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 노학연대: 오늘의 대학에서 ‘노동자・학생 연대 활동’을 말하는 이유


1부. 각 대학 학생들의 노학연대의 경험


2017-18년 노학연대의 흐름과 서울대


2018년 초, 대학가를 휩쓸었던 구조조정 대란과 이에 맞선 노동자-학생 연대 투쟁


 올 초, 수많은 대학들에서 구조조정 대란이 벌어졌습니다. 연세대, 고려대, 홍익대, 동국대 등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대학 당국이 청소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도한 것입니다. 청소 노동자 구조조정은 가히 2018년 초 대학가의 주요 풍경이라고 할 만큼 큰 정세를 만들었습니다. 또 하나 특징적이었던 점은 이 모든 캠퍼스들에서 학생들의 연대가 돋보였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학교가 쌓아놓은 적립금과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대비시켜가며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이 정당함을 학내외에 알렸습니다. 그리고 이 대학들에서 청소 노동자들은 당초 구조조정 계획을 철회시키며 학생들과 함께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대학가를 휩쓸었던 구조조정 대란의 중심에는 비정규직 문제가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청소 노동자들은 대부분이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된 비정규직이었습니다. ‘원청’인 대학 당국은 책임소재를 부정했고 오히려 더욱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로 이들을 대체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시도를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의 위기 속으로 내몰렸던 것입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겪었던 문제고,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해야 했던 투쟁입니다.

 2018년 초,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 시도는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규정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대학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두고 노동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는 정부는 무엇을 했을까요?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천명했지만 1단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통해 사립대학을 정규직 전환 권고 대상에서 원천 배제했습니다. 사립대학은 공공기관이 아니고, 따라서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 책임을 굳이 부여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수많은 사립대학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도되는 결과로 이어졌고,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학생들만이 노동자들과 손을 잡고 투쟁으로 대학 당국을 압박해 구조조정 저지를 이루어냈습니다. 올해 대학가를 휩쓸었던 구조조정 대란의 핵심에는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의 맹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반쪽짜리 정규직화’에 대한 문제제기로 시작된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올해 2월 6일, 서울대학교 본부와 서울대 용역・파견 노동자들이 ‘노사 및 전문가협의회’를 통해 3월 1일자로 서울대에서 근무하는 763명의 용역・파견 노동자의 총장발령 직접고용 무기계약직 전환에 합의했습니다. 이 역시 정부 정책과 관련 있습니다. 이 조치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에 따라 구성된 협의회에서 작년 12월부터 논의를 거듭한 끝에 결정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공부문의 간접고용, 기간제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고 무기계약직화하라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 방침에 따라 서울대학교 노동자 763명이 마침내 ‘기간제’, ‘간접고용’ 신분에서 벗어나게 된 것입니다. 많은 언론이 서울대의 ‘통 큰 정규직화’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현장 노동자들은 “용역・파견 시절보다 처우는 악화되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서울대 기계전기 노동자들은 이번 무기계약직화 과정에서 정년 감축에 합의해야 했습니다. 또한, 작년에 이미 해고 철회 투쟁을 거쳐 무기계약직화를 먼저 이뤄낸 서울대 ‘비학생조교’(학사운영직, 학교 행정 사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전환 당시 평균 20%에 달하는 임금 삭감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서울대의 무기계약직화 결정이 노동자들의 삶을 대폭 개선한 ‘정규직화’인 것처럼 이야기되지만, 실제로 이 과정은 노동자들에게 ‘고용안정’이라는 당연한 권리를 얻기 위해 존엄과 생계를 협상해야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바로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의 맹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무기계약직화를 정규직화라고 부르면서 이를 권장하지만, 법적 고용형태 이외의 임금, 복리후생 등 실질적 고용조건 결정은 각 기관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고 말하며 책임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직접고용・무기계약직화에 따른 추가 비용을 어떻게든 줄이고 싶은 각 기관은 노동자들에게 더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강요하게 됩니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당장 해고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는 벗어났지만, 그 대가로 더욱 열악한 처우 아래 놓이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진 서울대학교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만나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학교’를 함께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무늬만 정규직화인 무기계약직화 말고, 비정규직을 똑같이 차별하면서 정규직이라고 이름만 바꾸는 보여주기식 정책 말고, 모든 노동자를 ‘진짜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서울대학교를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모든 이들이 문재인 정부 ‘잘한다’며 현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이제는 현장 비정규직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처럼 이야기할 때, 누군가는 현장에서부터 문제제기를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서울대학교 내의 21개 학생단체와 3개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손을 잡고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을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무한경쟁과 차별의 시대에 반기를 들다


 특기할 만한 점은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라는 연대체 구성을 처음 제안한 것이 현장 노동조합이 아니라 학생들이었다는 것입니다. 혹자는 왜 학생들이 자기 문제도 아닌 학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먼저 발 벗고 나섰는지 궁금해 합니다. 올해 3월 15일, 우리는 대학 내 비정규직 철폐를 향한 첫 발을 내딛으며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출범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무한경쟁과 차별, 소외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태어난 우리는 입시경쟁의 학창시절을 거치고 취업공장인 대학을 지나, 내 것이 아닌 나라의 ‘근로자’가 되기까지 평생을 쫓기듯 숨 막히게 살아갑니다. 우리는 평생 ‘경쟁에서 지는 것은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그래서 경쟁의 패자를 차별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대학생이 된 우리는 학점이 낮고 스펙이 부족하면 언제 경쟁에서 도태되고 ‘비정규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스스로를 채찍질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동료를 짓밟으라고 명령하는 무한경쟁과 차별의 논리는 정말로 그저 당연한 것입니까? 경쟁은 우리의 존엄한 삶과 행복을 보장해주나요? 언제 경쟁에서 낙오될지 모르고, 대학에서의 성적이 곧 노동시장에서의 ‘비정규직’과 ‘정규직’,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별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지금 여기, 우리의 행복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출범선언문 中)

