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동 열사 추모 간담회 「그러나 우리는 살인과 사기에 지지 않지」 연대사

안녕하십니까?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에서 연대의 인사 드립니다.
저희 비서공은 그동안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와 생협 학생식당 노동자 등 차별받는 노동자들의 권리와 학생들의 권리를 함께 지켜나가기 위해 활동해왔습니다. 작년 화물노동자 파업 탄압으로 본격화된 정부의 노동조합 때리기는 우리의 대학가에도 점점 심각한 위기감으로 느껴지고 있습니다. 올해 건설노조에 대한 강도 높은 탄압 속에 분신한 故 양회동 열사의 죽음은 직종과 산업을 막론하고 모든 일하는 시민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노동자들이 민주적으로 구성하며 스스로의 권리를 지켜나가는 데 가장 기본적인 기반이 될 노동조합에 대해 국가와 자본이 가하는 비난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당장 서울대학교에서 벌어져 온 일들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지난 2021년 여름 관악학생생활관에서 높은 노동강도 속에 한 청소노동자분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서울대의 보직교수들은 고인이 활동해온, 그리고 사망 사건의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민주일반노동조합을 비난하며 부적절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당시 관악학생생활관의 부관장은 공지사항에서 민주일반노조가 “안타까운 사건을 악용”하고 “위생원 선생님들과 유족을 부추”겼다고 주장하였으며, 당시 학생처장은 SNS 게시물을 통해 “노조가 개입하면서 일이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동조합의 활동을 ‘불순’하게 몰아가며 노조에 조합원으로 함께하는 노동자들의 주체성까지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셈입니다. 최근 고 양회동 열사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노동조합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일부 언론 및 원희룡 국토부장관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존엄을 위해 벌이는 쟁의 행위에 대한 비난도 만연합니다. 2019년 초 민주일반노동조합에 소속된 서울대학교 시설관리노동자들이 생활임금과 인간다운 처우를 위한 파업에 나섰을 때, 당시 서울대 중앙도서관장은 파업으로 도서관 일부의 난방이 중단되었다며 이를 응급실 폐쇄에 비유하는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해당 칼럼에서 도서관장은 “민노총은 사회악” 등의 발화를 인용하며, 노조와의 대화에 책임이 있는 학교 사측 관리자의 일원임에도 사업장 내 노동조합을 악으로 모는 등 부당노동행위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 5월 17일에는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서울대에 특강차 방문하자 학생들이 장관의 노동정책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강의실 앞에 붙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특강 당시 장관의 발언을 살펴보면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을 “법치의 확립”으로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작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케이지 농성에 대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게 기본”이라며 “밥을 굶다가 가는 한이 있어도 내가 하는 거지 왜 남의 사업장에 가서 그러냐”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청노동자의 일터가 왜 “남의 사업장”인지도 의문일뿐더러, 노동조합의 자율적인 활동과 쟁의의 권리 자체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던 셈입니다.
이처럼 노조할 권리, 그리고 쟁의할 권리를 ‘사회악’으로 내모는 조건에서 청년・학생의 삶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이른바 ‘MZ 세대’가 ‘유연한’ 근무를 원한다며 사실상 최대 주69시간 노동을 가능케 하는 노동시간 개악을 추진했던 사실을 생각해봅니다. 사측의 탄압 위험에 노동조합을 만들기조차 어려운 중소・영세 사업장이나 불안정 비정규 고용조건의 청년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의 연장과 불규칙한 노동을 강요하는 일터의 권력으로부터 스스로의 삶을 지켜나가기조차 어렵습니다. 힘의 균형이 압도적으로 기울어진 일터의 조건에서 청년・학생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지켜나갈 발판이 바로 노동조합입니다. 이것이 노조할 권리에 대한 정부의 탄압과 매도가 우리 학생들의 문제이기도 한 이유입니다.
오늘 간담회에 함께하시는 세종호텔, 대학원, 그리고 건설 현장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의 사회적 권리를 지켜나가기 위해 맨 앞에서 싸워온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노조할 권리를 사회적으로 확장해나가기 위한 투쟁에 연대를 전하며, 노조탄압・노동탄압에 맞서는 노학연대를 캠퍼스 안팎에서 강화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