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연대하여 정부에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 보장을 요구하자!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지지하며


인국공 정규직 전환 개요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1만 명의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졌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 이후 3년만이다. 2천여 명은 인천공항공사에 직접고용되고, 나머지 8천여 명은 인천공항공사의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 인천공항운영서비스, 인천공항경비에 나뉘어서 간접고용된다. 이중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보안검색요원 1902명의 경우 인천공항공사의 첫 정규직 전환 계획에서는 간접고용 대상에 속해 있었으나, 첫 정규직 전환 계획의 직접고용률(2.4%)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추후 직접고용 대상에 포함되었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루어졌으며, 상시・지속적 업무와 생명・안전업무를 수행해온 이들이 그 대상이 된다. 그러나 상당수 노동자들이 전환 이후에도 ‘반쪽 정규직’이라고 불리는 무기계약직 지위에 머무른다는 점, 원청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 상태라는 점 등에서 불완전한 정규직화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혜적 태도와 ‘공정’ 담론을 넘어


 인국공 정규직 전환 직후 쏟아진 가짜뉴스와 사실정정 과정에서 여론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리고 있다. 초기의 가짜뉴스에 보도된 내용은 거짓이며 실제 전환조건은 기존의 열악한 처우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사실에 ‘그 정도 조건이라면 용인할 수 있다’는 시혜적 입장을 취하는 측과 전환조건이 기존과 유사하더라도 정규직 전환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공정’ 담론의 입장을 취하는 측이 그 두 가지이다. 이 두 가지 주장 모두 문제가 있다. 우선, 시혜적 입장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정규직 전환은 열악한 환경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시혜적으로 주어져야 할 것이 아니라 권리로서, 차별 철폐로서 임금과 노동조건의 향상과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혜적 입장이 부적절한 것만큼이나 ‘공정’ 담론의 입장 또한 대안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비정규직이 아닌 자본과 국가에 분노하자


 현재의 ‘공정’ 담론은 기실 시험만능주의에 기반한 경쟁과 불평등의 심화로 구성되어 있다. 공채 시험에 통과한 대기업 대졸 정규직 노동자와 다른 노동자들의 격차를 확실히 벌리는 것, 공채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이들이 정규직 고용을 누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공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담론 구조에서 자본과 국가의 책임은 빠져있고, 모두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경쟁 속에 고통 받는다.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얻은 일부 대졸자 이외의 대다수는 불행하며, 그 일부 대졸자들도 자본과 국가의 사정에 따라 언제 어떻게 삶의 기반이 흔들릴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린다. ‘공정’ 담론은 끊임없이 경쟁과 불안정노동을 정당화하고, 악화된 노동조건에 대한 자본과 국가의 책임을 은폐한다.

 ‘공정’ 담론이 사회문제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는 것과는 별개로, ‘공정’ 담론의 기반에 있는 실업과 저임금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는 정당하다. ‘N포 세대’라는 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청년들의 삶이 경쟁과 빈곤 속에 놓여 있음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10%를 넘었으며, 실업의 공포를 피해 몰려든 공무원 시험 준비생의 수는 44만 명을 넘었다. 명문대 대학 졸업장은 더 이상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하지 않으며, 극소수 명문대 대졸자가 아닌 대다수 청년들의 삶은 불안정노동과 무한경쟁 속에 더욱 취약하다.

 그러나 현재의 ‘공정’ 담론과 같이 정규직 일자리를 고정된 파이로 보고 정규직 전환을 쟁취한 노동자에게 분노하는 태도는 부적절하다. 그런 분노는 정당하지도 않으며,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한다. 정규직 일자리는 고정된 파이가 아니며, 정규직 일자리의 감소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통제되지 않은 이윤추구의 결과다. 오늘날의 실업과 저임금을 만들어낸 것은 비정규직이 아닌 자본과 국가이며, 정규직 일자리를 빼앗은 것도 비정규직이 아닌 자본과 국가이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문제에 책임이 있으며, 해결할 능력이 있는 자본과 국가에 더 많은 파이를,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요구해야 한다.

비정규직 제도 철폐, 안정적인 공공부문 정규직 일자리 확대


 청년 세대 위기는 ‘공정’ 담론에 기반한 노노갈등의 강화, 경쟁의 심화로 해결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비난하는 ‘공정’ 담론과 노노갈등 속에서 전체 노동자의 권익은 나날이 훼손될 뿐이다. 만성적인 저성장과 경제위기, 유례없는 불평등의 시기에 약자들끼리의 갈등으로 얻을 것은 없다. 해답은 청년 취업준비생,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우리 모두의 연대와 단결에 있다.

 우리가 요구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삶의 기반을 뒤흔드는 자본과 국가의 독재를 멈추라는 요구를, 비정규직 제도를 철폐하라는 요구를 내걸어야 한다. 비정규직 고용은 자연스럽지도, 어쩔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비정규직 형태의 고용은 2000년대 전에는 오늘날과 같이 보편적인 고용 형태가 아닌 소수의 예외적 사례에 불과했다. 이윤 추구를 위해 사람을 헐값에 사용하고, 쉽게 교체하고, 또 교체한다는 위협을 통해 무릎 꿇리려는 자본과 국가의 욕망이 오늘날의 비정규직 사회를 만들었다.

 비정규직뿐만이 아니다. 실업/반실업 상태의 노동자 또한 증가하고 있다. 노동권은 일할 권리를 포함한다.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여 노동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받아야 하고, 최저임금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생활임금을 보장받아야 한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생산력은 노동자민중에게 언급한 모든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막대한 생산력 증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날이 실업과 비정규직화를 겪고 있다. 자본과 국가가 실업과 빈곤이라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개개인이 ‘노력하지 않은 탓’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안정적인 공공부문 정규직 일자리 확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비정규직이 없는 사회, 대규모 청년 실업이 없는 사회는 가능하다. 파이를 제한된 것으로 보고 약자들끼리 다툴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해 더 많은 파이를 요구해야 한다. 연대하고 단결하여, 자본과 국가의 독재를 멈출 것을, 그리하여 비정규직 제도 철폐와 안정적인 공공부문 정규직 일자리의 확대를 실현할 것을 요구해야한다.

경쟁을 넘어 투쟁으로, 공정을 넘어 해방으로, 인국공 정규직 전환을 지지한다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게 만드는 가짜 ‘공정’ 담론을 폐기하자. 모든 노동자의 정규직화와 안정적인 공공부문 정규직 일자리의 확대, 그리고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충분한 임금의 보장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 투쟁하자. 우리의 싸움은 나의 열악한 상황에 대한 불만을 더욱 열악한 처지에 있는 동료들에게 전가하는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싸움의 대상을 직시하고, 동료들을 경쟁의 대상이 아닌 투쟁의 동지로 바라보자. 그리하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우리의 싸움은 곧, 우리 모두의 인간다운 삶을 쟁취해내는 싸움이 될 것이다. 이제는 경쟁을 넘어 투쟁으로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