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없이는 서울대병원도 없습니다

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를 지지합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장기간 투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국립대병원은 비정규직은 정부가 2017년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의 1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이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들의 정규직 전환율은 사실상 0%입니다. 2018년까지 전환을 완료하라는 정부의 지침이 있었지만 국립대병원은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계속 연장하며 정규직 전환을 뒤로 미루고 있고, 서울대병원은 실질적인 고용조건 개선이 없는 자회사 전환을 답변으로 내놓았습니다. 당장 6월 말이면 계약이 만료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병원 앞 천막농성, 청와대 앞 농성 등 다양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대병원에는 청소, 시설관리, 식당, 경비, 주차 등의 업무를 하는 16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병원 내 모든 업무는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과 직결되는 상시・지속적 업무이자 생명・안전 업무이기에 이들의 정규직 전환은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에이즈 감염사고, 결핵 감염사고,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고, 밀양세종병원 화재사고,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등의 사례에서 보듯 병원에서 발생하는 감염, 재난 사고가 엄청난 인명피해를 초래한 것을 경험했습니다. 병원은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해 70여개 직종 노동자가 함께 일하는 노동집약적 사업장이며 각 업무가 통합적으로 연속성 있게 관리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통합적이고 연속성 있는 업무는 서울대병원에서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은 빠른 시간 많은 병동을 청소해야 하기에 철저한 위생적 관리와 교육이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청소 매뉴얼에 대한 교육은 전무하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마스크, 위생 비닐 등의 마땅한 보호기구조차 충분히 지급하지 않습니다. 또한 사용한 주사기가 안전장치 없이 쓰레기통에 버려져 청소하는 노동자들이 손에 찔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10명 중 6명의 청소노동자들이 주사바늘에 찔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최근 서울의료원 미화원이 갑자기 폐렴으로 사망한 원인이 병원폐기물 감염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만큼 병원 내 청소노동자들은 병원 내 감염과 안전사고에 취약하지만, 서울대병원은 이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용역업체를 통한 고용방식입니다. 무려 18개 업체에 파견용역으로 고용되어있는 서울대병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매뉴얼도 없이, 안전장구도 없이 높은 노동강도로 병원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은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병원의 위생, 위험 관리를 일원화하고 이들의 노동여건을 개선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인 한, 환자에 대한 질 높은 의료는 제공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다른 국공립대 병원은 ‘서울대병원이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아서 우리도 전환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서울대병원은 국가중앙병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감을 인지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서울대병원 구성원으로 인정하여 하루빨리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것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를 지향하는 서울대병원이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