 이는 “왜 대학생이 대학 내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우리의 답변입니다. 당장 비정규직 문제는 대학생 당사자들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비정규직 문제야말로 우리사회를 관통하는 문제이며, 대학생들이 피해갈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체제는 노동자를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분할하여 차별하고, 모든 노동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를 경쟁에서 이겨야만 얻을 수 있는 일종의 ‘보상물’로 둔갑시켜 우리로 하여금 경쟁과 이에 따른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도록 만듭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과 노동조건을 낮추는 것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이윤을 얻는 부당한 일인데, 우리는 이 차별을 당하는 과정에서 무기력해지고 경쟁에서 승리해 이 차별로부터 탈피할 책임을 우리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합니다.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그 지독한 능력주의의 이데올로기, 차별과 경쟁의 메커니즘은 바로 우리 대학생들을 평생 옥죄어 온 사슬이기도 합니다.

 이런 세상에서는 누구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서로를 경쟁의 상대로 여기며 스스로를 채찍질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이런 세상이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차별과 경쟁을 제도화하고 고착화하는 핵심 기제인 ‘비정규직’을 대학에서부터 없애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체제가 작동하는 원리를, 우리를 무력화하여 길들이는 방식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꿈꾸는 대학, 우리가 꿈꾸는 세상


 이렇게 시작된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학내 노동자-학생 공개간담회, 공동집회, 현 정부의 ‘반쪽짜리 정규직화’ 정책의 문제를 폭로하고 비정규직 철폐의 필요성을 알리는 학내외 선전전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학생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간에는 여태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공동체 의식’이 싹트고 있습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우리의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 우리가 함께 꿈꾸는 대학의 모습을 논의하고 실현시켜가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진정한 연대의 감정, 동지적 관계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바로 지금 여기서 노동자-학생 연대 활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학생과 비정규직 노동자는 같은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서울대의 노동자들을 옭아매고 있는 경쟁과 차별, 비용절감의 논리는 곧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대학 교육을 파괴해온 바로 그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이 대학은 교육과 노동의 가치보다 언제나 이윤을 더 중시해 왔습니다. 바로 그러한 운영의 방향성이 여태 학생의 의견보다 돈벌이를, 학생의 수업권과 교육권보다 수익을 중시해 온 대학을 만든 것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학교 운영에 돈보다 학생의 목소리와 교육의 가치가 반영되기를 열망하며 만들어온 시흥캠퍼스 투쟁도 이와 같은 맥락 위에 있습니다. 돈만 좇는 학교에 맞서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했던 이 같은 경험이 지금 서울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와 학생 간의 연대활동을 가능하게 한 자원이기도 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시기, 노동자-학생 연대 활동의 과제


 우리가 대학이라는 현장에서 피부로 겪고 있는 문제 뿐 아니라 사회적 조건 또한 노동자-학생 연대활동의 필요성과 시의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논한 바 있듯,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에 대한 충분한 정규직화를 약속하고 있지도 않으며, 오히려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나 직무급제 도입으로 노동자 간의 위계를 고착화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인천공항공사에서, 전국의 중등교육기관에서, 그리고 서울대학교에서 확인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집권여당에 의해 강행 추진된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역시 정부가 가장 약한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음을, 오히려 사용자 측의 눈치를 보며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문재인 정부 시기, 노동자-학생 연대 활동의 과제는 더욱 복잡하고도 막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촛불이 만든 이 ‘민주정부’는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정치적 기본권의 영역이나 외교적 영역 등에서 분명 눈에 띌만한 변화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나라답게” 변해가는 나라에 여전히 노동자들의 자리,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의 자리는 없는 것 같습니다. 또 다시 정부는 사용자들의 눈치를 살피며 노동자들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노동자들의 희망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허리가 휘는 저임금 생활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기대도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분명 노동 문제는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더욱 더 현장의 목소리를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노동자-학생 연대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비정규직이라는 노동체제가 어떻게 노동자들을 분할하고 가장 약한 이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어 왔는지 고발해 나가야 합니다. 비정규직 제도가 우리 사회에 만든 노동의 위계화, 경쟁과 차별의 고착화를 폭로하고 이를 끊어 나가자고 외치는 일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노동자에게 더 이상 양보만을 말하지 말고, 사용자에게 양보를 주문할 것을, 재벌 중심의 한국 사회를 대대적으로 재편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노동 정책이 너무 급진적이고 성급하다, 과하다는 의견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현장에서 실제로 겪고 있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절망감 사이의 괴리를 폭로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비용과 효율보다 교육과 노동이, 사람이 먼저인 대학을 만들기 위해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비정규직 없는 세상, 노동자가 존엄하고 당당할 수 있는 세상을 향한 커다란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대학 내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리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오는 그날까지 우리의 활동은 계속될 것입니다.

