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노동에 바칩니다』 책모임 제1주차 발제문


1부: 노동자와 인권


1-1. 차별은 인간의 존엄을 파괴한다.

차별은 노동자의 존엄을 파괴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직무나 고용 형태, 성별과 국적, 연령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되며, 특정한 성과 연령의 노동자를 비정규직 일자리로 내몰아서도 안 된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사회헌장 제 2조)
  • 기업은 인적 속성에 따라, 고용 형태에 따라, 직무 혹은 직업에 따라 노동자들을 차별하며, 이러한 차별의 구조는 중첩되는 경우가 많다.
  • 신분에서 시작되어 임금, 부가급여 및 복지, 작업 환경, 복장, 호칭, 언어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된 차별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차별을 내재화 혹은 재생산 하도록 만든다. ‘노동자성’은 상실되며, 노동자는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진다.
  • 모든 노동은 필요한 노동이라는 노동의 연계성을 인식해야 하며, 노동자들의 집단성을 회복하고, 개인이 경험한 차별을 사회적 문제로 이슈화할 수 있어야 한다.

1-2.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가 있다.

노동자는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가 있다. 유해하고 위험한 업무는 안정장치를 해야 한다. 그 자리에 비정규직을 투입하면 안 된다. 위험하다고 생각할 때 노동자는 언제라도 작업을 중지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사회헌장 제 8조)
  • 2011년 이후 하루 평균 6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세상을 떠나고 있으며, 산재 환자 중 건강보험으로 적용받다가 적발된 사례가 40만 건에 육박한다.
  •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안전 교육을 제대로 못 받거나, ‘비용을 아낀다’는 명목 아래 충분한 안정장비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으며, 정규직이 기피하는 업무에 배정되는 등 위험이 외주화 되고 있 다. 산재법이 바뀌어 일부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는 산재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지만 회사가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 작성을 강요 (퀵서비스 노동자 사례) 하기도 하며, 직업병이나 성희롱‧감정노동‧유 산 등은 산업재해로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
  • 이윤 중심의 기업 운영, 허술한 법망, 개별실적요율제 등의 제도가 산업재해 은폐를 조장하고 있다. 산재 은폐를 독려하는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하고, 하청업체 뿐 아니라 원청이 직접 문제 해결 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업중지권이 정규직/비정규직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하고, 노동조합을 통해 집단적인 문제제기를 이어가야 한다.

1-3. 장시간 노동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건강을 위협할 정도의 장시간 노동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죽음을 부르는 야간 노동과 24시간 노동, 강제 잔업과 특근은 없어져야 한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사회헌장 제 9조)
  • 개인에게 지급되는 수당이나 교육훈련비용 등을 고려하면 한 사람이 장시간 일하는 것이 여러 명이 짧게 일하는 것보다 ‘시간당 노동 비용’ 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기업들은 장시간 노동을 선호 한다.
  •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로시간이 줄었다고 하지만 이는 고용노동부의 억지스러운 행정 해석을 되돌린 것에 불과하며, 소규모 사업장 순차 적용과 휴일 중복 할증 폐지는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또한 근로시간 특례가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 등이 여전히 특례로 남아있다
  • 법정노동시간의 획기적 단축과 연장근로 허용하는 구조의 철폐가 필요하다. 노동시간 특례를 없애고 24시간 노동을 제한해야한다. 노동자들이 잔업과 특근을 거부할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주 40시 간 노동만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1-4. 우리에게는 공간이 필요하다.

공간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노동자는 업무에 필요한 공간이 있어야 하고, 쉴 공간도 있어야 하며, 밥 먹을 공간도 있어야 한다. 그 공간에서 노조 활동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사회헌장 제 10조)
  • 노동자들에게는 업무 공간 이외에 휴게 공간, 밥 먹을 공간, 집회 시위의 공간이 필요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직접 일하는 공간에서 만나고 투쟁할 수 있어야 한다.
  • 산업안전보건법 29조 9항의 ‘하청 노동자들의 위생 시설 마련’은 원청 사용자가 협조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하며, 노동자의 공간 보장을 위한 지자체와 책임 기관 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1-5. 존중받는 호칭이 필요하다.

