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학생생활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산재신청 기자회견 연대사


 고인을 떠나보낸 지 벌써 3개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고인의 죽음에 분노한 학생들과 노동자들 그리고 많은 시민들과 시민사회 단체들이 연서명으로 뜻을 모으고 요구안을 총장에 전달하지도 두 달이 다 되어갑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무엇이 변했는지, 서울대는 무엇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산재 신청 노무사의 조사에 형식적으로 협조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일을 제외하고, 유족과 동료들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대학본부와 총장이 한 일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기 어렵습니다.

 노동조합과 협의하겠다는 총장의 사과 입장문과는 정반대로, 현장 노동자들과 학교 측의 소통은 철저하게 노동조합을 배제하면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평조합원 노동자들이 기숙사 당국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기 자체가 어려운 조건 속에서, 노동자들의 휴일근무수당이 삭감되는 주말 업무 외주화 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외곽청소 인원을 직고용으로 확충해서 임금삭감 없이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실질적으로 낮추어달라는 요구는 묵살되었습니다.

 기숙사의 동료 노동자들은 임금을 깎아 외주를 돌리겠다는 전 안전관리팀장의 갑질에 대해 항의한 고인을 기억합니다. 고인은 임금을 하락시키는 조치는 노동조합과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지 이렇게 노동자들에게 협박해서는 안 된다고 의연히 항의했습니다. 고인이 떠난 이후, 고인의 뜻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기숙사가 더욱 일하기 힘든 일터로 변해가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무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많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는 고인을 기억하는 일을, 그리고 고인의 동료들이 더는 죽지 않고 퇴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는 누구도 떠나보내지 않을 수 있는 학교는 노동자와 학생 모두에게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비인간적 노동강도와 직장 내 괴롭힘 속에서 발생한 이번 사망 사건이 정당하게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되어야 합니다.

 얼마 전 서울대 인권센터에서 지난 사망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저희는 인권센터가 지닌 기본적 한계와 노동조합을 배제하는 특성으로 인해 인권센터 조사에 참여하지 않고 노사가 함께하는 공동조사단 결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인권센터의 조사도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했던 항목들을 인권침해로 인정하였습니다. 더군다나 민주일반노동조합 조합원이 아닌 기숙사 노동자들도 일관되게 925동의 지나친 노동강도에 대해 인권센터 조사에서 증언하였던 바 있습니다.

 제대로 인력충원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지나친 노동강도, 그리고 노동 통제적 인사관리와 갑질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그동안 그토록 건강했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떠나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산업재해가 정당하게 인정될 수 있도록 근로복지공단 서울관악지사에 객관적이고 올바른 조사와 판단을 요구합니다.

 매일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현실 속에서 조금이라도 이를 막아보고자 요구되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령이 누더기가 된 채로 통과되었다는 비보가 들립니다. 해당 법안의 시행령에 이번 사망 사건의 재발 방지를 보장할 수 있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었던 것을 생각해 볼 때 더욱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재발 방지와 처우 개선을 위한 요구가 처음부터 쉽지만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오늘은 산재 인정부터 제대로 이루어질 것을 요구합니다. 그것이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삶의 터전인 대학이 죽음의 공간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노동자와 학생들의 당연한 요구를 현실로 만드는 데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