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7 기후정의행진 청년학생참가단 오픈마이크 발언문


 안녕하십니까,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약칭 비서공에서 이번 927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에 파견되어있는 김종형이라고 합니다. 사정상 현장에 참석할 수 없어, 대독의 형식으로 발언하게 되었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배우고 생활하는 서울대학교, 그리고 그 안에서의 노동은 기후정의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기후 위기는 열악한 환경을 맨몸으로 맞닥뜨리는 취약 노동에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옵니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휴게공간에선 폭염도, 혹한도,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기후 위기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합니다. 지난 2019년 8월 9일의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망사건도, 고인께서 돌아가셨던 날 서울 낮 기온이 35도에 달했습니다. 고인께서 돌아가신 ‘휴게실’은 냉난방 시설도, 충분한 환기도 갖춰지지 않은 지하 구석의 1평 남짓한 공간이었습니다. 이러한 점은 기후재난의 불평등을 보여주는 동시에, 기후 위기와 학내노동이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서울대학교는 서울시 전체에서 탄소 배출량이 가장 높은 기관이기도 합니다. 이는 일견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사람도 많고, 건물도 많으며, 면적도 넓습니다. 연구중심대학으로 각종 연구를 진행하는 데에 필연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콘센트를 빼고, 전등을 끄고, 단열 설계를 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도 줄일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구성원들에게 연구와 학업을 멈추라고 할 수 없습니다. 살인적인 폭염 속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교수자와 학생들에게,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에어컨을 끈 채 공부하고 일하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한 방식은 공동체 구성원의 권리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공동체 구성원의 권리를 도외시하는 방향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민주적 의사결정과도, 정의로운 전환과도 거리가 멉니다.

 그런즉 우리는 실질적이고, 정의롭고, 민주적인 전환을 요구합니다. 현재 서울대에서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초과 배출량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결국 자체적으로 배출량을 줄이거나 흡수하지 못한 채 돈으로 ‘때우는’ 것입니다. 이는 그린워싱으로 볼 수도 있으며, 기후정의와 상충하고,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거나, 초과 배출한 만큼 탄소를 흡수하는 방안 등 실질적인 논의와 전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푹푹 찌는 조리실에 충분한 온습도 조절이 이뤄지는지, 혹서와 혹한 아래 냉난방기를 단순히 끄는 방식으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있지는 않은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되지는 않는지 확인하여야 합니다. 즉 교직원과 학생, 학내 노동자들까지 구성원 전체가 권리를 보장받고 논의에 참여하는 정의롭고 민주적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끝맺으며 최근 학내에서 있었던 기후정의 관련 좋은 소식을 하나 나누면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최근 복도 냉방기가 있는 건물의 경우 여름 아침에도 이를 가동할 수 있도록 학교 방침이 변경되었습니다. 현장에서 혹서기에 노동하는 노동자분들의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기후정의의 맥락에 일치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학내에서의 기후정의를 더욱 확대해 나가기 위해, 그를 통해 노동자와 학생 등 학내구성원 모두가 존엄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계속 활동하고 또 연대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