호칭은 그 노동자에 대한 존중을 보여준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이름을 부르거나 반말을 하거나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면 안 된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사회헌장 제 11조)
  • 기업들은 적절한 직위나 호칭을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속감을 저하시키고, 노동자들을 위계화해 통제하려는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기업은 ‘고객이 왕’ 이라고 강조하 며 노동자에게 친절을 강요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려고 한다.
  • 비정규직 노동자를 ‘어이’, ‘보조’, ‘무기’ 등으로 부르는 모멸적 호칭, 특수고용노동자를 ‘사장님’ 으로, 간병인이나 청소 노동자를 ‘여사님’으로 부르는 등의 부적절한 호칭에 변화가 필요하다. ‘00부서 의 00’ 과 같은 직책에 따른 호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2부: 비정규직이라서 갖지 못한 권리


2-1. 고용 안정의 권리가 필요하다.

안정된 고용은 노동자의 권리이다. 해고에 대한 두려움이 삶을 파괴한다. 계속 일하기를 원한다면 누구라도 계약 해지당하지 않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사회헌장 제 1조)
  • 파견제법과 기간제법이 정착되어버린 후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2년이 되기 전에 해고되고 있다. 여전히 정리해고는 손쉽게 이루어지며, 촉탁직 무기계약직, 용역, 파견 등 비정규직 일자리의 형태와 수는 늘어가고 있다.
  • 고용 불안정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말할 수 없게 만들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며, 결혼과 출산을 어렵게 하고 사회적 약자나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불만의 표출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 도 정부와 기업은 ‘기업의 이윤을 위해서는 언제라도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업의 논리로 정책을 만들고 있다.
  • 정부와 기업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알선하고, 일하지 못할 때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상시 업무는 정규직화 되어야 하며, 비정규직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계절 노동이나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을 대체하는 업무 등 어쩔 수 없이 기간을 정해야 하는 업무) 에만 인정되어야 한다.

2-2. 비정규직이라고 보조 업무만 하게 하면 안된다.

비정규직 일자리라는 이유로 낮게 평가해서는 안된다. 일의 자율성을 빼앗아 시키는 대로만 일하게 하거나 ‘보조 업무’ 라고 불리는 일만 하게 하거나 다른 이들의 일을 함부로 떠넘겨서도 안 된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사회헌장 제 1조)
  • 사례: 동일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차별을 받아온 고용노동부 비정규 사무원들이 시정을 요구 → 고용노동부는 “사무원은 보조 업무를 하는 직원이니, 채용 목적에 맞게 업무를 분장하라” 라고 지시하여 비정규 사무원들로 하여금 스티커 부착, 팩스 정리, 우편물 발송 등의 업무만 하도록 만들 었음.
  •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통제하기 쉽게 만들고자 업무를 구분하고 차별한다. 비정규직은 고용 불안으로 인해 저임금과 권리의 포기를 강요받으며, 정규직 노동자들은 허구적 우월감을 바탕으로 관리자, 회사의 입장에서 사고하게 된다.
  • 덜 중요한 일이라면서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을 멈춰야 하며, 비정규직이 하는 일이라고 해서 함부로 단순하거나 덜 중요한 일이라고 간주해서는 안된다.

