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성폭력 OUT! 서울대인 긴급행동 연대사


 안녕하십니까. 저는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학생대표 양진영입니다. 2018년 H교수 파면을 위한 투쟁, 2019년 A교수 파면을 위한 투쟁에 이어서 2020년 오늘, 우리는 B교수 파면을 위해 모였습니다.

 대학원생과의 관계에서 교수는 굉장한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학문과 노동의 불분명한 경계는 많은 대학원생들이 초과노동을 하고 있지만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합니다. 연구 조교라는 이유로 교수의 사적인 업무를 처리해야 하며, 사생활과 업무의 구분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교수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하여 침묵해야 했습니다. 학위와 취직을 위한 여러 권리들이 모두 교수에게 독점적으로 부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학위논문심사권도, 조교 임명권도, 각종 장학금 지금 권한과 행정권한도 모두 교수에게 있습니다. 교수의 독점적인 권한과 대학원생의 불안정한 지위는 교수 – 학생 권력 관계를 더욱 강화합니다. 특히나 여성 대학원생들은 연구, 노동권 침해와 함께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에 노출되어있습니다. 교수들은 일말의 죄책감 없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제 교수의 권력을 만드는 그 모든 연결고리를 끊어내야 합니다.

 H교수, A교수 사건을 겪으면서 서울대의 비민주적인 징계 결정 구조가 드러났습니다. 이에 학생들은 학생의 의견이 반영되는, 민주적인 징계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교원징계위원회는 교수, 이사, 외부 전문가들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학생들의 관점을 전혀 반영할 수 없습니다. 같은 위치에 있는 서로의 처지를 공감하며 솜방망이 처벌만을 내릴 뿐입니다. 교수와 학생의 관계가 얼마나 비대칭적이었는지, 교수는 어떤 성폭력을 지속적으로 저질렀는지, 이러한 권력형 성폭력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학생입니다.

 징계위워회 학생 참여는 대학이 더 이상 가해 교수를 비호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권리를 가장 먼저 보장하라는 요구이기도 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공간 분리는 피해자의 일상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피해를 호소한 학생이 B교수와의 분리를 학장단에게 요청했으나 학장단은 이를 무시하였습니다. 교수 집단은 권력형 성폭력을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며 2차 가해를 저질렀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계속된다면 누가 용기를 내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고통을 피해자 혼자 스스로 감당하라고 대학이 책임을 방관해버리는 것입니다.

 B교수에게 말합니다. 우리는 당신을 서울대학교 학문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점을 인지하고 반성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십시오. 오세정 총장과 징계위원회에 요구합니다. 더 이상의 권력형 성폭력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B교수를 포함한 서울대 내 모든 성폭력 가해 교수를 파면하십시오. 징계가 결정되는 절차에서라도 평등한 대학을 위하여 징계위원회 학생 참여와 피해자 권리 보호를 보장하십시오. 대학 본부와 교육부에 말합니다. 교수의 권력을 만드는 그 모든 연결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십시오. 권력형 성폭력을 고발하는 대학원생들의 외침에, 평등한 대학을 만들기 위한 학생들의 외침에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도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