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주말 청소업무 ‘외주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주말 업무 외주화를 철회하고 인력충원으로 노동환경 개선하라!


 지난 8월 31일 서울대학교 관악학생생활관은 주말 기숙사 청소업무를 외부 업체에 맡기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9월 첫째 주말과 둘째 주말에는 외부 업체에서 파견된 노동자들이 청소를 진행하였다. 기숙사 당국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 주말 업무 외주화를 통해 노동자들의 업무 부담을 경감하고 휴식 시간을 확보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외주화 결정은 기숙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생활하는 학생들 모두에게 불이익을 초래하며, 청소노동자 직고용 전환 이전 용역업체 시기의 문제점을 다시 양산하는 간접고용 부활 결정이다.

 지난여름 안타까운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기숙사 당국은 사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노동자들의 주말 근무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요구해온 인력충원을 통한 노동강도 완화는 해당 설문조사에서는 아예 선택지에서도 배제되었다. 아울러 주말 근무가 사라진다면 휴일에 학생들의 불편이 커지며 월요일에 쓰레기가 몰리면서 청소노동자들의 주초 노동강도는 더욱 높아진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이에 기숙사 당국은 주말 근무를 기존 노동자의 업무에서 외부 업체 노동자의 업무로 대체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주말 업무 외주화가 실시된 이후 노동자들의 불만은 오히려 높아졌다. 외부 업체의 청소상태가 미흡하고 청소업무 수행 방식이 기존과 달라 주초 노동강도가 높아졌다는 불만이 제기되었다. 아울러 주말에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화장실, 샤워실 청소 등은 외부 업체 업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사생들의 불편도 커졌다.

 이번 조치는 노동강도를 실질적으로 완화하지도 못하면서, 매달 약 23만 원에 달하는 휴일근무수당만 없애버리는 것이어서 더욱 문제적이다. 서울시 지정 생활임금도 아닌 최저시급만 받으며 일하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운 청소노동자들에게, 연간 3백만 원에 달하는 임금이 삭감되는 것은 생계에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인 전 안전관리팀장은 제초작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소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을 줄이고 남은 인건비로 제초작업을 외주주겠다고 발언하였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그동안 주말 근무 때 시간 외 수당으로 가산하여 받은 임금이 삭감될 것을 우려하였으며, 지금은 세상을 떠나신 고인은 “임금 삭감은 노동조합과 상의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협박으로 들린다.”라며 항변하였다. 외주화를 통한 임금 삭감에 반대했던 고인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 재발 방지와 처우개선을 핑계로 비슷한 임금 삭감을 초래할 외주화 결정을 밀어붙인 기숙사 당국의 모습이 매우 유감스럽다.

 이처럼 노동자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결정함에 있어서 기숙사 당국은 노동조합을 철저히 배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대 내 제 직종의 단체협약서를 살펴보면 자체직원(무기계약직)의 경우 조합원이 담당하는 업무를 용역으로 전환하고자 할 경우 조합과 협의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며, 법인직원의 경우에는 아예 노동조합과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못 박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주화 관련 안전장치는 청소노동자를 포함하는 시설관리직 단체협약에만 누락되어 있다. 청소노동자를 언제든 대체해버릴 수 있는 부품으로 보아온 것은 아닌지 의심될 따름이다. 이러한 시설관리직 단체협약의 미흡함을 이용하여 주말 업무 외주화 결정에서 노동조합과 협의하지 않은 서울대의 모습은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협의”하겠다는 오세정 총장의 8월 2일 자 사과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무엇보다 이번 외주화 조치는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이루어진 ‘서울대학교 용역・파견근로자 정규직 전환 합의’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2018년 2월 6일 서울대는 노조와 합의서를 체결하고 학내 용역・파견노동자 760여 명을 2019년 4월까지 순차적으로 정규직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청소, 경비, 기계・전기 등 서울대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간접고용 노동자’라는 멍에를 벗고 직접고용 신분으로 전환되었다. 기숙사 청소업무를 비록 일부라도 외부 업체에 맡긴다는 것은 스스로 공언해 온 정규직화 약속을 파기하고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간접고용 관행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고용도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간접고용을 일부나마 부활시키고 노동자들의 임금마저 삭감하는 것은 “개선”이 아닌 개악이다.

 청소노동자들은 꾸준히 외주화가 아니라 학교의 책임 있는 인력 확충을 통해 노동강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사생들의 청결한 생활환경과 주초의 노동강도 완화를 위해 주말에는 근무를 하더라도, 평소에 담당해야 하는 업무 강도 자체를 줄일 수 있게 직고용으로 인원을 더 충원해달라는 것이 노동자들의 요구이다. 특히 기숙사 각 동을 청소하는 노동자들은 건물 내부 청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건물 외곽청소 인원을 더 고용해달라고 주장해왔다. 추가로 충원되는 노동자들은 외부 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이 아니라 정당한 서울대의 구성원으로 직고용되어야 한다. 주말 업무 외주화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외곽청소 직고용 인원 충원이 가능함에도 기숙사 당국은 외주화를 택했다. 이는 직고용 인력충원을 회피하는 것이기에 더욱 무책임하다.

 지난 안타까운 사망 사건 이후 많은 학생과 시민들은 기숙사 층마다 매일매일 쌓이는 많은 양의 쓰레기에 대해, 그리고 200여 명 정원의 건물을 혼자 청소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 열악한 노동환경은 너무나 일상적이었기에 죽음이라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할 때만 가시화될 수 있었고, 열악한 처우가 그토록 일상 속에 만연하다는 사실은 더욱 큰 분노를 불러왔다. 그러나 이번 기숙사 주말 근무 외주화는 서울대가 학생과 노동자, 그리고 시민들의 분노를 제대로 수용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2019년 공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에도, 그리고 이번 2021년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에도, 노동을 바라보는 학교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처우개선을 위해 노동조합과 협의하겠다는 총장의 사과는 말뿐이었으며, 외주화가 다시 등장하는 상황에서 노동자와 학생의 불편은 오히려 커졌다.

 기숙사 주말 청소업무 외주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기숙사 청소노동자 처우개선 요구에 대해 외주화로 답하는 서울대에, 우리는 2018년 직고용 전환에 역행하여 간접고용을 부활시키고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강도는 물론 학생들의 생활에도 불이익을 초래하는 조치가 과연 “개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사망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던 오세정 총장의 사과가 위선이 아니라면, 서울대는 외주화를 즉각 철회하고 책임 있는 인력충원으로 청소노동자 노동강도 완화에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