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전국대학원생 노조의 투쟁을 지지하며
오늘날의 상식, 노동기본권
사람들은 일을 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서 임금을 받는 일을 합니다. 이를 노동이라고 하고,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을 노동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모든 국가에는 노동자의 권리인 노동권 개념과,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노동법이 있습니다. 경제적・사회적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노동자와 고용자 사이의 관계를 노동자에 대한 보호 없이 방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도 노동법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모두 들어 익숙한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법, 노동조합법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한국은 국제적인 노동권 규범 또한 적용받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의 제23조 1항, 사회권규약의 제6조 1, 2항이 바로 그것입니다. 너무나도 상식적이고 당연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일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권리로부터, 법률로부터 배제당한 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대학원생입니다.
노동기본권을 박탈당한 대학원생
대학원생들은 실질적으로 불균형한 힘의 관계 하에서 종속적 지위를 가지고 노동합니다. 행정조교, 교육조교, 연구조교로 나누어지는 학생조교가 대표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온전히 노동자로 인정받지도,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도 못합니다.
지난해 12월, 경북대학교 실험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실험실에서 쓰던 폐화학물질을 정리하던 학생 4명이 다쳤고, 이중에는 중화상을 입은 사람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노동 중에 벌어진 일이니 당연히 학교가 보상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경북대학교는 치료비가 5억을 넘자 병원비 지급을 중단했습니다. 대학원생은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해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상 정해진 5000만 원 이상의 치료비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보상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학원생의 인건비 횡령 및 갈취, 권력형 성폭력을 포함한 권력형 범죄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대학원생은 문제가 있어도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처지에 있습니다. 졸업과 진로를 위한 여러 권리들이 교수에게 독점적으로 부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대학원생은 불균형한 힘의 관계를 보정할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합니다. 그 결과, 수많은 대학원생 대상 권력형 범죄가 발생하지만, 대학원생에게 가해를 저지른 교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대에서도 대학원생 인권침해는 지속적으로 발생했습니다. 2017년 서울대 팔만대장경 스캔노예 사건, 2018년 사회학과 H교수사건, 2019년 서어서문학과 A교수사건, 2020년 음악대학 B, C교수사건까지. 지금도 수많은 대학원생들의 연구, 노동권 침해, 인건비 횡령 및 갈취, 권력형 성폭력 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학생들은 대학원생의 인권을 보장하라고, 대학 내 위계와 권력구조를 공고히 하는 모든 고리들을 끊어내라고 끊임없이 요구했습니다. 우리는 평등한 대학을 만들기 위하여 계속 싸워왔습니다.
대학, 정부, 국회는 전국대학원생노조의 정당한 요구에 응답하라
이 투쟁은 대학에서 교육과 연구를 지탱하는 수많은 노동을 인정하라는 투쟁입니다. 모든 구성원의 인권이 존중받는 평등한 공동체에서 비로소 교육과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교육과 연구가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권리로서의 교육권, 연구권,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외침입니다. 일하는 사람인 대학원생이 일하는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기 위해, 불균형한 힘의 관계를 시정하고 평등한 대학을 만들기 위해, 대학의 사회적 역할 수행을 위한 국가의 책임을 요구하기 위해 우리는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의 정당한 투쟁을 지지합니다. 국회와 정부는 대학원생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지체 없이 대학원생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입법적, 행정적 조치를 취하십시오. 대학은 대학원생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이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십시오. 대학원생의 노동으로 유지되는 대학이 대학원생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모순적 행태를 멈추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