 고령의 청소노동자들이 쓰는 공간인데, 이 휴게실로 올라가는 턱이 너무 높아 우유박스를 받쳐놨다.
⑶ 홍익대 인문사회관 B동 청소노동자 휴게실
계단 밑에 숨겨진 휴게실로, 이 곳 청소노동자분들은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하면서 계단 앞쪽까지 조금 넓어졌다며 좋아하셨다. 그러나 높이는 성인남성이 허리를 펴고 설 수 없는 수준.
작년 겨울 이동식 에어컨이 생겼다. 업체가 20만원짜리 이동식 에어컨조차 사주기를 꺼려해 노동조합이 업체, 총학생회 등과 비용을 나눠 구매했다.
계단 아래 있는 공간이다보니 계단 위에서 휴게실 벽 안 쪽으로 먼지나 물, 쓰레기들이 종종 떨어진다. 그걸 막기 위해 계단으로 이어지는 빈 공간을 시트지로 막아두었다. 이 곳 휴게실에는 창문도 환풍구도 없다.
나. 인력감축과 노동강도 악화
홍익대학교는 2019년 이후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정년을 맞은 경비노동자의 자리를 충원하지 않으려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청소노동자 인원 역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 매년 임금 및 단체 교섭을 할 때마다 인력을 몇 명을 줄일 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실질적인 임금, 노동조건 등을 협상하는 대신 인력을 줄이고 말고를 협상하다보니, 인력감축을 어느정도 막아낼지언정 임금 인상이나 노동조건의 강화를 실질적으로 얻어내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졌다.
인력감축은 노동자들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경비인력 감축의 경우, 무인경비시스템으로 대체되지 않는 ‘유인’ 경비노동자만의 역할과 기능이 존재한다. 캠퍼스는 수 만 명의 학생과 교직원이 상주하는 곳이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많은 긴급 상황이 발생하는데, CCTV와 센서만으로 화재, 의료상황 등 긴급상황을 감지하기는 현재의 기술로는 어렵고, 감지하더라도 빠른 대처가 힘들다. 실제로 무인경비시스템 도입 및 경비인력 감축 직후 홍익대학교에서는 (1) 새벽시간 인력감축으로 인해 폐쇄된 경비실 앞에서 학생이 쓰러진 사건, (2) 새벽시간 경비실이 없는 건물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렸지만 무인경비가 이를 감지하지 못했고, 결국 옆 건물 경비노동자가 119에 신고에 대응한 사건, (3) 한 외부인이 무인 게이트를 뚫고 기숙사에 침입해 살고 있었던 것이 뒤늦게 발견된 사건 등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비노동자가 있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사건들이었다. 현재 홍익대 캠퍼스 내 건물 중 절반 이상에 경비실이 없다. 외부인 침입 안전사고 및 범죄 역시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학생사회 차원에서도 학생안전을 위해 경비인력 충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2. 제도와 정치의 적극적인 개입의 필요성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마주하는 노동문제들은 단순한 ‘노사갈등’ 차원에서 볼 것이 아니다.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들을 상징하는 존재일 뿐 아니라, 그들의 문제는 건강과 안전, 일자리 문제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나아가 청소와 경비, 시설 노동자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직업 중 하나이고, 동시에 산재사망률이 가장 높은 직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러한 요소는 서울 지역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재 10여 개 사업장에서 공동으로 집단교섭을 시행할 만큼 조직화가 잘 이뤄진 배경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노사간 교섭을 넘어 제도와 정치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011년 홍익대 사태 당시 수많은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홍익대를 방문해 비정규직을 양산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며 비정규직 없는 사회를 약속했다. 2012년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는 캠프 구성 이후 첫 행보로 홍익대를 찾아 청소 체험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 10년이 지난 지금, 민주당은 거대 여당이 되었지만,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은 여전히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거대 여당 민주당이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에게 한 약속대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대로, 일찍 제정했다면 2019년 홍익대 한 경비노동자의 과로 산재사망에 대해 학교당국에 아주 조금이나마 책임을 물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규정을 실효적으로 개정했다면,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은 지하 6층의 휴게실에서 매일 몇 시간씩 매연을 들이마시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요컨대, 한국사회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의 현실을 상징하는, 한국에서 가장 흔하고 가장 위험한,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시혜를 넘어 구조적인 개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