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 속 노동과 친해지기!: 『모두를 위한 노동 교과서』 책모임 제3주차 발제문


12장. 헌법: 노동자의 권리는 헌법 위에 있다

  • 1948년 7월 17일 공포된 대한민국헌법은 수정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사회국가적 원리를 수용했으며, 노동권과 노동3권을 명시했음. 이후 아홉 차례의 개정을 거쳐, 현재의 대한민국헌법은 제32조에서 근로의 권리와 의무를, 제33조에서 노동3권을 규정하고 있음.
  • 근로의 권리는 ‘노동권’, ‘노동기본권’으로도 불림. 노동권은 ‘일자리를 구해 일을 할 수 있는 권리’와 ‘인간다운 조건과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포함하고 있음. 전자로부터 일자리를 만들 국가의 의무와 기업을 압박하고 해고를 제재할 국가의 의무가 도출되는데, 현재 대한민국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유지할지 여부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러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음. 후자를 위해 국가는 적정한 임금과 인간다운 노동조건을 보장해야 하는데,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이 대표적인 사례임.
  • 헌법 제33조에 명시된 노동3권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단결권), 노동조합을 통해 사용자와 집단적으로 교섭을 하고(단체교섭권), 단체행동을 할 권리(단체행동권)가 노동자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함. 그러나 현실에서는 헌법의 노동3권 정신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음.
  • 단체행동권은 주장의 관철을 위해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이므로 사용자는 이로 인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빈번함.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규칙은 노동조합 설립에 각종 요건을 부과해, 자유롭게 설립되어야 할 노동조합의 설립을 사실상 허가제의 형태로 통제하고 있음. 복수노조에 대한 노조법의 교섭창구 단일화 규정도 단체교섭권을 심각하게 제한함. 공무원이나 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사람의 노동3권을 제한하는 헌법 규정도 문제가 있음.
  • 2015년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국민이 아니더라도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동3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됨. 국민을 주어로 하고 있는 노동권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으나, 노동권의 본질은 인간답게 일할 권리임을 생각할 때 이 역시 인간의 권리라고 보아야 할 것임.
  • 헌법은 시대를 반영하는 산물이므로 노동에 관한 헌법 내용도 바뀔 필요가 있음.
    1. 부지런히 일한다는 뜻의 ‘근로’를 ‘노동’으로 바꾸어야 함.
    2. 정부의 책임 회피에 악용되는 ‘근로의 의무’를 삭제해야 함.
    3. 헌법에 직접고용의 원칙과 정규고용의 원칙을 명시해야 함.
    4.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라는 노동3권의 목적을 삭제해야 함. 노동3권의 목적을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것으로만 한정하면 노동자들은 이기적인 존재로 전락하게 되기 때문.
    5. 공무원과 방위산업체 노동자의 노동3권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바꾸어야 함.
    6. 노동권의 주어를 ‘국민’에서 ‘인간’으로 개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함.
  • 토론 거리: 대한민국 헌법은 노동3권의 목적을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로 규정하고 있다. 책에서는 이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및 지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법률의 개정을 위한 투쟁이나 사회적으로 주요한 쟁점에 관한 정치파업에 대해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현 상황을 비판하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아야 할까?

13장. 근로기준법: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에 비해 약자의 위치에 있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 현행 근로기준법은 총 12개의 장과 116개의 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노동 시간, 임금 지급 등 노동 조건을 자세히 규정하고 있음. 근로기준법은 노동조건의 ‘하한선’을 정한 것인 만큼 이보다 더 나은 노동조건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으나, 현실적으로 근로기준법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음.
  •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음.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문화예술인 등이 대표적인 사례. 현재는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있는지를 기준으로 근로자를 규정하는데, 이러한 경직성에서 벗어나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동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함.
  • 근로자임을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 해고, 노동시간, 직장 내 괴롭힘 등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함.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종사하는 노동자는 전체의 26퍼센트를 차지하는데, 이들은 근로기준법상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임. 인권위원회 등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러 차례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는 5인 미만 사업장이 영세하다는 것을 이유로 회피하고 있음. 그러나 소규모 사업장이라고 하여 모두 영세한 것은 아니며, 5인이라는 기준은 합리적이지도 정당하지도 불변의 법칙이지도 않음.
  • 근로기준법은 1953년 제정된 후 8차에 걸쳐 개정되었고, 1997년 재제정된 이후에도 몇 차례의 개정을 거침. 이러한 재・개정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때로는 원칙과 권리 보장의 측면에서 후퇴하기도 했음. 대표적으로 97년 새롭게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고용 유연화-노동시간 유연화’라는 명목으로 정리해고제와 변형근로시간제를 도입함으로써 96-97년의 총파업을 불러일으킴.
  • 노동자가 인간답게 일하기 위해, 존엄한 삶의 보장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규정한 법이 근로기준법인 만큼,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차별 없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수 있어야 함. 현재의 근로기준법은 갖은 이유를 들어 예외를 만들고 있으므로, 단순히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는 것을 넘어 근로기준법이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함.

