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설노동자 파업출정식’ 연대사


 안녕하세요. 저희는, 여기 나온 학생들은, 사실 다양한 학생들이 있긴 한데, 많은 학생들은 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이라는 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정치학과 4학년 윤민정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방금 올라오신 분[연대방문한 톨게이트 노조]이 말씀을 해주셨듯이, 어제 톨게이트 투쟁에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정규직화에 합의를 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걸 저도 봤어요.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도로공사에서 아직도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누군가는 정규직화에 합의를 했다고 하고, 뉴스에서는 정규직화 합의를 했다, 이렇게 나오는 게. 되게 그냥 이 세상에 엄청 거짓말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저한테는 되게 기시감이 느껴졌던 게, 2018년 2월에 서울대학교가 “우리도 정규직화를 했다”라고 말하던 거랑 너무 비슷하게 느껴졌달까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정규직화를 하고 나서 서울대학교는 여기 계신 분들을 “이제 우리는 가족이다”라고 이야기를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말을 왜 쓰는 걸까? 라는 고민을 해 봤어요. 저는, 실제로 가족이 아닌데 가족이라고 말하는 건 착취를 은폐하기 위해서 그렇게 얘기하는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가족이니까 이렇게 막 대하겠다, 이런 건 말이 안 되잖아요. 하지만 사실 우리는 우리가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고 일해야 하지만, 그렇게 주기 싫기 때문에 가족이라고 대충 퉁치는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서울대학교의 노동조합의 역사를 들으면서 예전에 최분조 선생님 말씀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되게 벅차고 멋지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해고까지 당했던 노동자가 학생들과 손을 잡고 처음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저한테는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아아, 그렇구나.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계속 세상을 바꿔 왔구나”라는 깨달음의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노동자가 현장에서 “더 이상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라고 얘기하면서 동료 노동자들의 손을 잡고 일구어 온 노동조합. 그리고 현장 용역관리자들의 갑질에 맞서고, 더 나아가서는 서울대학교에 맞서서 노동자의 권리를 이야기해 온 그 노동조합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저보다 여기 계신 분들이 더 잘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방법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방법과 그 길을 계속 가는 사람들이 계속 세상을 바꿔 왔고, 그 방법과 그 길을 계속 가는 것만이 노동자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00년대 초반의 그 학생들은 최분조 선생님과 손을 잡고 같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데, 저희가 그만큼은 못 하지만, 그래도 여기 계신 분들이 스스로 말하고 싸워온 고귀한 역사를 만드는 데, 저희도 함께 꼭 하겠습니다. 지금 어려운 시간을 지내고 있지만, 그 어려운 시간이 끝나는 날까지 저희도 꼭 함께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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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저도 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학과 양진영 학생입니다. 아침 집회에서 발언을 하기는 했는데, 한 번 더 하게 되어서…….

 저는 작년 10월에 서울대 국정감사 기간에 기자회견문을 썼던 기억이 났습니다. 서울대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앞장서서 이행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며 여러 언론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도 단협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근속연수 또한 인정되지 않았고, 복지조건도 정규직과 동일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작년과 얼마나 달라졌습니까?

 우리는 그 때도, 지금도 서울대가 진짜 정규직화를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는 똑같은 요구를 외쳐야 합니까? 서울대 청소・경비, 기계・전기 직종의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이 합의된 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 왜 그들은 아직도 2018년 임금을 적용받는 것입니까? 왜 그들은 2019년이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한 단체협약을 끝내지 못한 것입니까?

 뿐만이 아닙니다. 서울대 본부는 작년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만든 노동조합을 교섭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올해는 더한 짓을 벌이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민주적으로 노조를 결성하고 자유롭게 노조활동을 할 권리를 억압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노조전임자의 임금 지불을 중단하였습니다. 교섭에서는 근무시간 중 부업활동 금지, 노조 간부 회의시간 단축과 같은 안을 제시했습니다. 간부 회의시간과 조합원 교육시간은 용역업체 시절에도 유급으로 보장받던 것입니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오히려 학교에 직고용된 후 노조활동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학교는 어째서 가족으로 보신다며 기존에 있던 권리마저 빼앗으려 하는 것입니까?

