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합니다


 분주하게 움직이며 화려한 도시의 불빛을 자랑하는 한국 경제의 중심, 여의도 한복판에 있는 LG트윈타워. 그 앞에 서는 현재 청소노동자들이 꺼지지 않는 천막의 불빛을 밝히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천막을 세운 이유는, 겉으로 너무 나도 화려하고, 세련되어 보이는 LG트윈타워 안 어느 곳에도 그들을 위한 공간은 없기 때문입니다.

 천막을 세운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임금,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인정 과 존중, 관리자에 의한 갑질 철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진짜 사용자인 LG가 책임지라는 것입니다. 이 당연한 요구 가 노동조합 결성과 함께 세상이 울려 퍼지기 전까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그저 숨죽인 채 살아가야만 했습 니다. 아무리 오래 일해도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했고, 넓은 건물 내 여러 차례의 왁스칠과 같은 고강도 노동 과 그에 따른 건강 문제를 혼자서 감당해야 했으며, 휴게시간을 늘리는 대신 그만큼의 노동시간을 토요일 근무로 채 워야 하는 ‘시간 꺾기’로 주말에도 노동해야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다단계 하청업체의 관리자들로부터 수시 로 비인격적인 관리・감독을 받아야 했으며, ‘업무마다 몇 분이 걸리는지 재보라’는 등 노동강도를 높이려는 노골적인 시도가 있었습니다.

 위와 같은 만행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다단계식의 하청과 간접고용의 구조가 있습니다. LG그룹은 LG가 100% 지분 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인 S&I 코퍼레이션에 설비 관리를 맡기며, S&I 코퍼레이션은 다시 (주)LG 구광모 회장의 두 고모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지수아이앤씨에 하청을 주어 청소노동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3단계의 복잡해 보이는 하청 구조는 여러 단계의 관리・감독을 통해 노동자들을 구조적으로 착취하고 단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한편, 이러한 착취에 대한 진짜 사용자 LG의 책임은 교묘하게 감추는 것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사실상 LG가 하청 단계의 모든 회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입니다.

 한편, 이러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어쩐지 우리에게 낯설지 않게 다가옵니다. 서울대학교의 현실 도 위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울대학교는 현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이 배포된 이후, 간접 고용 되어 용역업체 소속이던 청소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였습니다. 하지만 ‘무늬뿐인 정규직화’ 이후, 여전히 바뀌지 않은 수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2019년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여름, 서울대학교에서는 청소노동자가 열악한 휴 게공간에서 사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청소노동자들에게 허락된 휴게공간은 고작 계단 밑 곰팡이 슬고 환기도 제대 로 되지 않는 한 평 남짓의 좁은 방이었습니다. 또한, 여전히 낮은 임금 수준과 정규직과 차별적인 복지 처우 등의 문제에 서울대학교는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청소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습니까? 청소 노동은 우리의 공간과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에 필수적 임에도 불구하고, ‘고학력’, ‘고스펙’의 노동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비핵심 노동’으로 치부되고 있습니다. 자본은 그렇게 청소노동자들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기기에 급급합니다. 청소노동자의 존재는 사라지고, 오로지 깨끗한 건 물만이 남는 기이한 현실만이 있을 뿐입니다. 이는 단지 비유가 아닙니다. 인천국제공항 청소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숨어 있으라’는 지시를 받고 화장실로 자신의 몸을 숨겨야만 했습니다. 이것이 LG트윈타워, 서울대학교, 인천국제공 항과 같이 한국의 자랑으로 불리는 공간에서 자행되는 폭력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숨어 있기’를 거부하는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고자 합니다. 청소노동자들의 존 재가 크나큰 건물 앞에서, LG와 구광모 회장 앞에서, 존재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이 사회 앞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함 께합시다. 그리고 하청 구조 속에 몸을 숨긴 채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탄압하는 LG그룹에 직접 책임을 요구합시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단결하여 투쟁에 승리를 거두고, 인간다운 환경에서 노동할 수 있게 되는 그날까지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