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동 청소노동자 1주기 분향소 설치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여름, 서울대 302동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휴식 중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302동 청소노동자들이 사용하던 휴게실은 폭염을 피할 에어컨도 설치되지 않고 창문 조차 없는 답답한 공간. 둘이 누워도 몸이 닿는 비좁은 공간. 곰팡이 냄새로 호흡이 곤란할 만큼 열악하며 수감시설보다도 못한 공간이었습니다.
고인이 돌아가신 날 이전 1주일간 서울의 낮 평균기온은 30도에 육박했으며, 폭염주의보와 경보가 잇달아 발효되었습니다. 고인의 사망은 열악한 노동환경이 낳은 명백한 산업재해였습니다. 8천여평에 달하는 공대 302동 건물에서, 서울대가 청소노동자들에게 제공한 휴게실은 고작 8평이었습니다.
사망사건 이후 서울대 노동자와 학생을 비롯한 학교 안팎의 시민들은 고인의 사망에 애도를 보내며, 서울대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전사회적으로 알려냈습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서울대 노동자들의 휴게시설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서울대 본부에 휴게실 환경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사망 사건이 발생했던 302동 휴게실은 현재 창고로 사용되고 있으며, 노동자 휴게실은 냉난방 시설이 갖추어진 널찍한 공간에 새로 조성되었습니다.
우리는 서울대 본부에 “왜 사람이 죽고 나서야 휴게시설을 개선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무시로 일관해놓고, 사회적인 질타가 서울대를 향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수습하는 본부의 무책임함을 물어야 합니다.
청소노동자 휴게실뿐 아니라, 서울대의 다른 노동자들의 휴게시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기계전기 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은 고용노동부의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에 미치지 못할 뿐더러, 기계들이 작동하는 곳 바로 옆에 위치해있었기에 야간근무 시간에도 소음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환기시설도 없고, 세면・목욕시설은 매우 비위생적이었습니다. 청소노동자의 사망사건이 있은 후 1년 가까이 이와 같은 상태가 유지되다가, 얼마 전에야 개선공사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여름, 우리가 ‘사소하지 않은 죽음’을 추모한지 꼭 1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또다시 그의 죽음을 기억하고, 추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추모는 단지 슬퍼하고 기억하는 것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여전히 열악한 서울대의 노동환경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던 1년 전의 사건, 그리고 지금 우리는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또다시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직과 임금삭감 등으로 피해를 전가하는 서울대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의 죽음도 사소하지 않듯이, 그 누구의 노동도, 그 누구의 삶도 사소하지 않습니다.
서울대 302동 청소노동자의 사망 1주기를 추모하여, 또 지금 이 순간에도 재난 상황 속에서 고통받는 노동자의 처우에 관심을 가지고 연대의 손길을 모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