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이주민 혐오 조장 말고 이주민들의 삶의 조건부터 개선하라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러다가 해도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되고, 전부 다 본국에 송금해버리고 하니까.”
지난 10월 27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농업 분야 인력 부족 대책을 논의하던 중 내국인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맥락에서 사용한 문장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악의적 혐오를 공적인 공간에서 대통령이 승인했다는 점에서 매우 문제적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미 농업과 어업뿐 아니라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업 등 취약한 노동조건 탓에 기피되는 분야와 침체된 지역 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이 수행하는 생산과 재생산 노동을 통해서 이미 상당한 경제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본국 송금을 이유로 내수경제에 그들이 기여하는 양이 적다고 문제 삼는 것은 노동자의 가치를 그들이 소비하는 금액으로 줄 세우려는 시도, 사람의 삶과 노동을 돈으로 환원하려는 위험한 발상이다.
이들 산업에서 내국인 비중을 늘리자는 취지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왜 해당 업종에서 내국인 노동자들의 비중이 줄어드는가. 낮은 임금, 위험한 환경, 고강도 장시간 노동, 불안정한 고용관계와 같은 구조적 문제로 인해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업종이 되었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들에 이주민 노동자들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이주민들이 본국 송금을 위해 한국 사회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노동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 채 외국인들에게 그 위험을 단순히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를 행한 결과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한국 정부는 고용허가제와 사업장 이동 제한과 같은 독소적 제도의 개선에는 무관심한 채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험한 노동 현장에 묶어놓고 방치하며 착취해 온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문제 발언을 정당하게 비판한 언론 기사에 대하여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었다고 주장하며 언론사를 압박했다. 이러한 압박으로 인해 해당 언론사는 부당한 혐오적 여론의 표적이 되었으며, 결국 해당 언론사는 기사 제목을 바꾸어야 했다. 이후로도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과 태도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10월 28일과 29일에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 정책이 “본래 취지를 벗어난 과잉으로 특혜에 이르거나 내국인 가정에 대한 역차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취업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뿐 아니라, 국내에서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어 이미 대한민국 시민권자로 영구적으로 정착한 이주민들과 그 자녀들을 ‘일반 시민’과 분리해서 타자화하고 혐오의 표적으로 세운 것이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다문화 가족 지원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인식 속에 다문화 가정 아동들과 이주민 2세 아동들이 겪는 공교육 통합과 정체성 발달의 난항, 일선 한국어교원을 비롯한 현장 노동자들의 고충은 찾아볼 수 없다.
사회적 약자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실질적인 평등을 누리기 위해 보장받는 권리를 특권이라 칭하며 그 특권을 누리지 못하는 ‘우리'가 그들에게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구도는 오랫동안 표적을 달리하며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혐오와 차별의 여론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제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민들의 차례에 이르렀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들을 시작으로 물밀듯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자국민 우선” 구호 속 외국인 혐오와 차별이, 오세훈 시장의 호응이 이를 여실히 방증한다.
이주민들은 통계로 환원될 숫자들도, 풀어내야 할 문제들도 아니다. 이미 우리 곁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서울대학교 학내에도 이미 이주민들이 다양한 삶으로서 존재한다. 한국어를 공부하러 온 어학연수생, 강의와 연구를 함께하는 유학생, 그리고 학생식당 배식대에서 마주하는 여성 이주민 노동자들에 이르기까지. 비서공은 우리의 이웃인 이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이재명 대통령을 규탄한다. 이 대통령은 10월 27일 이후의 모든 발언들을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그간 방관하여 온 고용허가제 등 이주민 노동 정책들을 개선하여 외국인 노동자들과 이주민들의 인권 보장에 선제적으로 나서라. 우리는 우리 곁에서 이미 함께 일하고 공부하며 살아가는 그들과 더불어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를 만들고 모든 차별이 없는 나라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