 저는 국회에 요구합니다.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약속을 지켜 주십시오. 국정감사를 통해 서울대의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복지조건 개선, 노조활동 보장을 촉구해 주십시오.

 저는 서울대에 요구합니다. 기계・전기 노동자들의 임금을 시중노임 단가로 인상,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정년 연장, 명절휴가비와 경조사비 등 차별 없는 복지조건, 자유로운 노조활동을 보장해 주십시오. 뿐만 아니라, 직고용 전환이 2년이 다 되어가는데, 하루 빨리 임단협을 마무리지으십시오.

 저는 학우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계・전기, 청소・경비 노동자가 없는 서울대를 한 번이라도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서울대를 매일 돌아가게 하는, 서울대의 일상을 책임지는 이들은 누구일까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외침에, 구성원이 존중받는 서울대를 만들겠다는 그들의 목소리에 함께해 주십시오. 언제까지 노동자들이 양보해야 합니까? 정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일하고 싶다는 외침이 그렇게 잘못된 것입니까? 저는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대학에 다니고 싶습니다.

 저희의 편안한 일상을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학생들에게 미안해하지 마시고 끝까지 싸워 주세요. 항상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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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제 얼굴을 몇 번 보셨을텐데,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에서 활동하고 있고, 비서공에서 같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조금 다른 얘기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8월에 우리 시설분회 조합원님께서 3천 평이 넘는 건물에서 1평 남짓한 열악한 휴게실 안에서 근무하다가 숨지셨습니다. 3천 평이 넘는 건물에서 1평밖에 주지 못했던 것은, 결코 자리가 부족해서도 아니고, 돈이 없어서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바로! 무늬만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실상 우리 학교의 정당한 구성원으로, 진짜 정규직으로 별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그런 일이 2년 동안 지속될 수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복지조건에서 차별을 여전히 지속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법인직들은 기본급의 120%를 받는 명절휴가비를, 60%도 못 주겠다고 합니다. 아까 가족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아니, 추석 떡값! 경조사비도!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겠다! 이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같은 가족이라고 말한단 말입니까? 가족이면 같이 정당한 대우를 동일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여기 안에 있는 오세정 총장이 올해 2월 기전분회 노동자들이 힘차게 파업을 해서 승리를 쟁취했을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 용역직원이었던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처우는 상당히 열악하다. 노조의 요구사항이 일리가 있고, 이 중 상당부분 수용해 처우를 개선하는 게 옳다.” 옳다면서? 왜 안 합니까? 안 그렇습니까?

 그런데 그 때 약속했던 기전노동자들 시중노임단가. 이것도 꼼수를 부려서, 원래는 가장 낮은 분들이 시중노임단가를 받아야 된다. 또, 산업기사, 전기기능사 자격증, 자격증 갖고 입사하신 분들인데, 그에 맞는 시중노임단가 지급해야 한다고 당연한 요구를 했는데. 그것도 기계정비원, 전기정비원 기준으로, 또 평균해서 시중노임 주겠다,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건 약속조차 저는, 학교가 제대로 여기지 않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년, 정규직전환, 이른바 직고용 전환하면서 정년 1년 연장하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그런데, 단체교섭 진행되면서 말을 바꿨습니다. 신규입사자 정년은 일방적으로 60세로 낮추겠다고 들었는데, 저는 이런 차별, 또 이 노동자들 여기서 일 못하면 어디서 일하란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늙은 노동자는 나가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답은 단결해서 투쟁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타결했던 생협 노동자들도 동지 여러분과 같이 공동집회 하고! 이 사람들이 다 뭉치겠구나! 이런 두려움을 안겨줬기 때문에 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노동자들이 “연대를, 연대파업을 언제 한번 해 봐야겠다. 기전분회 올해 초 점거파업 한 거 봐라,”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7800명 포함한 1만 4000명이 노동자 처우 개선하라고 서명에 동참했고, 또 여기 톨게이트지부 동지들도 와 있습니다. 그건 서울대가, 이 대학의 용역 출신 노동자들, 모든 대학노동자들의 선봉에 서 있는 그런 대학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 갖고 응원하러 모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무게감을 아시기에, 우리 학생들도 더 큰 연대로 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