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그럼에도 세상은 바뀐다, 그대를 통하여
딥페이크 성범죄의 가해자 및 옹호자를 규탄하며
‘걔가 너 좋아해서 그러는 거야, 비싸게 굴지 말고 좀 받아줘라’
‘네가 조심했어야지. 그러게 왜 그 시간에 그런 옷차림으로 그런 길을 다녀?’
중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까지. 무수한 교육기관들에서 학생과 교사를 불문한 여성 대상 딥페이크 성 착취물이 제작되고 또 유포되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틀간 2492건의 학내 피해 신고를 접수받았고, 이 중 517건은 자신의 사진으로 만든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직접 확인하거나 이와 관련해서 협박을 받는 등 직・간접 피해에 대한 신고였다. 이 경이로운 수치에 대학에서 일어난 피해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서울대학교에서도 대학 동문 등 여성의 사진을 합성한 성 착취물을 제작한 사례가 있었으며, 대학가에서 발생한 딥페이크 성범죄는 현재 심각한 상황이다.
‘네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싫으면 싫다고 했어야지’
‘난 저거 미투 아니라고 생각해. 불륜 아니야?’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전혀 새롭지 않은 맥락의 범죄를 마주했다. 이 세계의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유구한 여성혐오는 온라인상의 여성혐오와 온라인 성폭력으로 형태를 바꾸며 반복되어왔다. 그러나 정부와 수사기관의 미온한 대응, 제3자들의 2차 가해와 방관, 그리고 옹호는 온라인까지 번진 여성혐오와 성폭력을 근절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외면했다. 이것이 오늘날의 딥페이크 성 착취물 사건을 개별적인, 유난한 사건으로 파악할 수 없는 이유다.
‘요즘은 이런 말 하면 큰일나나? 무서워서 말을 못하겠네’
‘저런 판결 하는 판사 딸도 똑같은 일 당해봐야 됨’
이 글을 읽는 그대는, 딥페이크 성범죄 공론화는 사실이 아니며, 그저 ‘페미들의 공포 조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혹은 괜히 온라인상에 사진을 올려 피해자가 됐다며 자신을 탓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딥페이크 성 착취물의 심각성을 희석하고 2차 피해를 유발하는 글들이 끝없이 게시되고, 너무나도 많은 온라인 공간에서는 여성혐오적인 글이 생산되고 있으니까.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잊을 수가 없다. 토론회를 여는 등 공론장을 만들어 갖은 방법으로 제도적 변화를 촉구하고, 온라인 공간에 게시되는 혐오에도 서로에게 연대하며 혐오에 저항하던 우리를 우리는 기억한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지키고 세상을 바꿔왔다.
‘여성분들 안 그런 남자가 더 많아요 남자 싸잡아 욕하지 말아주세요 잠재적 범죄자 취급 싫어요’
‘못생긴 X들은 걱정 안해도 됨 ㅋㅋㅋ 우리도 못생긴 X들은 관심 없음’
이제, 이 사건에 관심이 적거나, 관심이 없거나, 이 사건을 ‘페미들이 악의적으로 조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대도 우리가 되어야 한다. 딥페이크 성 착취물로 인한 피해는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여성혐오적 환경을 조장한 데에 반성과 성찰의 태도를 가져야 하며 그대가 지금껏 어떤 사람이었든 이제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여성혐오다, 여성혐오 범죄라는 이름을 외면하지 말라”
“여성혐오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방관자도 가해자와 다를 바 없다”
“여성혐오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방관자도 가해자와 다를 바 없다”
우리의 연대는 세상을 바꿀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혐오가 아닌 연대로, 좌절과 절망 대신 행동하며, 다시 한번 세상을 바꾸자. 그럼에도 세상은 바뀐다, 그대를 통하여.
2024.09.02.
관악 여성주의 학회 달
서울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