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묻은 빵”을 만들어온 죽음의 기계, 이제는 함께 멈춥시다
SPC 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에 함께하고, 죽음의 일터를 바꾸려는 노동자들과 연대합시다

SPC 그룹 제빵공장에서 목숨을 잃은 청년 노동자를 추모합니다.
지난 10월 15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SPC 그룹 계열 자회사 SPL 빵 재료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20대 여성 청년 노동자였던 피해자의 생명을 앗아간 것은 샌드위치 소스를 배합하는 교반 기계였습니다. 해당 기계에는 안전을 위한 덮개도 설치되지 않았고, 사고 당시 위험한 업무에 필수적인 2인 1조 근무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1주일 전 같은 공장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입니다. 노동자가 기계에 손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관리자는 근무자들을 질책하기에 급급했습니다. 게다가 피해자가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 협력사 직원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를 병원에조차 데려가길 거부했습니다. 사고 이후 제대로 된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있었다면, 한 사람이 무참히 생명을 잃는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가 목숨을 잃었음에도 SPC 그룹은 천으로 사고 기계만 가린 후 계속 공장을 가동하였으며, 시신을 수습하며 트라우마를 경험한 동료 노동자들도 다음날 공장 라인으로 출근해야만 했습니다. 비인간적 대응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커지자 SPC 그룹은 겉으로는 사과를 표명했지만, 언론에는 SPC라는 기업 이름을 기사 제목에서 빼 달라고 요구하는 등 진정성이 전혀 없는 모습만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에선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을 외치는 SPC 그룹, 그 ‘반사회적’인 위선에 분노합니다.
SPC 그룹의 겉과 속이 다른 태도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SPC 그룹은 ‘사회공헌’이란 이름으로 그동안 많은 노동자의 고통을 가려왔던 것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 SPC 그룹은 ‘사회공헌’을 확대한다며 농생대에 ‘SPC 농생명과학연구동’을 개관하고 허영인 그룹 회장의 이름을 딴 ‘허영인 세미나실’까지 설치했습니다. “서울대와 SPC가 창의적인 연구를 통해 원대한 비전을 함께하는 시발점”이라며 “식품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에서 더 나아가 사회와 인류에 공헌하는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 나가겠다”라고 발언한 허영인 회장은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SPC 그룹이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SPC 파리바게뜨에서는 청년 제빵 노동자들이 높은 노동 강도 속에서 건강권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SPC 파리바게뜨는 인간다운 일터를 요구하던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불법 파견 비정규직 제빵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던 사회적 합의를 ‘무책임하게’ 저버렸습니다. 오직 이윤을 위해 비용 절감만을 추구해온 SPC 그룹의 ‘반사회적’ 태도는, 최소한의 안전 설비와 인력 충원마저도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삼아오며 결국 청년 노동자의 생명까지 앗아가고 말았습니다.
더는 누군가의 삶과 존엄이 짓밟히지 않도록, 우리 일상 속에 스며든 구조를 함께 끊어냅시다.
SPC 그룹은 우리 생활 속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포켓몬빵으로 유명한) 삼립, 파스쿠찌, 쉐이크쉑 버거, 에그슬럿, 빚은, 샤니, 파리크라상, 패션5, 베이커리팩토리, 피그인더가든, 퀸즈파크, 시티델리, 베라, 라뜰리에, 그릭슈바인, 스트릿, 디-퀸즈, 리나스, 한상차림, 잠바주스, 커피앳웍스, 티트라, 해피포인트, 더 월드 바인... SPC 계열사들의 긴 목록은 “피 묻은 빵”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우리 일상과 그만큼 가까움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피 묻은 빵”을 먹지 않음으로써, 비인간적 노동조건을 통해 굴러온 죽음의 기계를 함께 멈출 수 있습니다. 청년 제빵 노동자들의 꿈을 짓밟아온 구조를 함께 끊어낼 수 있습니다. SPC 그룹이 사망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누군가 죽지 않는 일터를 위해 외쳐온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하지 않고 처우 개선을 책임 있게 진행할 때까지, SPC 그룹 불매에 동참합시다. SPC 노동자들의 싸움에 함께 연대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