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뉴스보도 〈청소노동자들에게 필기시험・드레스코드 강요한 서울대〉 인터뷰 출연
이홍구(故 서울대 청소노동자 남편): “아내의 실종신고를 하고 설마 그곳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그리고 경찰한테 그렇게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엘리베이터가 없는 기숙사 건물의 모든 쓰레기를 매일 혼자 치우던 아내. 코로나로 인해 배달음식이 늘며 쓰레기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인력 충원이나 근무환경의 개선은 없었다. 100리터짜리 큼지막한 쓰레기봉투를 매일 혼자 날라야 했던 아내는 6월 26일 토요일, 주말근무를 마친 후 휴게공간에 이불을 폈고 그날을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정시에 퇴근해 딸에게 선물로 옷을 사가겠다고 약속했던 아내.
이홍구: “딸아이의 기뻐하는 모습 때문에 2시에 마치려고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거보다 더 힘들었으니까…. 얼마나 피곤했으면 이불을 펴서 누웠고, 배고팠으니까 라면을 먹었겠죠. 굉장히 지쳤구나….”
일이 힘들다고 팀장에게 이야기했지만 돌아온 답은 “억울하시겠네요” 정도였다.
노조와 유족은 아내 이 씨를 더욱 힘들게 한 건 팀장의 부당한 지시와 관행이었다고 주장했다. 예고 없이 갑자기 치러진 필기시험. 조직의 명칭을 한자와 영어로 쓰라는 문제부터, 건물 준공 연도와 수용인원을 묻는 등 업무와 아무 상관 없는 질문이 가득했다. 심지어 낮은 점수를 공개해 노동자에게 모욕감을 주기도 했다. 시험에 대해 논란이 일자 학교 측은 외국인 유학생 응대에 필요한 소양이라고 해명했다.
이재현(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 대표): “기숙사 견학 오신 분들을 안내한다든가, 아니면 이제 기숙사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는 직원도 아니잖아요. 청소 미화 업무가 주 업무이신 분인데 업무와 전혀 무관한 시험이라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는 거고……”
이홍구: “지금 서울대학교에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자체를 상상을 못 하겠고. 업무랑 관계 없는 일들을 상대방에게 강요를 했잖아요. 아내 동료분이 울기도 하고 상처를 받았고….”
또 노동자들은 잡초 제거와 풀 뽑기 등 잡무에 대한 애로사항을 호소했는데 팀장은 임금 삭감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이홍구: “아내가 가장 분노했던 거는 (잡무를 하기 싫어하면) ‘임금을 깎아서 외주를 주겠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내가 바로 항의를 했거든요. ‘지금 우리를 협박하시는 거냐’고. ‘우리는 입사할 때 근로계약을 작성하고 들어온 사람들인데’….”
이뿐만 아니라 팀장은 노동자들에게 업무 회의용 드레스코드를 지정해 통지했다. 동료 노동자들은 고심 끝에 골라입고 갔지만 팀장에게 복장 지적을 받았다.
이재현: “팀장으로서의 업무에 대한 권력 관계가 있는 상황에서 굉장히 큰 압박이 될 수밖에 없는 거고, 또 이것이 평가의 감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조합원 분이 나뭇잎 무늬의 옷을 입고 갔는데 [팀장이] 마지못해 통과시켜주는 식으로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고 들었고. ‘최저임금 받고 일하는데 정장이라도 장만을 해야 되냐’ [노동자들이] 불만을 많이 제기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후 더 논란을 키운 건 학교 측의 대응. 서울대 학생처장은 ‘피해자 코스프레가 역겹다’는 글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결국 7월 12일 사의를 밝혔다.
서울대 곳곳에 마련된 추모공간. 서울대 학생들은 ‘죄송하다’는 말을 많이 남겼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 “사실 저는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되게 책임감을 많이 느꼈거든요. 학교 측에서 이 일에 대해서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마음의 멍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인의 남편 이홍구 씨는 노동자들을 조금만 더 살펴보았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홍구: “시험 볼 사람들은 우리가 아니다. 그거 하기 전에 왜 인권에 대해서, 갑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교육을 안 시켰냐는 거죠. 그걸 알았으면 이런 일들이 과연 일어났을까…. (아내에게) 당신만큼 잘할 수 없을 거 같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람을 위한 학교가 되어야
사회를 위한 대학이 되고
학문을 위한 대학이 된다고
믿습니다.
재발방지대책 및
학내 노동자 노동환경 개선 대책을
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