2-3. 근로기준법과 사회보험은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근로기준법과 사회보험은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근로기준법과 사회보험은 노동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권리이다. 근로기준법이나 사회보험 적용에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 실업을 당했을 때 실업부조도 제공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사회헌장 제 13조)
  • 근로기준법에서 배제되는 노동자들: 근로기준법은 적용 범위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한정되어 있어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일부 규정만 적용받을 수 있으며, 가사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문화예술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원천 제외된다.
  • 사회보험에서 배제되는 노동자들: 2015년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정규직은 사회보험 가입률이 95-98퍼센트이지만, 비정규직은 산재보험 이외 보험 가입률이 53-67퍼센트에 불과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산재보험은 적용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일부 노동자에 한해서로 제한된다. 문화예술노동자의 경우 예술인 복지법의 시행으로 산재보험 가입이 허용되었지만 보험료 비용 은 온전히 노동자가 부담해야 하며, 고용보험 가입은 불가하다.
  • 일하는 모든 이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사회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사용자가 아닌 노동자에게 직접 보혐료 감면 혜택을 주어야 하고, 하청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원청이 책임을 지고 산재보험을 들어야 하며, 보험료 납부와 같은 기여가 없더라도 필요한 이에게는 조건 없이 완전한 혜택을 주는 사회보험 제도를 상상해보아야 한다.
  • 실업급여 제도의 한계: 금액은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퍼센트, 보장 기간은 90-240일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180일 이상 보험료를 내야 보장받을 수 있다.
  • 실업부조가 필요: 실업과 반실업을 반복적으로 오가는 불안정 노동자, 청년 실업자, 장기 실업자 등 일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는 이들이라면 그 모두에게 실업 시 생계 유지가 가능한 금액을 아무 조건 없이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그 재원은 노동자가 아닌 정부와 기업이 부담하는 것을 기본 으로 해야 한다.

2-4. 비정규직도 스스로를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도 스스로를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도 스스로를 대표할 권리가 있다. 노동조건의 향상을 요구하고 권리를 이야기하고 교섭하는 모든 권한은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에게 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사회헌장 제 17조)
  • 기업은 비정규직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으며, 정규직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변할 것을 요구한다.
    ex)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의 대리교섭의 결과 2014년 ‘신규 채용을 통한 일부 정규직 전환’이라는 법원 판결에도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 교섭안에 반대하며 다시 긴 싸움을 해야 했다.
  • 정치권 역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법으로 규정하여 비정규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대변하게 하기보다는 비정규‧간접고용 노동자와 원청 사이에서의 중개에 힘을 기울인다.
  • 한편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정규직이나 정치권 활용을 시도를 많이 해 온 측면도 있다.
  • 비정규직 조직들 간의 네트워크와 연대가 필요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법적인 교섭 대표성을 갖는 것이 필요하며, 노동조합 안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표성을 인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 여야 한다.

생각거리

  1. 책을 읽고 난 소감, 의문점, 논의하고 싶었던 것 등등을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2. 책에서 언급된 여러 차별과 부당함과 관련하여, 직접 경험하거나 읽어서 더 알고 있는 사례들이 있다면 나누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인적 속성, 고용 형태, 직무 및 업무에 따른 차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차별의 사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책에서도 살짝 언급되었던 KTX 승무원의 철도공사 정규직 전환 요구와 관련하여, 『우리는 차별 에 찬성합니다』 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인용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처우 개선과 정규직 전환의 문제는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학생들이 왜 이렇게 고생을 합니까? 정규직이 되기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입사할 때는 비정규직으로 채용되었 으면서 갑자기 정규직 하겠다고 떼쓰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행위인 것 같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가 논의될 때도 임용고시를 통과한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 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이외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거나, 비정규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논거에는 무엇이 있고, 또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4. ‘신분과 업무의 위계화’는 우리 사회 전반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고, 어떻게 연결되며, 또 이런 문화(?) 를 바꾸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5. 사실 고용 안정이 보장되고, 노동자가 생활과 소비를 지속할 수 있어야 기업도 유지될 수 있는 것인데, 이런 방향의 ‘이윤’을 지향하는 기업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는데, 사회적 기업이 예외적인 착한 기업이 아니라, 모든 기업의 당연한 경영 마인드가 될 방법은 없는 것일지...?)
  6. 무척이나 막연한 질문이지만! 어떻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