14장. 노동조합법: 노동3권 사용설명서

  • 노동조합은 사용자에 비해 절대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노동자 개인들이 사용자에게 대항해 임금을 인상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 한국은 헌법에서 노동자의 노동3권을 밝히고 있으며, 노동조합법을 통해 노동3권의 구체적 사항을 규정하고 있음. 그런데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라는 현행 노동조합법상의 노동자 정의 규정으로는 오늘날의 다양한 고용형태를 포섭하기 어려움. 법원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사용종속관계가 존재한다면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고 있기는 하나, 일반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고려할 때, 근본적인 법률 개정을 통해 노동자의 인정 범위를 확대해야 함.
  • 이상적인 단결권은 누구나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설립, 가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침해로부터 보호받는 것이며, 실제로 현행 노동조합법은 노조의 ‘자유설립주의’를 채택하고 있음.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사용자들이 노동조합 설립을 막기 위해 해고, 폐업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으며, 행정관청이 설립신고제도를 노동조합에 대한 허가 규정처럼 악용하고 있음.
  • 이상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권은 어떤 노동조합이든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사용자는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응하도록 강제되며, 불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하거나 단체협약을 게을리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처벌될 수 있도록 하거나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임. 그러나 현행법상 노동조합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음. 복수노조 설립 허용과 함께 도입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다른 노동조합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으며, 하청업체의 경우 제대로 된 단체교섭이 불가능한 상황. 하청이 반복되는 경우 하청업체의 노동조건 결정권은 매우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법이 노동자를 직접 고용・지휘하는 사용자만 교섭의 상대방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임.
  • 이상적인 단체행동권의 보장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노동조합이 파업, 준법투쟁, 피케팅, 태업, 보이콧 등의 단체행동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이상 그 목적에 제한을 두지 않고 그 행사를 보장하는 것임. 그러나 현행 노동조합법은 폭력행위 금지와 같은 불가피한 제한을 넘어서서 단체행동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음. 병원과 같은 공공성이 요구되는 사업장의 경우 필수유지업무라는 제도를 통해 업무를 수행하며 파업을 하라고 요구함.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교섭대표노조가 아닌 노조가 단독으로 쟁위행위를 하는 것을 막고, 제도에 참여한 모든 노조의 과반수의 동의를 요구하기 때문에 파업 진행을 어렵게 함.
  • 또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및 지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법률의 개정을 위한 투쟁이나 사회적 쟁점에 대한 정치파업의 경우 파업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데, 이는 파업 목적에 대한 심각한 제한임. 노동조합도 사회적 단체이므로 정치적 주장을 하는 것이 마땅히 보장되어야 하며, 대부분의 정치적 사안은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노동관계 및 노동조건과 관련이 있다는 점 역시 넓게 인정되어야 할 것임.

15장 비정규직법: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 양산하는 법!