동국대학교 청소노동자 구조조정 반대 투쟁과 그 이후(동국대 청소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동국대 학생들의 모임)


구조조정 저지투쟁에서 직접고용 쟁취까지
86일 간의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의 본관 점거투쟁과 그 이후

  1. 들어가며: 노학연대 투쟁이 만든 동국대 청소노동자 직고용

  2. 시기별 투쟁 상황
    • 1시기: 인원감축 구조조정 저지 투쟁
    • 2시기: 본관점거 투쟁
    • 3시기: 투쟁의 고착화와 직접고용 투쟁으로 확장
    • 4시기: 전환기(삭발식과 3보1배, 108배 등)와 투쟁 승리

  3. 노학연대
    • 산별적 연대에서 체계적인 연대로
    • 중재를 자처한 총학생회의 미온적 태도와 양분되는 학내 여론
    • 노동자-학생 연대 투쟁의 성과와 한계
    • 남은 과제

  4. 나가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 대학자본과 정권에 맞선 투쟁이 필요하다.

인천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직접고용 전환 투쟁과 그 이후(비정규직없는인천대만들기공동대책위원회)


1. 투쟁 경과


○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은 대학 본부와 학생들의 연대 움직임
  • 2018년 학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서울대 노동자의 직고용 전환과 각 학교의 구조조정이 떠오르면서 학생들이 여성노조와 인천대학교 청소노동자의 현황을 알아보기 위한 간담회를 진행함. (동아리 및 총학생회) 과거 임금삭감과 인원충원 문제가 있을 때부터 총학생회 중심으로 연대했던 경험이 있어 빠르게 간담회 진행 가능했음.
  • 학교 본부 측에서는 기간제로 고용되어있는 조교 노동자들은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했지만 청소노동자에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황이었음. (인천대는 법인이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리) 심지어 약속했던 인원충원은 물론 용역업체와의 사업비를 동결함으로써 노동조건이 더욱 악화 될 수 있는 정황 역시 확인할 수 있었음.
  • 개강을 시작함과 동시에 3월부터 청소노동자는 매주 화요일 본부 앞에서 약식 집회를 진행함. 동아리와 학생회 중심으로 소수의 학생들이 결합하는 방식을 취해옴.
  • 청소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학생총회(3/29) 안건으로 상정했고 찬성 2662, 반대 11, 기권 21로 가결됨.
  • “비정규직 없는 인천대 만들기 공동대책위” 출범. (동아리, 단과대 중심) 노동절 맞이 대중 간담회와 총장실 앞 1인 시위, 플랑 게시 실천을 함께 함.
  •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은 비정규직 없는 대학이다” 학생연대 기자회견(4/23) 진행.

○ 식대의 삭감, 지속적인 노동조건 저하의 움직임
  • 5/10(목) 청소노동자들에게 발급된 월급명세서에서 10만원이었던 식비가 8만 7천원으로 삭감되어서 나옴. 조합원들이 본부 시설과로 찾아가 학교 관리감독관과 용역업체 소장을 만났지만 임금 협상이 끝나지 않아서 월급이 깎여 나온 것이라며 나중에 소급해서 지급할 것이라는 말을 전해옴.
  • 5/11(금) 아침 9시 재 항의 방문을 하였지만 진전된 결과가 없어 총장실 앞에서 한 시간 이상 구두 항의를 진행함. 삭감되었던 교통비는 곧바로 입금 됨. 2016년 과거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삭감이 단행 되었을 때 당시 신임 총장이었던 조동성은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근로조건 저하는 없을 것이란 말을 구두로 했었음.
  • 올해 초, 사업비를 용역업체에 넘겨졌다는 이유로 임금삭감이 감행될 뻔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는 상황. 이는 간접고용을 통해 용역업체 입찰자체를 비용절감의 논리로 사고하고 시행하는 대학본부의 상황적 조건이 지속되는 이상 계속될 수밖에 없음을 확인함. 임금삭감이 시도되었던 현 상황과 과거 반복되었던 사건들, 인원충원이 시급한 청소노동자들의 노동 강도 등의 내용공급을 적극적으로 학생사회에 공급하여 직고용이 필요하다는 설득을 해나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확인함.
  • 총장 면담(5/14) 진행. 노조와 학생들 함께 참여. 여성노조에서 1) 과거 총장의 약속에 대한 책임(용역업체 임금삭감) 2) 용역 업체의 관리 감독 3) 인원 충원 4) 근로조건 저하 없는 직고용 실현 요구.
  • 1,2는 의미 없는 말 반복 함. (앞으로 주의하겠다, 전달이 잘 되지 않은 것 같다 등) 3번은 TF팀을 꾸리겠다고 했으나 실행의 계획을 밝힌 것이 아니라 당장의 요구에 대한 답변으로 보였고 직고용 로드맵 역시 이제야 학교 측에서 준비를 시작하겠다는 전망을 냄. (로드맵 별첨)
  •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논쟁이 일어나고 있음. 오히려 관심이 늘어났고 실질적으로 가능하다는 선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 함. (ex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소란스러움에도 멈출 수 없는 이유, 전환 여력이 가능한 학교 상황, 문재인 정부의 정책으로 말미암아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 청소노동자의 노동으로 유지되는 학생들의 교육권 등)
  • 공대위 체계를 총학생회와 여성노조와 함께 하는 상시적인 체계로 꾸릴 필요성을 느껴 전환하게 됨. 선전 중심으로 계획 진행 중에 있음.
  • 축제 선전전 진행함. (5/28-31) 서명 약 2500개 받음, 카드뉴스, 선전물 발간.

