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파업출정식 연대방문 및 연대사

오늘 아침, 서울대에서 서울대병원까지 오면서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에도 서울대병원은 파업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기쁘게도 파업 바로 전날 잠정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그로부터 딱 1년이 지난 오늘,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다시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동자와 학생들, 그리고 시민들은 병원 사측이 변화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해당 잠정 합의안이 직종 간 차별의 시정과 처우 개선, 국공립대병원이 마땅히 맡아야 할 의료공공성 역할의 강화, 인력충원을 통한 인간다운 노동강도 확보를 위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진정성 있는 개선은커녕, 여전히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동안 사회는 공공의료와 필수노동자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쳤습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은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감염병에 대한 종합대책은 마련되지 않았고, 서울대병원은 의료공공성보다 영리자회사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듯 보입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팬데믹 시기 동안 사회에 꼭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헌신해왔으나, 사측은 오히려 인력을 감축하고 유급휴일을 축소하겠다고 말합니다.
장시간 고강도 노동으로 감염병 사태에 대응해온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응원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인력충원과 처우 개선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신종 감염병이 더욱 빈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의료공공성과 필수노동자 인력충원은 노동자들만의 요구가 아니라, 건강과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 사회구성원 모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서울대병원의 노동 현실은 서울대의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좋은 점을 닮았다면 참 좋았을 텐데, 나쁜 점을 닮았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도 인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해왔습니다. 인력충원의 미비로 인한 고강도 노동은 작년 여름 안타까운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한 원인이 되었고, 저임금과 위험한 노동 조건은 생협 학생식당 노동자들이 점차 일터를 떠나게 만들습니다. 한편, 서울대 내 많은 단과대와 기관의 자체직원이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에도 총장발령 법인직원과 심한 임금 및 수당 차별을 경험하고 있기도 합니다.
인력 부족으로 간호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 필수인력 노동자들이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환경유지지원직 노동자들이 명목상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지만 임금에 있어서는 여전히 기존 정규직과 큰 차이를 겪는 서울대병원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이유입니다.
대학과 병원, 모두 단순한 상품으로 취급받아서는 안 됩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누군가 일터를 떠나는 현실 속에서는 대학의 후생복지와 교육도, 대학병원이 담당해야 할 의료적 역할도 제대로 수행될 수 없습니다. 인건비와 인원에 대한 감축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합니다.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공공부문에서도 대규모 인력 감축 시도가 이루어지는 요즘,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우리에게 공공의 역할을, 그리고 그 역할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처우를 되묻게 합니다. 이는 결국 대학 노동자와 학생들, 그리고 안전과 건강을 권리로 보장받아야 할 사회구성원 모두의 삶과 연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건강과 삶을 위해, 비서공도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에 계속해서 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