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받지 못한 노동의 흔적, 여전히 응답을 기다리는 기억
2019년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7주기, 2021년 사망 사건 5주기를 맞아
2019년 8월 9일, 서울대 공과대학 302동에서 근무하던 청소노동자 한 분께서 휴식 중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인이 돌아가신 ‘휴게실’은 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른 폭염으로부터 노동자를 전혀 보호할 수 없는 비좁고 열악한 공간이었습니다. 계단 아래 한 평 남짓한 간이 공간에는 창문도, 에어컨도 없었습니다. 환기도 되지 않았고 누군가 계단을 오르내리면 그 소리가 울렸으며 옆의 창고에서 기름 냄새가 새어 들어왔습니다. 노동안전과 건강권을 보장받을 수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고인의 죽음은 매일 10층 높이의 302동을 청소하며 학교의 일상을 유지해 왔던 한 노동자가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방치되어 일어난 사회적 타살이었습니다.
서울대 당국은 고인의 죽음이 ‘지병’에 의한 것이었다고만 말했습니다. 고령의 노동자를 열악한 휴게시설에 방치한 책임을 외면했고, 어떤 공식적인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전수조사를 통해 수십 곳의 휴게공간이 지하나 계단 아래 공간에 있거나 냉・난방 및 환기 시설을 갖추지 못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학생들과 노동자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휴게공간을 개선하라는 요구를 거듭했습니다. 사망 사건으로부터 1년여 뒤인 2020년 말에야 서울대 본부는 대대적인 휴게공간 개선 작업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늦었지만 302동을 비롯해 곳곳의 휴게공간이 환기와 냉난방이 가능한 공간으로 이전된 점은 분명 개선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동 현장의 요구를 충분히 청취하지 않아 실질적인 불편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최근에도 우리는 여전히 환기가 매우 미흡하거나 접근성이 부족한 휴게공간의 사례를 자주 목격합니다. 2019년 한 노동자의 죽음이 던진 질문은 여전히 응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21년 6월 26일, 관악학생생활관 925동 휴게실에서 또 한 분의 청소노동자분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후 관악학생생활관의 높은 노동강도와 위계적 인사관리의 증거들이 속속이 드러났습니다. 고인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196명 정원의 건물에서 100L 쓰레기봉투를 옮기는 청소업무를 혼자 맡았습니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학생들이 기숙사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며 배달음식 쓰레기 등이 늘어나 노동강도가 높아졌지만 노동자들의 인력 충원 요구는 묵살되었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이 회의에 참석할 때 정장 등 업무와 무관한 ‘드레스 코드’에 따를 것을 강요하며 회의 참석 복장을 품평하고,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와 한문으로 쓰게 하는 등 업무와 관계없는 필기시험을 실시하며 이를 근무성적평정에 반영할 것이라 주장하는 등 관악사에서 벌어진 강압적인 인사관리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윗선에 지속적으로 보고되며 진행된 위계적 인사관리는 중간관리자 개인의 일탈이 아니었으며 노동자를 통제의 대상으로 대해 온 대학의 체계가 가한 구조적 폭력이었습니다.
사망 사건 이후에도 서울대학교는 사과와 책임 인정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학생처장, 관악학생생활관 부관장, 행정대학원 B교수 등 일부 학교 관계자는 유족과 노동조합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며 비난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내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유족과 동료 노동자들이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요구를 이어나가는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관악사에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으며, 높은 노동강도와 사망 사이에 연결성이 있다는 근로복지공단의 조사 결과 고인의 죽음은 산업재해로 인정되었습니다. 당시 서울대 총장이 뒤늦게 사과하였으나, 중간관리자 징계는 윗선에 대한 책임 규명 없는 ‘꼬리 자르기’에 그쳤고, 갑질 예방 교육 등의 표면적 조치는 구조적 개선을 이루어내기에 불충분했습니다. 결국 유족은 서울대의 책임 인정을 요구하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서야 했고, 2024년 법원은 서울대가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관리 부실의 책임이 크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2019년과 2021년의 두 차례의 죽음을 초래한 것은 노동자의 안전과 존엄을 보장하지 못한 서울대학교의 노동조건이었습니다. 서울대가 노동자를 대하는 방식과 차별적 고용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모든 구성원에게 안전한 일터가 될 수 있습니다. 2018년 청소미화 직종 등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직고용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고 이어져 온 각종 차별은, 시설노동자 안전을 위한 관심과 투자를 부차화했으며 위계적이고 강압적으로 노동자를 통제하는 인사관리가 곳곳에서 이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더군다나 관악학생생활관과 같이 총장발령이 아니라 기관장발령으로 청소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 노동자의 건강에 위험이 될 정도로 인력이 부족함에도 대학본부와 기관이 책임을 미루는 가운데 인력 충원이 이루어지지 못해 왔습니다. 고용과 노동조건에서 재생산되어 온 차별을 시정해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일터를 만들고, 대학본부가 책임지는 인력 충원으로 노동자 건강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시설관리직원 뿐 아닙니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의 식당・카페・매점・기념품점 노동자, 그리고 여러 단과대와 기관들에서 기관장발령으로 고용된 ‘자체직원’ 행정사무 노동자들 또한 분절된 고용형태 속에 일해 왔습니다. 그 속에서 일상적인 차별과 모멸을, 때로는 대학본부의 책임 부재로 인한 노동과정에서의 위험을 직면해왔습니다. 인사발령 일원화로 차별적 고용구조를 개선하고, 모두가 안전하게 그리고 평등한 대학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일하고 있다는 감각을 가능케 하는 것은 모든 노동자에 대해 대학이 마땅히 져야 할 책임입니다.
2019년 공대에서, 2021년 관악사에서 세상을 떠난 두 청소노동자분을 추모하고 기억하길 멈추지 않겠습니다. 서울대학교가 두 사람의 “사소하지 않은 죽음”이 남긴 과제를 외면하지 않기를, 위험하고 차별적인 노동조건을 개선하라는 목소리를 책임 있게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더는 한 사람의 노동자도 떠나보낼 수 없”기에, 응답받지 못한 노동의 흔적을 잊지 않고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