2. 청소노동자 요구안


요구 1. 근로조건 저하 없는 직고용 전환

 2017년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천대학교는 학내 비정규직의 직고용 논의와 전환을 추진하고 예산을 지원 받아야 마땅했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정규직 전환 논의를 시작하지도 않은 채, 또다시 용역업체 입찰을 진행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이것은 직무유기입니다. 대학본부는 간접고용으로 고용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며,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2달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안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임금 삭감, 고용불안 등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오직 직고용으로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인천대는 현재보다 나은 임금, 인원, 정년 등의 근로조건으로 직고용 전환 할 수 있습니다.

요구 2. 인원충원 즉각 실시

 청소노동자 52명이 송도캠퍼스의 30개 건물을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공대 8호관처럼 한 건물이 A, B, C동으로 나눠져 있는 것을 생각하면, 한 건물을 한 두 사람이 맡아서 청소하는 것입니다. 이전의 제물포캠퍼스나 인하대학교를 비교해보아도 한 사람은 한 층 정도의 청소 구역을 맡아야 합니다. 1개의 층을 청소하려면 약 3시간 20분이 소요됩니다. (화장실 청소 1시간~1시간 20분, 쓰레기 정리, 구름다리 30~40분, 강의실 5~7개 30~40분, 계단 20~30분) 청소노동자들은 새벽부터 쉬는 시간 없이 청소를 하지만, 한 사람의 담당 구역이 너무 넓기 때문에 손길이 닿지 못하는 곳들이 생기게 됩니다. 이는 곧 우리의 학습권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우리의 깨끗한 학습공간을 위해, 청소노동자들의 상식적인 노동환경을 위해 인원충원은 즉각 실시되어야 합니다.

요구 3. 임금 인상 보장

 현재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학교는 청소노동이라는 중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마땅하고, 직고용 전환을 통해 충분히 재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간접고용으로 11개월 동안 1억 5천만 원이 용역업체의 이윤으로 소모되고 있습니다. 직고용 전환으로 불필요한 용역업체의 비용을 청소노동자들에게 돌아가게 한다면, 기존 예산에서 큰 조정 없이도 임금 인상이 가능합니다. (1억 5천만 원을 청소노동자 60명에게 돌려준다면, 인당 약 22만원의 월급 인상이 가능) 최저 임금도 17% 인상되었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의 임금도 인상되어야 마땅합니다.

부록. 인천대학교 용역직(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로드맵


일 정추진사항세부사항
2018.05월 ~ 07월비정규직(용역직)
정규직 전환 TF팀 구성
구성
  • 단장: 사무처장
  • 팀원: 인력개발팀장 및 실무자, 시설과장 및 실무자, 총무과장, 기획예산과장, 소비자생협 운영국장
주요내용
  • 전환여부, 시기, 추진방안 등 논의
  • 정부의 정규직 추진지원단 전환・설계 컨설팅팀(중부청) 지원 및 협조
전환 결정 시 종합추진계획 수립
2018. 08월 ~ 09월노・사 협의 진행전환대상, 방식, 채용절차 등 협의
2018.10월 ~ 2019. 02월노・사・전문가 협의체 구성
  • 구성: 20명 이내(노측 10명 이내)
  • 주요내용: 대상인원, 처우 등 협의
전환대상, 방식 등 확정
2019. 03. 01정규직 전환 시행



2부. 대학과 노동



학내 노동자들의 일상과 투쟁 경험 과정에서 노학연대의 의미(전국대학노조 서울대지부)



대학의 지식 생산과정을 바탕으로 본 대학과 노동, 노학연대의 의미(한국비정규교수노조)



지금, 다시 노학연대의 의미와 방향(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


1. 불안정 노동의 시대와 노학연대


 ‘비정규직’, 곧 불안정노동은 2018년 지금 노동을 이해하는 핵심적 문제다. 지금 거의 모든 노동은 불안정의 문제에 빠져있다. 이는 노동자를 차별하고 위계화 하여, 자본의 입맛에 맞게 인간을 도구화하는 과정 그 자체다. 노동의 불안정은 곧 삶의 불안정이며, 끝없는 경쟁과 자기계발의 요구에 내몰린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의 원인을 자신과 주변의 타인들에게서 찾고 있다. 우울,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착취가 만연한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꼭 짚고 넘어가야할 시대적 과제다.