유형 1-기간제 노동자
유형 2-단시간 노동자
유형 3-파견 노동자

  • 기간제, 단시간 노동자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적용을 받음. 기간제법 이외의 규정은 근로기준법을 따름. 단시간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 2 ‘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 결정기준 등에 관한 사항’의 적용도 받음.
  • 파견 노동자는 원칙적으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의 적용을 받고, 이외의 규정은 근로기준법을 따름.
  • 이 ‘보호에 관한 법률’들은 실제로는 주로 비정규직을 오히려 양산하는 결과를 낳아 왔음.
  1. 기간제 노동자
    • 1997년 IMF 사태의 여파로 2000년대 상당수의 신규 채용이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 고용의 형태로 이루어짐. 2000년대 초중반 정규직 대비 기간제 노동자의 임금은 60퍼센트대로 차별이 심각.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고용 행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산업구조의 변화 등을 이유로 들어 고용유연화를 유지하면서 기간제 노동자들을 ‘보호’하고자 했음. 이에 따라 2007년, 기간제법은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는 고용 상한제와 차별시정제도만을 두게 되었음.
    • 그러나 기간제법 시행 이후 2010-2012년 기간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율은 6.2퍼센트에 불과. 나머지 대다수는 계약 기간 만료 이후 열악한 상황에 놓이게 됨. 계약이 연장되었다 하더라도 이른바 ‘중규직’이라 불리는, 무기계약직으로 남았음. 이들은 기간제법에 의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로 분류된 뒤에도 정규직과 완전히 분리된 임금체계, 분리된 승진체계 등으로 인해 차별에서 벗어날 수 없었음.
    • 한국의 근속 연수는 세계 최저 수준이며, 고용보호 수준 또한 OECD 국가 중에서 낮은 편. 자본과 언론에 의해 주장되는 ‘한국의 고용 경직성’의 내용은 상당 부분 과장되어 있음.
    • 이러한 근속 연수 단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IMF 사태 이후의 전반적인 고용동향이겠으나, 기간제법의 영향도 존재. 이전까지 대부분 1년 단위였던 고용계약이 기간제법에 의해 기간제 고용이 2년이라는 제한을 받게 되자 사용자들이 단기계약을 남발. 기간제 고용기간을 연장한다고 해서 불안정 고용의 확대라는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음.
    • 기간제 고용의 사용 사유 자체를 억제시킴으로써 안정적인 근로계약의 체결을 도모해야 함. 기간제 고용은 ‘불가피한 예외’라는 인식을 확대함으로써 고용중단으로 인한 생계 위협과 재고용에 따르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함.
  2. 단시간/초단시간 노동자
    • 2010년 이후 정부가 일자리 숫자 증대를 목표로 단시간 일자리를 양산함. 특히 노동시간이 주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노동자도 대폭 증가함. 고용률 70퍼센트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와 주휴수당 지급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자본의 이해가 맞아떨어짐.
    • 기간제법은 단시간 노동자에게 노동자의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초과노동 요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며, 초과노동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초과수당(연장근로수당 50퍼센트 가산)을 지급할 것을 요구함. 단시간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통상 노동자의 채용이 필요할 경우 우선 고용하도록 기회 제공.
    • 그러나 많은 경우 이러한 원칙은 훼손되었음. 공공 부문, 특히 돌봄 노동에서 초단시간 노동자들에게 무료 초과노동을 강요. 초과 가산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거나 비례 지급이 부당한 급식비, 교통비 등이 시간에 비례해 지급되기도 함.
    • 뿐만 아니라 초단시간 노동자의 경우 유급휴일수당, 퇴직금, 4대보험의 적용에서 제외. 비례보호의 원칙이 작동하여 해당 사업장의 ‘통상 근로자’의 근로시간에 비례해 주휴시간, 연차 등 근로조건을 차등 적용. 그러나 해당 원칙의 남용으로 비례보호와 무관한 명절휴가비, 출장비, 식대 등까지 비례 차등 지급하는 등의 사례도 등장. 출퇴근, 휴식의 중요성, 압축 노동의 난도 등을 고려해 비례성의 정도가 제한될 필요가 있음.
  3. 간접고용 노동자
    • 원칙적으로 법률상 간접고용이란 오직 두 종류, ‘파견관계’와 ‘도급관계’만이 가능함.
    • 도급관계란 노동자를 직접고용한 사용자가 원청의 업무를 받아 노동자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즉 고용자와 업무지시자가 같은 경우), 파견관계란 노동자를 직접고용한 사용자와 노동자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사용자가 다른 경우를 의미함. 즉 파견관계의 경우 파견사업주와 근로계약을 하지만 사용사업주의 사업장소에서 사용사업주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해야 함.
    • 따라서 파견의 경우 직접고용자와 지휘감독자가 다르기 때문에 근로시간, 근로조건, 처우 문제를 상의할 책임자가 누구인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 따라서 1997년 이전에는 근로기준법 제9조(중간착취의 배제)와 직업안정법에 의해 파견관계는 법률로 금지되어 있었음. 1997년 파견법 제정을 통해 26개 업종(현재는 32개)에서만 예외가 허용, 그러나 간접고용의 금지라는 대원칙이 무너지고 간접고용이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전달됨으로써 그 이외의 분야에서도 간접고용관계가 급속히 증가함.
    • ‘용역’, ‘사내하청’, ‘아웃소싱’, ‘위탁’, ‘하도급’ 등 다양한 어휘로 포장된 다양한 업종의 파견노동들은 대부분 불법파견으로 즉시 사용사업주에 의해 직접고용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정확한 불법파견 노동자의 현황은 파악도 어렵고, 노동자들 스스로도 자신이 불법파견 상태에 있는지에 대한 파악이 어려움. 파견법 안에는 파견노동 2년 이상 고용이면 직접고용할 의무, 불법파견은 즉시 직접고용할 의무 등 보호장치가 있으나,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움.
    • 간접고용은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의 지불 능력을 핑계대며 효과적으로 노동조건을 통제할 수 있게 만들고, 노동조합을 만들어도 진짜 일감과 지불능력을 가지고 있는 원청과의 교섭이 매우 어렵게 만들기에 큰 문제가 됨. 게다가 간접고용은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매우 쉽게 만듦으로써, 구의역 김모 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씨 등 안전관리 미비와 책임 회피로 인한 많은 희생자를 낳음.
    • 간접고용에서 비롯되는 많은 문제들은 개별 기업, 개별 노동자, 개별 계약의 문제라기보다 정부에 의해 파악과 관리가 어렵고 노동자들 스스로도 노동3권의 행사가 어려운 간접고용이라는 구조 자체의 문제임. 따라서 파견법을 단순히 수정할 것이 아니라, 파견법의 존재 자체에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

