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문화제 연대사

2년 전 8월 어느 찌는 듯한 여름날에, 서울대 공대 302동의 휴게실에서 한 청소노동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아래 공간에 창고와 붙어서 조성된 휴게공간은 열악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낮은 천장, 좁은 공간, 머리를 아프게 하는 청소 기름 냄새, 그리고 여름에는 냉방이 겨울에는 난방이 일년 내내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휴게실. 사망 사건 이후 그 휴게실을 찾아 문을 열었을 때 느꼈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학교는 폭염에 제대로 대비되지 않은 열악한 휴게공간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며, 고인의 사망을 개인의 지병 탓으로만 돌렸습니다. 학생들과 노동자들은 생명을 앗아간 열악한 휴게공간 문제는 학교의 책임이라고, 그리고 이러한 “사소하지 않은 죽음”은 지금의 문제가 계속되는 한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고인의 죽음이 산업재해이며 휴게공간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노동자-학생들의 서명운동과 집회에 대학본부는 1년이 넘도록 침묵과 무시로만 일관했습니다.
다행히 지속적인 문제 제기 끝에 작년 말 서울대에서는 대대적인 휴게공간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건물 구조와 설계의 문제 때문에 개선되지 않은 휴게공간들이 존재하고, 밀집 휴게공간이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위협을 높였는데, 어떻게 산업재해를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아울러 서울대 이외의 전국 수많은 대학들에 언제든 “사소하지 않은 죽음”의 뇌관이 터질 수 있는 열악한 휴게공간들이 만연한데, 어떻게 대학 노동자들이 이제는 안전해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날 대학 내 노동자들과 연대해온 청년・학생들은 수많은 청년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죽음의 대열을 목도해야 합니다. 고 이선호 노동자의 죽음은 “사소하지 않은 죽음”이지만, 이 사회는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생명 앞에 그랬듯, 노동자의 죽음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사소한 죽음”이라고 매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청년 노동자가 처한 위험은 젊은 시기에 감수해야 한다고, 고령 노동자는 생산성이 낮기에 더 위험한 일을 감수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그리고 그러한 위험은 결국 개인의 선택이며 그 결과도 개인의 책임이라고 그들은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고령의 대학 노동자들과 청년층 불안정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서 가장 열악한 위치에 놓인다는 것을, 그리고 더욱 열악한 처지를 강요당한 노동자들을 산업재해의 위협이 가장 무겁게 짓누른다는 것을 말입니다. 인간의 생명을 앗아갔음에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지도 않는 진짜 책임자들의 모습을, 대학본부와 원청의 무책임을 우리는 지금까지 보아왔습니다. 고 이선호 노동자의 죽음은, 그리고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죽음은, 사소한 죽음도, 개인의 책임도 아닙니다. 그 사회적 타살들의 가해자는 청년 노동자와 고령 노동자의 열악한 처지를 악용하고 안전에 대해 무책임할 권력을 자본에 부여한 이 사회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러한 죽음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연대해야 합니다. 대학 내 노동자들과 학생들, 청년 노동자 당사자들이 함께 더는 죽지 않을 권리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고 이선호 님의 명복을 빌며, 사회적 타살이 더는 당연하지 않은 세상,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모는 안전의 미비가 이윤을 명분으로 정당화되지 않는 사회를 향해 가는 길에 비서공도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