 대학생 집단은 이미 다양한 노동을 수행하고 있지만, 전일의 삶을 노동에 투여하는 노동자 집단과는 구분된다. 학생들은 대학에서의 학업을 수행하는 동시에, 일종의 예비 노동자적 지위를 갖는다. 이렇게 대학생의 지위에서, 노동자와 연대하는 것을 우리는 ‘노학연대’라고 불러왔다. 노학연대는 7, 80년대 노동운동을 확산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고, 다수의 학생 출신 노동자, ‘학출’이 탄생했으며 지금까지 그 영향이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가시적 노학연대는 90년대 이후 쇠퇴했으며, 지금 노학연대라는 말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물론 최근 각 대학의 청소노동자 해고 철회 투쟁을 계기로 노학연대가 다시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도 지난 몇 년간 음대 시간강사 해고, 비학생조교 해고 철회에 연대한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들은 노동자와 학생이 함께 연대했을 때 대학이라는 공동체를 바꿔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지금 다시 노학연대를 고민하는 데에는 몇 가지 난점이 존재한다. 첫째로 시혜적 관점을 넘어서야 한다. 대학생들이 노동자를 접할 때, 노동자는 불쌍한 존재이며, 대학생이 그들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노동자와 계급적, 경험적으로 괴리되어 있는 상황과 사회적으로 노동자를 이해하는 편견에서 기인한다. 물론 노동자가 겪는 사회적 차별은 분명하지만, 그 원인은 노동자 개인이 아니라 사회에 있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는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 함께 고통 받는 존재, 그래서 함께 싸워나가야 할 존재다. 둘째로, 노동자 대상화를 극복해야한다. 이는 앞의 시혜적 관점과 분리될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80년대 대학생은 노동자를 사회변혁의 주체로 호명했지만, 정작 노동자들의 삶과 그들과의 관계를 고민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일례로 학출 노동자들이 ‘신성하다’고만 생각했던 노동자들의 게으름과 욕설을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는 일화를 들 수 있겠다.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 개인적 특성과 삶의 맥락을 무시한 추상적 이론들은 설득력을 갖기 어려웠고,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자주 충돌했다.

 마지막으로, 노학연대가 갖는 정치적 가능성과 영향력을 고민해야 한다. 노동자와 학생이 함께 어떤 사회적 투쟁을 만들 수 있는가? 단순히 노동자 문제, 학생 문제를 더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가? 선언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노학연대를 통해 대학과 사회를 바꿀 수 있고, 양자가 모두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우리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관철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동시에 노동자의 삶을 적극적으로 가시화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노동자와 학생이 함께 처한 차별적 구조가 무엇인지 밝히고, 각자의 요구를 자신의 것으로 사유하고, 또 공통의 의제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핵심 노동정책으로 내걸었다. 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되었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대부분 무기계약직 등 기존의 정규직과 다른 고용조건에 처해있다. 혹은 직무급제를 중심으로 차별받아도 되는, 가치가 낮은 직업을 구분하고 있다. 바로 얼마 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개악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표면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있지만, 노동자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이윤을 얻는 자본주의적 착취는 여전히 굳건하며 그 모습을 바꿔가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 노학연대의 현재적 의미를 다시 되돌아보는 것은, 반복되는 불안정노동의 사슬을 끊어낼 강력한 힘을 상상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불안정노동, 취업난, 대학기업화, 차별과 경쟁 등 노동과 교육이 촘촘하게 얽혀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를 총체적으로 바꿔내기 위해서는 노학연대가 다시 필요하다. 우리의 고통에서 출발하여 노동자와 학생 모두의 가능성과 미래를 상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2. 의미


 노학연대의 의미를 사고하는 것은 노동자와 학생이 어디서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좁게는 대학에서, 넓게는 국가와 사회 전반에서 연결되어 있다.

1) 공동체적 관점
: 대학의 ‘박탈당한’ 존재인 노동자와 학생이 함께 대학을 바꾸는 과정, ‘노학연대’

 흔히 대학을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부른다. 대학에는 교수들과 학생들이 있고, 수업이 열리고 연구실이 운영된다.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물신성 속에 가려져 있지만, 사실상 수많은 노동자들의 착취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마치 대학에는 노동이 없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매일의 대학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동은 필수적이고, 대학들은 스스로의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를 착취한다.

 특히 이 중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는 시민권을 박탈당한 존재다. 많은 대학에서 청소나 경비 업무 등을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대학에 직접 고용된 것이 아니라 하청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된 경우가 흔하다. 이로써 그들은 그 대학의 직원이라는 지위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어디에서 쉬고, 무엇을 먹는지, 언제 출근해 언제 퇴근하는지는 대부분의 대학 구성원들에게 무지의 영역이다. 대학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노동자의 착취 위에 발 딛고 있는지는 철저히 은폐된다.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대학은 ‘자신의 공간’이 아니다. 대학은 그들을 대학 운영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학은 이들의 노동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모든 노동이 필요하다는 ‘노동의 연계성’과 ‘평등성’의 개념을 확인해야 한다. 대학은 정규직 교수 혼자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 노동자, 식당 노동자, 사무 노동자, 연구 노동자, 학생 등 모두가 자기 역할을 할 때 합동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모두가 이 대학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다. 핵심과 비핵심 노동이 있는 게 아니다. 모든 노동은 핵심 노동이며 필요한 노동을 하는 이들의 노동은 자율적이어야 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노동의 연계성과 평등성이라는 원칙을 확인해가는 것이 바로 노동자-학생 연대의 공동체적 관점에서의 의미다. 특히 노동자 간의 위계를 심화시키고, 이를 경쟁 이데올로기로 정당화시키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노동에 관한 왜곡된 인식을 시정하고 그 가치를 함께 확인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진다.

