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노동은 나의 일상입니다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과 연대합니다


 작년 초, 서울대학교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청소경비, 기계전기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 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학교가 모범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실시했다며 칭찬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학교 당국은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적 대우와 착취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시작된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의 전면 파업은 그 결과입니다. 본부는 ‘총장 공백’을 이유로 2018년 임금협상을 해가 지난 지금까지도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월 1일 취임한 신임 오세정 총장은 자기 잘못이 아니라며 임금협상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최소한의 생활임금을 위한 노동자들의 요구는 거부되고 미뤄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서울대학교의 일상을 지탱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노동자들의 생활임금 요구는 결코 무리하지도 과도하지도 않습니다.
비정규직-정규직 차별을 거부하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합니다.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적어도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적정임금은 받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이 당연한 요구가 몇 번이고 본부로부터 거부당한 뒤, 노동자들에게 마지막 남은 선택지는 파업뿐이었습니다.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하지만, 실제로 용역업체 간접고용 시절보다 처우가 악화되었습니다. 용역계약 시절에는 당해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서울대 본부는 올해 최저임금 이상은 지급하지 않겠다고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규직화 이후에도 각종 복지와 급여체계에서 비정규직 때의 차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비인간적인 노동조건과 저임금이라는 족쇄가 정규직화 이후에도 유지되고 있는 셈입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서울대가 들어줄 수 없는 무리한 요구가 결코 아닙니다. 노동자들은 직접고용 이전에 용역회사에게 주던 만큼의 돈을 노동자에게 직접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즉, 정규직화 이전에 들이던 비용만큼만 그대로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라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학교는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것조차 아님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생활임금 요구가 지나친 것처럼 치부하면서 노동조합의 양보안마저 거부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대했던 새 총장마저 책임회피로 일관했습니다. 결국 절박한 기다림 끝에 노동자들은 그토록 피하고자 했던 파업에 돌입하게 된 것입니다.

서울대 본부가 해결의지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합니다


 파업을 시작으로 몇몇 건물에 난방 공급이 중단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헌법은 노동자들에게 파업권을 포함한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파업이 본질적으로 사용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단이나마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압도적인 권력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파업이 사용자의 권리를 일정 부분 제한하고 공공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파업은 아무 때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법에서는 파업을 하기 위해서는 협상과 조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정해놓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노동자들의 ‘최후’의 수단인 셈입니다. 지금 우리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11번의 교섭과 2번의 조정을 거쳐 수없이 양보한 협상안을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요구가 묵살되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최후의 법적 수단인 파업까지 동원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불편함이 당장의 파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학교 측이 노동조합과의 협상에 제대로 임하지 않고 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안마저 걷어찼다는 사실이 놓여있습니다. 이러한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로 인해 노동자들이 결국 파업까지 내몰리게 되었다면, 그 불편함의 책임을 노동조합의 파업이 아니라 해결의지가 없는 서울대 본부에게 물어야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사태가 해결되어 정상적인 일상이 운영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학교 측의 해결의지이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노동자들을 지지합니다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우리 생활의 한 부분이 한 순간에 달라졌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그만큼 우리가 사용하는 학교시설 중에는 노동자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음을 방증합니다. 이는 그렇게나 중요한 노동이 이토록 차별적이고 비인간적인 노동조건 하에서 행해져왔음을 증명해주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파업 전까지 노동자들은 수개월 간 조끼를 입고 다니고, 집회를 열며 목소리를 냈지만 우리 중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이런 노동 실태가 유지되어 왔음에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낍니다. 파업에 돌입한 노동자들은 학생들이 겪을 불편함을 걱정하며 연거푸 죄송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답해야할 차례입니다. 우리는 당장의 불편함을 약자의 몫으로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무시로 일관해도 문제없는 권력에 맞서 노동자들의 곁에 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