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봄, 서울대에서 노동자-학생 연대를 말하다
송헤련: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고요, 지금 공과대학 건설환경공학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송혜련이라고 합니다.
윤민정: 안녕하세요. 저는 제36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이고 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의 학생공동대표 맡고 있는 윤민정입니다.
Q. 민정 씨에게 서울대의 비정규직 노동자란?
윤민정: 저에게 서울대의 비정규직 노동자란, 공동체의 가치를 알려준 사람들입니다. 사실 저는 그전까지 서울대학교도 하나의 공동체라는 생각은 별로 안 하고 살았어요. 그랬는데 그 분들이 싸우고, 또 그분들의 문제를 겪고, 거기에 학생들이 연대하는 과정이라던지, 아니면 학생들이 또 학교의 문제에 맞서 싸울 때 그분들이 모아준 관심이라던지, 이런 것 속에서 하나의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Q. 혜련 씨에게 서울대의 학생들이란?
송헤련: 한 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표현을 해 보면, 손이 많이 가는 친구? 손이 많이 가는 친구라고 하는 것은, 평소에 제가 도움을 많이 준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또 제가 힘들고 어려울 때는 그런 친구가 곁을 떠나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손이 좀 많이 가더라도, 계속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Q. 연대 활동을 하며 기억에 남은 일이 있다면?
윤민정: 저는, 작년 이제 비학생조교 총파업 투쟁 할 때 있었던 문화제인 ‘너의 편’에 갔던 게 제일 기억에 남는데요. 그 ‘너의 편’이라는 게, 엄청, 저한테, 많은 사람들한테, 학생들한테 와닿았던 말이었던 거 같아요. 왜냐면, 우리가 살면서 누구의 편을 든다는 게 되게 쉬운 일이 아니고, 보통 그런 걸 안 하려고 하잖아요. 나의 일이 아니면. 저는 그 날, ‘나는 저들의 편을 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저들의 편에 서는 것이 맞다’라는 생각을 되게 강하게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편을 드는 게 두렵지 않고, 편을 드는 게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경험이었어요. 그 날 비도 되게 많이 오고 힘들었는데, 되게 좋았어요.
송헤련: 저희가 본부 앞에서 해고 철회를 위해서 집회를 하고 있었어요. 그 당시에 시흥캠퍼스 문제로 본부 점거를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점거 하고 있던 친구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니까, 그 안에서 종이에 ‘비학생조교 해고를 반대합니다’를 적어서 유리창에 붙여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거에요. ‘누가 누구 걱정을 하나……’ 나도 힘들지만 저 친구들도 참 힘들텐데, 자기 문제뿐 아니라 자기보다 조금 더 소외될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힘을 나눠주는 친구들이 있구나. 우리 사회가 나만 알고 살았던 사회였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를 위해서 마음 써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Q. 2018년, 노동자-학생 연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송헤련: 저는, 이 시대의 노학연대란, 관계없는 사람들이 관계있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투쟁을 시작하기 전에는 저 개인만 생각하는 삶이 거의 전부였어요. 그런데 내가 어려워져 보니까, 그리고 내가 어려울 때 자기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애써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 말고 ‘우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윤민정: 저는, 많은 대학생들이 이 시대에 겪는 삶이라는 이라는 게, ‘경쟁’, ‘차별’ 이런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그니까 나만 알고, 내가 일단 급하고, 다른 친구, 혹은 다른 주위에 있는 아픈 사람들 이런 것들에 신경쓰기 이전에, 내가 너무 취업하기 힘들고, 내가 너무 학교 다니기 힘드니까, 그런 것만을 생각하도록, 세상이 그렇게 만드는 거 같아요, 우리를. 우리 개개인이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잖아요. 세상이 저임금 노동을, 불안정한 노동을, 비정규직을, 이런 걸 너무 당연한 걸로 만들어놓고, 똑같은 일을 해도 누구는 정규직, 누구는 비정규직 이렇게 만드니까, 우리가 살아남으려고 그렇게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처음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노동자 학생 연대라는 걸 하면서. 이 시대가 아픈 시대구나. 그리고 이 시대가 당연하지 않구나. 차별과 경쟁이 당연한 게 아니구나. 그리고 내가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구나. 이런 거를 돌아볼 수 있게 하면서 우리들이 변하고, 좀 새로운 같은 꿈을 꾸는 그런 일이 가능한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비정규직 노동자분들이랑 학교에서 연대활동을 하면서 같은 학교를 꿈꾼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일인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