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영화 지지 전국 청년단체 선언 연대사

최근 서울대학교 관악학생생활관에서 안타까운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2019년 폭염 속의 열악한 공대 302동 휴게공간에서 한 사람의 청소노동자를 떠나보낸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발생한 일입니다. 169명이 정원인 기숙사 한 동을 한 사람의 노동자가 청소해야 하는 높은 노동강도, 노동 통제적인 군대식 인사 관리와 인간적 모멸감을 주는 각종 직장 내 갑질이 이번 죽음의 배경에 놓여 있었습니다. 서울대에서 일어난 이번 산업 재해는 한국 사회에 일반화된 열악한 노동환경의 한 단면이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이번 사건은 ‘학내 간접고용 구조’라고도 이야기될 수 있는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고용형태 속에서 발생하였습니다. 법인 서울대학교에는 정규직인 총장발령 법인직원들 이외에 각 기관 기관장이나 단과대 학장 발령으로 고용된 많은 자체직원들이 있습니다. 관악학생생활관의 청소노동자들을 비롯한 시설관리직원들은 이전의 용역회사 간접고용에서 직고용으로 전환되었다고는 하지만, 총장발령이 아닌 기숙사 관장 발령으로 고용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차별적 고용구조 속에서 대학본부는 인사 관리의 책임을 기관에 떠넘기고, 인간다운 노동강도를 위해 인력충원과 인건비 증감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묵살해 왔습니다. 게다가 직고용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로 처우나 정년 등은 더욱 후퇴하였고, 여전히 무기직으로도 전환되지 못해 고용불안에 놓인 계약직 노동자들도 존재하는 것이 서울대 기숙사 비정규직의 현실입니다.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의 노동자들 역시 일종의 간접고용이라고 볼 수 있는 민간위탁 구조 속에서 공단의 책임 회피로 인해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시달려 왔습니다. 많은 기숙사 사생들의 청결한 생활을 보장하는 미화 노동과 전화통화를 통해 시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상담 노동은 코로나19 시기 사회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필수노동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보장할 책임이 있는 대학과 건강보험공단은 이러한 필수노동 종사 노동자들에게 인간다운 노동환경을 보장할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더는 한 사람의 청소노동자도 떠나보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서울대 대학본부와 총장이 책임지고 인력충원과 노동환경 개선을 보장하는 차별 없는 고용형태가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노동을 위해서는 공단이 직접 책임지는 직영화가 당연한 대안입니다.
노동자들의 고객센터 직영화 요구에 대하여 입사시험을 치르지 않고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정적이고 인간적인 환경에서 노동할 권리는 시험을 통과해야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라 모두가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인권입니다. 더 나아가 업무의 전문성과 무관한 시험으로 노동자를 평가하고 처우 보장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청소노동자의 업무특성과 무관한 시험으로 향후 촉탁직 재계약이나 근무 장소 배치에 활용될 수 있는 근무성적평정을 시행하는 서울대의 모습이 직장 내 괴롭힘이듯, 업무 전문성과 무관한 시험을 기준으로 직영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직영화를 통해 안정적이고 인간다운 노동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에, 서울대와 건보공단 같은 '진짜 사장'이 기관장 발령이나 민간위탁이란 명목으로 노동자 권리보장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는 길에, 비서공의 학생들과 서울대 노동자들도 함께 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