16장 사회보장제도: 국가의 의무이자 사회 구성원의 권리

  • 사회보장(Social Security)이란, 인간이 살아가면서 맞게 되는 각종 사회적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의미. 자본주의 사회는 필연적으로 빈곤을 동반하며, 빈곤은 구조적 문제로 개인의 책임이 아님.
  • 서구 자본주의 체제의 형성에 따른 구조적 빈곤과 사회적 위험은, 사회적 동요를 막고 노동력 재생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사회보장 제도를 탄생시킴.
  • 그러나 개인의 능력과 경쟁을 중요시하는 이데올로기는, 사회보장과 복지를 비용 논리로 사유하고, 복지 수요자들을 무능력하고 나태한 사람으로 낙인찍기도 함. 정부에 의해 사회보장제도가 민간기관에 위탁되기도 하면서, 사회보장이 권리가 아니라 시혜나 자선을 통해 보충될 수 있는 것으로 왜곡되기도 함.
  • 근대적 사회보장제도는 인클로저 운동으로 촉발된 1601년 엘리자베스 구빈법, 이후 도시로 내몰리는 유랑민들과 노동인력들이 많아지고, 프랑스 혁명으로 인한 동요를 막기 위해 1795년 최저임금/최저생계비제도의 기원이 된 스핀햄랜드 제도가 시행. 그러나 이후 19세기 자유주의의 확산으로 빈곤은 개인 책임이며 사회보장이 근로의욕을 감소시킨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사회보장의 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기존 보장제도를 무력화시키는 신구빈법이 1834년 제정.
  • 한편 사회보험제도는 독일의 고도성장과 공황으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으로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이념이 확산되자 국가의 가부장적 통제를 통한 충성심을 제고하기 위해 비스마르크에 의해 도입. 현대적 사회보험의 시초가 됨.
  • 양차 세계대전은 이후 서구 국가들에서 전후 재건과 사회 통합, 냉전 우위를 위한 ‘복지국가’ 개념을 탄생시킴. 영국의 ‘베버리지 보고서’를 시작으로 서유럽으로 확산. 사회민주주의 정당과 조직된 노동자 세력의 힘이 주요하게 작용.
  • 1980년대 신자유주의 기조의 도입으로 국가 개입 축소와 시장만능주의를 신봉하며 사회보장을 대거 축소하는 정책 시행. 복지가 사회 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의존성을 조장한다는 이데올로기 공세가 강력해짐. 이와 달리 20세기 초부터 노동운동의 강력한 영향력으로 복지국가의 원칙을 세웠던 북유럽 국가들은 오히려 사회복지서비스 확대. 사회보장이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시민의 조직된 힘이 사회적 견제장치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교훈.
  • 한국 사회보장제도는 1995년 제정된 ‘사회보장기본법’에서 전반적인 내용을 포괄.
    1. 사회보험 - 4대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2. 공공부조 -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의료급여제도
    3. 사회서비스 - 이 밖의 국가, 지자체, 민간 부문의 다양한 지원 제도
  • 한국의 사회보장제도는 90년대 이전까지는 제도적 틀을 갖추고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선언적 성격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음. 87년 민주화 이후 사회보장 부문이 국민연금, 의료보험, 최저임금제 등으로 본격적으로 확대. 김영삼 정부 시기 4대보험의 제도적 틀 갖추어짐.
  • 80-90년대 노동조합의 성장은 이전까지 열악한 임금을 보조하는 정도였던 기업복지를 대폭 확대시킴. 유명무실한 사회복지를 대신해 직장 소속감을 고취시키고 노사관계를 안정시키는 안전망의 기능을 함. 1997년 이후로도 노사교섭을 통해 유지되어오고 있으나, 사회의 분배 문제의 원인을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 탓으로 돌리는 빌미가 되기도 했음.
