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연대하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전연서) 기자회견 결합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전장연에 연대하는 시민・학생 연대서명 결과 발표 기자회견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에 온 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 속에서 누군가는 ‘전장연 vs. 일반시민’이라는 프레임을 만들며, 이 사회의 시민들이 모두 전장연에 반대하는 것처럼 말한다. 전장연에 대한 반대만이 ‘문명’이라 말하며, 전장연을 지지하는 이들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존재하더라도 비정상인 것처럼 몰아간다. 그러나 전장연의 뜻에 공감하며 그들의 싸움을 지지하는 시민들도 분명 존재한다. 바로 여기 모인 우리 1,125명이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에 연대한다.
물론 우리 역시 하루빨리 시위가 끝나고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에 일부 공감한다. 그러나 그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민들’에는 반드시 장애인 역시 포함되어 있어야 함을 지적한다. 지금껏 비장애인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탔던 지하철이, 그로써 너무나도 당연하게 누릴 수 있었던 일상이, 장애인들에게는 허용되어 있지 않았다. 비장애인중심사회가 만들어 놓은 수많은 턱과 계단 그리고 온갖 제도화된 차별 속에서, 장애인들은 지하철을 탈 수 없었고 버스를 탈 수 없었고 학교에 갈 수 없었고 일할 수 없었고 투표할 수 없었으며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없었다. 이렇듯 오로지 장애인들에 대해서만 지연되었던 일상이 회복되어야 한다. 그것이 이루어지는 날이야말로 진정으로 시민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일 것이다. 장애인들은 시민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는 “그런데 왜 지하철이냐?”고 묻는다. “무고한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말고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가진 이들을 찾아 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오이도역 휠체어리프트에서 한 노부부가 추락해 숨진 이후 지난 20년간, 장애인들은 그 책임있다는 이들을 찾아 청와대에도 국회에도 기재부에도 가봤다. 한강 다리를 기어 건너기도 해봤고, 수십 일의 단식을 단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책임있는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은 언제나 “나중에”를 말하며 그들의 요구를 묵살해왔다. 그리고 그 묵살 속에서, 지연된 정의 아래서, 장애인들은 끊임없이 죽어왔다. 시설에서의 폭력에 의해, 보장되지 않은 이동권 탓에, 돌봄자에 의해, 혹은 그 모든 죽음을 만든 비장애중심사회에 분노하여 그 죽음의 연쇄를 자신의 죽음으로라도 멈추려는 결의에 의해. 동료들의 끝없는 죽음 곁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계속해서 싸워왔다. 그 끝에 이번에는 “지하철을 타자”라고 외치며 지하철로 나섰다. 이제는 동료 시민들이 그들의 곁에 서서, 그 책임있는 이들이 더 이상 그 죽음을 외면하지 못하게 압박할 때이다. 이는 그들의 선출에 책임을 가진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으로서 져야 할, 동료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지지한다. 그들의 방식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가능할지라도, 그 방식을 통해서 그들이 모든 동료 시민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지금 이 차별과 혐오의 사회에 너무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공감하며 함께 분노하는 시민들이 실존함을 보이기 위해 이렇게 연대서명을 통해 우리의 존재를 드러낸다. 바라건대 이 연대는, 익명성 뒤에 숨은 혐오가 감히 모든 시민을 자처할 수 없음을 드러내고, 고민하고 있던 또 다른 시민들을 설득해내고,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혐오선동과 시늉에 힘쓰는 대신 차별철폐라는 자신의 진짜 책임을 다하게 만들 것이다. 그로써 장애차별철폐가 실현되는 날까지, 우리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끝까지 연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