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청소노동자 기자회견 연대사


  지난 8월 18일, 휴게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발효되었습니다. 이전에는 권고에 그쳤었던 휴게시설 설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휴게실 설치 및 관리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2019년 열악한 휴게공간에서 발생했던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 안타까운 죽음을 슬퍼하고 분노했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목소리 냈기에 만들 수 있었던 변화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입니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배제되었을뿐더러, 1인당 최소 면적, 성별 구분, 접근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제대로 된 휴식권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2019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의 열악한 휴게실에서 한 분의 청소노동자가 돌아가셨습니다.계단 아래 위치한 비좁은 휴게공간은 냉난방기구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을뿐더러 기름 냄새와 곰팡이 냄새로 가득한 곳이었고, 이후 대학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휴게공간 실태가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그 후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대학은 얼마나 달라졌습니까? 서울대학교의 경우 2020년 후반부터 진행한 휴게공간 개선 사업으로 지하에 위치했던 일부 휴게공간이 지상으로 옮겨지고 낙후 시설이 보다 쾌적하게 정비되는 등 일정한 성과가 있었으나,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이 남아 있습니다. 면적에 비해 인원이 많아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표면적으로는 지상층이지만 사실상은 지하인 환경에 위치하고 있어 습도가 높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휴게실도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른 대학들의 휴게공간 역시 비슷한, 혹은 더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옥상에 위치해 더위나 추위에 취약한 휴게실, 지하주차장에 위치해 곰팡이 냄새와 매연 냄새로 가득 찬 휴게실, 계단 바로 아래에 위치해 소음이 심한 휴게실... 휴게실이 아예 부재하여 학생 화장실 한 칸을 휴게공간으로 사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올해 서울 지역 13개 대학 사업장에서 진행되어 온 집단교섭 투쟁의 주요한 요구 중 하나가 휴게공간 개선 및 샤워실 설치였던 이유입니다. 더딘 변화 속에서 대학 노동자들의 휴식권과 건강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습니다.

 휴게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개정안이 발효되었다고 하여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미흡한 점을 가지고 있는 산안법을 더욱 실효성 있게 개정하는 데에는 물론이거니와, 이번에 개정된 현행법이 제대로 현장에 시행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사업주가 처우 개선을 위한 책임을 다하도록 촉구하는 데 있어서도 계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대로 된 휴게실 개선은 노동자를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학교 공동체와 사회의 존엄한 구성원으로서 바라볼 때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정부와 의회는 모든 노동자가 제대로 된 휴게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법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대학은 ‘진짜 사장’으로서 개정안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더 나아가 열악한 휴게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모든 대학 청소노동자분들이 적절한 휴게실에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대학, 정부, 의회가 휴게공간 개선에 책임을 다할 때까지, 학생들도 계속해서 이 문제에 함께 목소리 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