  • 가족의 책임을 강조하는 유교적 문화와 기업복지에 의존해 왔던 국가의 소극적 사회복지는 외환위기로 인해 대량 실업과 빈곤에 직면하며 그 실체를 드러냈고, 김대중 정부는 이른바 ‘생산적 복지’를 내세우며 민간 부문의 복지 참여를 확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2000년 시행. 그 취지와 달리 근로능력/부양의무자/재산 기준 등을 통한 엄격한 심사로 지원이 필요한 이들에게서 복지를 빼앗는 결과를 낳음. 이후 여러 정부들에서 새로운 복지 방안을 계속 내놓았지만 선별적 복지의 근간은 계속 유지 중. 2020년 코로나19가 또 다시 드러낸 현실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국가의 책임과 사회보장제도의 전환 필요성을 높이는 중.
  • 사회보험은 노동자가 다양한 위험에 처했을 때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대비책. 노동시장 유연화로 불안정/특수고용 노동자들과 실업자들이 배제되기도.
    1. 국민연금 - 소득이 있는 국민이 소득의 일부를 보험료로 납입하여 노령과 사망 등에 대비하고 계층 간 소득재분배 효과를 갖춤. 사업주의 외면, 당장의 생계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 등으로 배제되는 경우가 있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종합적 접근 필요.
    2. 건강보험 - 소득 수준에 따라 보험금을 납부하고 균등하게 의료혜택을 보장받는 제도. 직장/지역 가입자로 이원회된 보험료 부과체계가, 지역가입 저소득층에게 실제 소득/재산에 비해 과도한 보험료를 부담시킨다는 비판. 불안정 노동자들은 미가입이나 체납 등으로 의료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불충분한 보장성으로 인해 상당수가 민간 보험에도 가입하는 현실.
    3. 산재보험 - 업무상 부상/질병/장해/사망을 당한 노동자 본인과 그 가족의 생활 보장을 위한 것. 많은 비정규직/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가입대상에서 배제되어 있음. 간접고용의 경우 사업주의 강압이나 회유로, 특수고용의 경우 근기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4. 고용보험 - 실업자와 노동자의 구직과 육아휴직, 직업훈련 등을 제공하는 사회보험. 단시간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가 배제되는 경우가 많고, 실업의 경우 유일한 사회안전망인 실업급여는 신청과 수급 조건이 까다로움. 실업에 의해 생계를 위협받는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 필요.
  •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국가가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할 의무를 명시했으나, 수급권의 문턱이 높고, 형식적인 지표를 통한 근로능력 평가 및 근로연계 조건은 수급권자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며 낙인효과 발휘. 복잡한 신청 절차와 오랜 소요 기간도 제도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함. 빈곤은 여전히 개인의 책임이며, 가족의 부양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사고방식 잔존.
  • 한국사회의 복지제도는 보편이냐, 선별이냐를 놓고 논쟁을 거듭해 왔으나 정작 기존의 보편적 사회보장제도 속에도 큰 사각지대가 존재. 사회보장이 국가의 일방적 주도하에, 형식적으로만 확대되고 진전되었기 때문. 노동자 등 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수렴되어 반영되어야 함. 선별적 복지가 만들어낸, 이른바 ‘부정수급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복지 수요자들을 위축시키고 도덕적 해이자로 낙인찍는 행태, 비용 논리에 갇혀 각종 사회서비스를 민영화하는 행태는 중단되어야 함. 임시적 처방이 아닌 보편적 사회보장제도의 과감한 확대가 필요.
  • 질문: 기본소득은 기존의 보편적 사회보장제도(국민연금, 고용보험 등)의 사각지대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