 또한 노동자와 학생은 대학을 하나의 공동체로 바라보며, 그 공동체의 운영에 관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수 있는 관계에 있다. 노동자-학생 연대활동은 그러한 공동체적 ‘정치활동’의 시작이다. 현재의 대학에서 노동자와 학생은 모두 ‘박탈당한’ 자다. 대학의 통제권은 대학을 물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재단, 이사회와 총장 등 일부에게 집중되어 있고 그들은 대학을 학생과 노동자에게는 적대적인 방식으로 운영해 나간다. 임금과 고용조건을 악화시키고 학문을 구조조정하고 학생의 권리를 위협한다. 결국 점점 더 경영자의 입맛에 맞게 수익 중심으로 운영되어가는 대학에서 학생의 권리가 후퇴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처지가 악화되는 것과 근본적으로 같은 방식, 같은 이유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왜 학생과 노동자가 대학에서 같은 꿈을 꿀 수 있는 존재인지가 더욱 명확해진다. 교육으로부터 소외되고 노동으로부터 소외된 학생과 노동자는 그렇기에 이 대학이라는 공간 안에서 연대의 공동체를 꾸릴 수 있는 잠재성을 갖고 있다. 재단, 이사회, 총장 등이 독점하고 있는 대학 통제권을 학생과 노동자의 손으로 되찾아 오는 것, 그리고 함께 공동체의 주체로서 대학을 민주적이고 평등한 곳, 교육의 공공성과 학문/연구의 사회적 가치가 살아 숨 쉬는 곳으로 재구성해나가는 것이 대학에서의 노동자-학생 연대활동의 과제다.

2) 노동시장적 관점
: 노동시장과 교육현장이 공유하는 ‘차별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정책들을 보면 노동자를 위계화하고 차별하는 방법은 정규직/비정규직의 차별로 한정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종종 정규직인 것처럼 포장되지만 항상 ‘진짜 정규직’과는 차별받고 있는 무기계약직, 그리고 정규직들 사이에서도 ‘정당한 차별’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직무급제 등, 노동에 관련된 차별은 다양한 양상을 보여 왔고, 앞으로도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는 노동자(또는 예비노동자)를 평가하고 줄 세워 ‘능력에 맞는 일’을 주고 ‘능력에 맞는 임금’을 준다. 분명 특정한 업무를 더 잘 수행하기 위한 능력이라는 것은 존재하고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업무’, ‘더 중요한 능력’은 단지 기업이 그들의 필요에 따라 설정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일 뿐이고, 실제로는 그들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일과 덜 중요하다고 말하는 일이 말하는 일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에야 각각의 노동이 모두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러한 차별이 자의적인 위계화에 근거한 것임을 깨닫는다면 극복의 가능성 또한 생각하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그런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조차 실패하게 된다. 이는 한편으로 그런 차별이 우리 사회의 노동현장 모든 곳에서 지배적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전반에서 ‘경쟁’과 ‘경쟁의 결과에 따른 차별적 대우’라는 두 개념이 기본적인 논리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경쟁이 존재하면 그 결과로 차등적인 보상이 주어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반대로 어떤 차별적인 대우를 스스로 경쟁의 결과물로 정당화하기도 한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인데, 왜냐하면 오늘날의 정규교육과정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 사실상 단일한 것과 마찬가지인 주입식 교육과 ‘학업성취도평가’의 굴레를 씌우고 있으며 그들의 인생은 이 ‘학업’의 성취에 따라 상당한 부분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전사회적 차원에서 노동에 대한 차별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학생들 또한 학교에서 부당한 차별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 점은 고등교육 또한 크게 다를 바 없어서, 대학은 취업의 시기에 제시할 좋은 성적과 ‘스펙’을 만드는 과정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지금의 교육은 이렇게 한편으로 차별적인 노동시장 속에서 학생들이 각자 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예비하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교육 자체에서의 차별을 통해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을 암시하고 그 이데올로기에 순응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이러한 교육은 마침내 대다수의 학생들이 자신의 불행을 경쟁에서의 패배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결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이러한 차별과 경쟁이 공정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근거의 꽤 많은 부분을 노동현장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이 이데올로기는 거짓되거나 왜곡된 믿음에 근거하여 유지되는 부분 또한 큰데, 이 왜곡된 믿음을 부정할 수 있는 경험을 우리는 노동자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저임금 노동자는, 흔히 사람들이 말하듯 그의 업무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므로, 임금을 적게 받고 고용불안에 시달려도 되는가? 실제로 현장에서 이뤄지는 차별이 그 사람들의 노동의 가치와 능력에 다라 정당화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답을 우리는 노학연대의 경험 속에서 얻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노동자에 대한 차별뿐만 아니라 학생들에 대한 차별에도 맞설 수 있게 될 것이다.

3) 지식권력의 해체와 대학 공간의 정치화

 마지막으로 노동자-학생은 대학의 위선과 지식권력을 고발할 수 있는 주체라는 것을 중심으로 논의해보고자 한다. 평소 대학은 현실 사회에서 한 발짝 떨어져 세상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곳, 언제나 진리를 향해 정진하는 수도자들의 공간처럼 묘사된다. 실제로 대학 구성원이나 교수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상 대학은 한순간도 시대와 연관하지 않을 수 없으며, 어떤 연구를 수행할지, 대학을 위한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지, 대학 내 공동체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관해 매순간 치열한 정치적 결정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그럼에도 ‘연구와 교육’이라는 모호한 비전들 아래 그것을 정치적으로 사유하고 갈등하는 것은 은폐되어, 표백된 교육만이 남는다.

