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대학가・청년 서명운동 기자회견’ 발언문

안녕하세요,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의 변현준입니다.
저는 20학번 신입생입니다. 공부, 공부, 공부만을 외쳐야 했던 청소년기를 보내고, 이 사회에 나온 지 이제 고작 반 년이 된 셈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반 년 동안 제가 목도한 우리 사회는, 조금도 평등하지 않았고, 오히려 차별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심지어 “조국의 미래”라고 불리는 저희 학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 지성의 장이라는 이곳에서 제가 목도한 것은 차별, 그것도 온갖 꼼수로 가득찬 차별이었습니다.
현 정권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정책과 관련해, 저희 학교에서도 많은 계약직 노동자 분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조차 서울대는, 정부 지침까지 어겨가며 정규직 전환심사를 지연시켰고, 그 사이 계약이 만료된 수많은 계약직 노동자들이 사실상의 해고를 겪게 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어렵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단지 고용기간의 안정만이 확보되었을 뿐 급여나 근로조건은 계약직일 때와 동일하게 적용 받는 등 그들에 대한 차별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기본급에서부터 차이가 큽니다. 기본급 외에 각종 수당의 경우는 더욱 심합니다. 명절휴가비, 맞춤형 복지비, 정액급식비,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수당, 정근수당, 대우수당 등 수많은 부분에서 차별이 있습니다.
또, 병가 사용, 육아휴직에 따른 대체인력 지원, 건강검진 지원 등에서의 차별은 물론, 코로나19에 따른 특별휴가 지원에서조차 차별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같은 노동을 하지만, 모두가 같은 사람이지만, 단지 고용형태를 이유로 그러한 수많은 차별이 행해집니다.
심지어 예산 투입이 거의 없는 부분에서조차 차별이 가해집니다. 몇 년 전, 내부 구성원들에게 이메일 용량 늘려주려고 할 때에도 기존 정규직들에 비해 비정규직 직원들에게는 용량을 늘려주지 않겠다고 하여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업무와 관련된 부분에서조차 이렇게 의미없는, 오히려 업무 효율성을 저해하는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차별들을 가하는, 특히 의미없는 차별까지 굳이 가하는 목적은 결국 다음과 같은 신호를 보내는 것이겠지요: “너희는 서울대 구성원이 될 자격이 없어”, “우리와 동등한 존재가 될 수 없어”, “너는 열등해”
이러한 촌극의 뒤에는, 그동안 차별을 상식으로 여겨온 우리 사회에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노력과 같은 허망한 이유를 가져와 대졸과 고졸, 4년제와 전문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릅니다. 성별이나 성적 지향 등은 그 자체로 차별의 이유가 됩니다. 그러한 가운데, 수많은 사람들이 그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고, 삶다운 삶은 어느새 일부에게만 허용된 특권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을 말합니다. 비록 이 법이 근본적인 해결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겠지만, 이 차별로 가득 찬 사회가 분명히 잘못되었다는 선언이 되어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 선언 위에서, 모두가 차별없이 삶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사회를 위한 변화가 시작되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