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총장선거 관련 취재 대응
“학생식당 노동자들은 학내 구성원이 아닌 걸까요.”
서울대학교 20년차 행정 직원(무기계약직) ㄱ씨는 총장 예비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며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총장 선거에 나올 정도의 교수님들이면 동일 업무를 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학내 노동 문제를 가볍게라도 들어봤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직원마다 다른 조건이나 처우 개선 내용은 없었습니다.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7일 서울대 총장 예비 후보자 정책평가(정책평가)가 열렸다. ㄱ씨를 비롯한 서울대 무기계약직 노동자(자체 직원) 2천여명은 다른 학생·정규직 교직원과 달리 ‘정책평가’에 참여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정책평가는 무작위로 선정된 교원과 직원, 사전 등록한 학생들이 총장 예비 후보자들의 정책 발표를 듣고 항목별로 1명씩에 투표하는 절차다. 이를 통해 예비 후보자 4명 가운데 고득점자 3명이 총장 후보자로 추려진다. 이사회가 이들 중 1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하면 교육부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사실상 학내 구성원들이 총장 선발 과정에 공식적으로 의견을 낼 유일한 기회에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초대받지 못한 셈이다.
서울대 노동자는 총장이 발령한 정규직인 ‘법인직원’과 단과대학이나 부속 시설 등에서 자체 채용한 무기계약직인 ‘자체직원’으로 나뉜다. 서울대 총장추진위원회 규정 시행세칙에서 직원 정책평가단 자격은 법인직원으로만 명시돼 있다. 2000여명 정도로 추산돼, 법인직원(1044명)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자체직원이 총장선거 때마다 ‘투명 인간’ 취급을 받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책 평가에서도 서울대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언급한 예비후보자는 전무했다. 서울대 학생·노조 연대 모임인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은 이런 상황을 만회하려 비정규직 직군별 질의 사항을 정리해 지난 6일 총장 예비 후보자 4명에게 공문으로 전달했다.
비서공이 보낸 질의에는 우선 ‘대법원에 계류 중인 차별 시정 소송 상고를 취하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이 담겼다. 앞서 서울대 무기계약직(자체직원) 7명은 지난 2020년 서울대 법인을 상대로 정규직과의 차별적 대우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2심 재판부는 ‘법인직원에게 지급한 정근수당과 명절 휴가비, 복지 포인트 등을 자체직원에게 지급하지 않거나 적게 준 것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차별적 처우’라며 지난해 2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대 법인이 상고하면서 사건은 1년8개월 가까이 계류 중이다.
서울대 학생식당 등을 운영하는 서울대 생활협동조합 노동자 지원에 관한 의견도 질의에 포함됐다. 서울대 생협은 명목상 별도 법인이지만, 서울대 부총장이 당연직으로 이사장을 겸직하는 등 사실상 사내 하청 성격을 지니고 있다.
송호현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 지부장은 “자체직원도 학내 구성원으로서 한 축을 담당하는 데 마치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한다”며 “모든 교원과 직원, 학생까지 구성원 1인 1표로 참여 권한이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 총장추천위원회는 7일 정책평가 투표 결과 1∼3위를 차지한 강준호(사범대), 최해천(공과대), 이재영(인문대) 교수 등 3명을 14일 이사회에 정식 후보로 추천할 예정이다. 비정규직 질의서에 답변을 보내온 서울대 총장 후보자는 이날까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