 대학의 지식은 지금 어느 곳을 향하고 있는가? 적어도 학생과 노동자, 인권과 노동을 향해있지는 않다. 학생과 노동자는 의사결정구조에서 배제된다. H교수를 비롯한 수많은 사건에서 학생에 대한 인권 침해는 묵인되고, 노동자는 집단해고 당하거나 간접고용, 비정규직 차별 등의 불안정에 매일 시달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나 ‘선한 인재’와 같은 교육・연구 이념에 따른 비용과 쉬지 않고 짓고 고치는 건설비용은 막대하게 사용하지만, 인건비는 어떻게든 줄이려고 안달이다. “서울대는 2013년 148억원, 2014년 126억원 등 최근 3년간 274억원에 달하는 인건비를 다른 사업비로 전용해서 사용했다. 그 중 시설비로 전용한 예산이 2013년 148억원, 2014년 112억원으로 2년간 총 2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의 시설비 예산은 매년 540억원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인건비를 시설비로 전용해 사용한 것은 서울대가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 문제 해결에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2015년 국회의원 유기홍 의원실 국정감사 보도자료 (2015.8.18.)

 모두 시대의 지성을 자처하고, 수많은 연구논문이 발표되고 세미나가 개최되는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이런 부당함은 권력을 가진 소수 교수진이나 이사회 등 대학 지배자들에 의해 통제, 승인되며, 구성원의 권리는 대학의 공동 목표인 교육과 연구를 위해 부차적으로 미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정당화된다.

 대학 내부에서 눈을 돌려 대학이 작동하는 방식을 봐도 그렇다. 현대 사회에서 지식은 기술 발전과 실질적 생산력을 담당하고, 한편으로 체제를 좌우하는 이데올로기로도 작용한다. 대학은 곧 지식 생산 기관이며, 누가 대학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그 역할이 달라진다. 세계 대전 시기 대학은 무기 개발과 전쟁 수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전쟁을 미화했다. 이후 고등교육과 대학의 확장은 대학 재정 부담을 키웠고, 세계 경제의 신자유주의적 흐름에 발맞춰 국가는 교육과 대학을 시장과 민간에 맡기는 교육 정책을 펼쳤다. 대학 재정의 대부분을 국가의 시장지향형 재정지원사업과 민간 기업에게 맡기는, 바야흐로 ‘대학기업화’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업화의 시대 대학은 시장친화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연구와 교육과정에도 적극적으로 경쟁과 차별을 도입하고 정당화했다.

 지금 서울대도 이와 다르지 않다. CORE 사업(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 서울대의 코어 사업은 산업수요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으나, 전국적으로 보았을 때 분명히 산업수요 맞춤형 기조를 갖는 사업이다. 때문에 전국적인 코어 사업의 경향에서 서울대가 유독 예외적이라는 것은, 서울대의 특권적 지위를 고려하여 해석되어야 한다. 그러나 서울대는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 나아가 당장의 재정지원을 위해 무계획적으로 사업이 진행됐다는 것이 이후 체계적이지 않은 전공 및 프로그램 운영에서 드러나고 있다.

 과 같은 정부재정지원사업을 무비판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학생들의 반대에도 강행하여 건설되고 있는 시흥캠퍼스에는 대기업과 연계한 연구소가 대거 들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학내에 이러한 연구경향이 바람직하고 가치있는 것인지 검토하는 집단은 없다. 대학 본부의 회의록과 몇몇 교수의 사업계획서만을 통해 사업들이 결정되며, 무계획적이고 비용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업들과 관련된 노동자와 학생은 또다시 불안정한 노동과 과장광고된 질 낮은 교육에 직면한다.

 이러한 지식 권력에 정면으로 저항할 수 있는 것이 노동자-학생 연대다. 대학 내에서 가장 착취 받는 이들은, 대학의 역할에 대한 지식권력적 환상을 고발할 수 있다. 대학 내 비정규직 문제, 학생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곧 학내 예산과 의사결정의 우선순위를 노동자-학생으로 돌리고 이를 방해하는 번지르르한 교육・연구 사업의 실체를 알리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구체적으로 경쟁과 차별을 능력주의와 자기계발로 내면화하고, 정규직에 대한 비정규직 차별을 어쩔 수 없는 것, 서로가 양보하고 나가야하는 것이라고 아름답게 치장하려는 시도를 끊어내는 것을 말한다.

 나아가 이렇게 대학이 노동자와 학생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 나아가 지식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의미를 제시할 수 있다. 우리는 대학이 가르치지 않는 것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 대학과 대학 내 구성원들을 정치적 주체로 세우는 것, 대학을 정치적 공동체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노학연대를 통해 가능하다.

3. 무엇을 할 것인가?


1) 대학 공동체 안에서

 대학 안에서 노학연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노동자와 학생 간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대학에서 노동은 은폐되거나 공공연한 비밀처럼 존재한다. 이때 학생과 노동자는 영향을 주고받고 하나의 공동체를 꾸려가는 구성원임에도 서로의 관련성을 파악하거나, 서로가 유의미한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노동자-학생이 새로운 공동체를 향한 관계를 맺는 일은 대학이 매일의 노동을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것, 즉 노동을 가시화하는 작업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발표하거나 노동현장 르포를 작성하는 등의 일을 통해 노동의 문제를 구성원들에게 환기시키는 것, 근로 장학생이나 대학원생들의 ‘노동’을 논의하거나 학생들의 알바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 학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인터뷰 하는 일 등이 있을 수 있다.

