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올라도 내 임금은 그대로라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최저임금 ‘개악’을 멈춰라!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서울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장 내년, 최저임금이 15% 수준으로 인상되어도 아무런 인상효과도 경험하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국회가 오늘 본회의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조정하는 안건을 통과시키게 된다면 말이다.
임금 삭감을 장려하며 사용자의 편을 드는 최저임금법 ‘개악’
이번 법안의 핵심은 노동자들이 받아오던 월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숙식비, 교통비 등)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현재 노동자들은 직장으로부터 기본급 이외에 월 정기 상여금, 식대나 교통비를 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측이 기본급을 최대한 낮게 유지하기 위해 각종 수당을 도입한 결과다. 기본급은 야간수당, 특근수당 등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임금이기 때문에 기본급을 낮게 유지해야 노동자를 더 싼 값에 오래 노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복잡한 임금체계를 만들어 온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러한 기형적 임금체계를 비틀어 최저임금 인상조차 막겠다고 한다. 만약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임금 총액은 인상되지 않는다. 기존에는 기본급을 기준으로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확인해 왔으나, 이제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기본급을 인상하지 않고도 상여금, 복리후생비 등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면 된다.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또한, 기존 최저임금법에서는 2~3달에 한 번씩 나오는 상여금은 저임금 노동자의 한 달 단위 생계를 보장한다는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고려해 최저임금 산입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는데,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사측이 근로자 의견 ‘청취’만을 거쳐 모든 상여금을 월단위로 쪼개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된다. 요약하자면,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편법을 사용자 마음대로 실시할 수 있게 법적으로 보장해준 것이다. 참으로 사용자 친화적인 개정안이 아닐 수 없다.
최저임금은 올랐는데 내 월급은 그대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생존권 위협이다
대다수가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500만 최저임금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은 생존권의 문제다. 생활임금에 미치지도 못하는 최저임금이 사실상 최고임금의 기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활임금 보장은커녕 오히려 임금을 더 깎겠다는 것은 국가가 나서서 노동자의 고혈을 쥐어짜겠다는 것이다. 국회는 ‘연소득 2500만원 미만의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효과가 없’도록 법안 구성 과정에서 신경을 썼다고 하지만, 이는 분석 결과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최저임금만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저임금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타격은 더욱 크다.
예를 들어, 서울대에서 일하고 있는 통신・기계전기 노동자의 경우, 복리후생비와 상여금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될 경우 임금에 직격타를 맞는다. 최저임금 1만원이 실현된다 해도 임금 인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을 말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법 개악은 더 노골적으로 노동자를 착취하겠다는 정부와 국회의 선포와도 같다. 문재인 정부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라는 국정 과제는 최저임금 개악으로 인해 사실상 아무런 효과도 없는 정책이 된다. 기업에게 어떤 부담도 주지 않고 수치상으로만 ‘1만원’을 만드는 기만적인 처사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사회적 대화’를 내세우며 ‘노동존중’을 말했지만 결과는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권 위협이었다. 어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듯, “기업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조절”한다는 것이 이번 개악의 본질이다. 여전히 노동자에게는 양보를, 기업가에게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착취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빼앗지 말라! 최저임금법 개악을 멈춰라!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구호가 실제로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음을, 서울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말하듯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함을 알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은 서울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아무 의미 없는 공문구로만 남았고, 여전히 저임금 노동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정부와 자본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마주하고 있다. 이 문제는 비단 최저임금 노동자, 혹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학생들 역시 똑같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며, 우리가 노동시장에서 겪어야 할 불안정‧저임금 노동의 문제를 심화시키는 조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최저임금법 개악을 저지하는 데 함께 나서고자 한다.
문재인 정부의 기만적인 ‘노동존중’ 정책은 기다리는 것으로 우리의 권리를 찾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 차별과 경쟁 없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가진 자들의 세상이 아니라 노동자가 존엄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학생들도 함께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