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를 막기 위한 85개 시민사회・학생・노동단체 연대 기자회견

공동성명: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 서울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서울대 당국은 비정규직 집단해고를 멈춰라!
서울대 당국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집단해고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며 공공부문 단계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를 환영했고, 이로써 자신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 년이 지난 지금, 그 결과는 어떠한가?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권고’에 그쳤으며, 정부는 정규직 전환 심사 여부를 각 기관 자율에 맡기겠다며 책임지기를 포기했다. 수많은 공공기관들은 여러 꼼수를 동원해 정규직 전환을 최소화하고 있다.
서울대도 마찬가지다. 서울대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단계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서울대는 정부 결정에 호응한다는 듯 2017년 초 청소 경비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 이후 서울대는 각 단과대・연구소 등 자체기관에서 근무하는 기간제 노동자들을 해고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심지어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조차 열지 않았다.
이는 서울대가 조직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막고 해고를 자행해온 결과다. 지난 2월, 정규직 전환 탈락을 통보받은 단과대 소속 노동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학교 측의 ‘무기계약 전환 기준 문건’이 폭로되었다. 이 문건에 따르면 학교 측은 “무기계약을 정년까지 원천 금지”하는 것을 자신들의 비정규직 노동자 관리 지침으로 삼고 있었다. 학교는 이 문건이 오래 전 작성된 것이며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했으나, 학내 기관 모두는 사실상 이 지침대로 움직이고 있다. 상시적 업무를 맡고 있는 노동자들을 2년 안에 전원 해고하고 있는 것이다.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서울대 비정규직 노동자들
서울대 당국이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는 동안 벌써 백 명도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기간만료를 이유로 해고당했다. 또한 계약만료가 다가오는 잠재적 해고대상자인 서울대 기간제 노동자들을 모두 합치면 800여 명에 이른다. 서울대 당국은 이들에게 ‘정규직 전환은 없다’고 말하며 대규모 비정규직 고용참사를 일으키고 있다.
서울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미 너무 오랫동안 열악한 노동환경을 참으며 일해 왔다. 언어교육원 한국어교육센터 노동자들은 매일 아침 학교로 출근해 저녁까지 업무를 보고 퇴근하지만 주 12시간의 강의시간만을 인정받는 시간제 노동자다. 길게는 27년 동안 한 곳에서 일해왔지만, 6개월마다 계약서를 새로 쓰는 기간제 노동자이기도 하다. 27년을 일하는 동안 임금은 단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 글로벌사회공헌단 소속 노동자들은 학생들의 대외 봉사활동을 기획하며 학생들을 해외 취약지역으로 인솔하는 안전 책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공헌단 측은 2년마다 해고와 채용을 반복하며, 경험이 쌓인 직원을 이유 없이 내보내고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 ‘인력 돌려막기’를 자행하고 있다. 심지어 작년까지 공헌단에서는 최저임금 위반, 시간외 근무수당 미지급, 포괄임금제 등 학교 측의 불법행위가 자행되기도 했다. 이를 시정한답시고 공헌단이 내놓은 대책은 사실상 시간외 근무 신고를 불가능하게 만듦으로써 수당을 수령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공헌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의 불안에 시달리며 문제제기조차 하지 못해 왔다.
서울대 비정규직 문제, 총장이 책임져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서울대의 입장은 참 한결같다. 긴 총장 공백기를 지나 얼마 전, 신임 오세정 총장이 취임했지만 여전히 정규직 전환 소식은 없다. 오세정 총장은 여전히 지난 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정규직 해고가 속출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물적 제한이 있어 모두를 한꺼번에 전환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서울대 당국이 한 쪽에서는 집단해고를 자행하고 반대쪽에서는 핑계를 대며 문제를 회피하는 동안, 이미 수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잃었다. 지금과 같은 지지부진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교에서 쫓겨나야 할 것이다.
오세정 총장은 혹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두 해고함으로써 비로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가이드라인을 완수하려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서울대 정부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힘써야 한다. 이미 서울대 내의 수많은 기관들이 의도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총장이 나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