 노동의 가시화 작업을 통해서 노동자와 학생이 공동체적 관계 맺기를 시작한 이후에는 노학연대의 의미를 확인하고, 그를 통해 품앗이를 넘어 서로가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나설 수 있는 연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상호연대부터 시작할 수 있다. 학생들은 노동자의 투쟁에 시혜적인 시각을 넘어, 같은 공동체 구성원이 공동체를 바로 세워내는 싸움이기에 함께 할 수 있다. 동시에 노동자들은 학생들의 투쟁에 ‘어린 친구들이 고생하니까’를 넘어, 학생이 권리를 보장받고 주체가 되는 대학에서 비로소 모든 구성원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기에 함께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는 서로의 투쟁을 단순히 ‘지지’하고 연대 성명을 내거나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함께 할 수 있는 의제를 발견하고 싸워나가는 일이 될 것이다.

 한 번의 투쟁을 넘어선 장기적인 관점으로 노학연대를 고민하는 작업은 상설연대기구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으로 가능할 것이다. 연대기구를 통해 학생과 노조가 상시적으로 소통하며, 서로의 현안 아래의 공통기반을 찾아가고 그에 대한 대안적 정책연구를 하는 것이다. 최근 비서공에서는 생협 조리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를 다루며, 동시에 학생과 다른 구성원들의 생활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식당의 문제를 고민하며 이것의 공통 원인인 생협의 운영상황, 재정상의 문제를 연구하고 생협 직영화, 이익잉여금의 공동체적 사용 등의 대안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비서공이 이와 같이 생협에 대한 대안을 고민할 수 있게 된 것은 비서공이 한 번의 투쟁, 현안에서 노동자와 연대하는 것을 넘어, 상시적으로 노동의 문제를 학생과 노동자가 함께 고민하는 상설연대기구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생협 의제를 다루며 깨달은 것은, 상설연대기구를 통해서 학생이 노학연대에서 자신의 역할을 발견할 수 있고, 노학연대에서 수동적인 위치에서 벗어나게 되며, 이때의 노학연대는 ‘관심을 기울이고 도움을 주는 것’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노동 문제에 있어 당장의 이슈나 현안에 주목하는 것과 더불어, 그 문제에서 발전하여 비판적으로 사회 현상을 검토하고, 이론적 분석을 통해서 대학과 사회에 대안적 정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때 학생들은 노학연대의 과정에서 조력자에서, 함께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는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정리하면, 대학내부에서 노학연대를 위해서는 1) 노동을 가시화하고 2) 상호연대를 통해 서로가 유의미한 관계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고, 3) 노동자-학생의 상설연대기구를 마련하고 이를 체계화함으로써 노동자와 학생이 서로 수동성을 극복하는 공동의 의제와 투쟁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2)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앞서 다뤘듯이 대학의 노동문제는 대학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대학과 노동시장은 연장선상에 있으며 이 사회가 노동문제를 다루는 방법과 맥락이 고스란히 대학에서의 노동문제에 녹아든다. 따라서 대학에서의 노학연대는 대학 울타리 너머의 사회로 관심을 확장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대학 안에서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의 문제를 다루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 서울대 내에서 고용안정을 넘어선 진짜 정규직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기만적인 정규직화 정책을 논의하고 비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학연대를 함에 있어 각 대학 안에서 공론화를 해내고 대학 당국과 싸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결국 문제를 정말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같은 문제를 경험하는 각 대학의 학생과 노동자들이 대학의 담장을 허물고 공동의 움직임을 만들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서 예를 들면 각 대학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정부가 책임지고 대학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며 대학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 정치적으로 의제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대학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기에, 대학 바깥에서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함께 비정규직을 사회적으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비서공이 초・중등학교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을 방문하고, 함께 교육현장에서의 비정규직이 왜 문제인지를 알려볼 수 있다.

 정리하자면 노학연대에 있어 1) 문제의 원인, 구조인 사회를 향해 관심을 확장할 필요가 있고, 2) 같은 문제를 경험하는 주체들과 공동의 투쟁을 만들고 3) 사회적, 정치적 의제화를 할 필요가 있다.

3) 대학의 역할을 고민하며

 마지막으로는 대학이 사회에서 지식과 기술의 생산을 담당하는 기관임을 고려했을 때, 대학이그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방식을 비판하고 폭로할 필요가 있다. 대학과 기업이 실질적으로 유착되어 있고, 그래서 대학이 기업의 외부 기관처럼 기술을 연구하고, 그를 기업이 독점하게 만든다든지, 혹은 친기업적 이데올로기와 이론을 생산한다는 지점을 폭로하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이런 상황들이 대학이 재정상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학을 기업적으로 – 위험부담을 줄이고 이익과 효율을 극대화 하려는 – 운영한다는 사실을 지적해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대학 내부의 산학협력단이나 기술지주회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기술 생산의 대안적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의 지원이나 임대료가 아닌, 공적 재정으로 대학을 운영하게 할 것을 요구하며, 기업적으로 운영되는 대학에서 나타나는 독점적, 폐쇄적 의사결정과정을 민주화하는 작업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