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교육원 비정규직 한국어강사 선생님들의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학생들과 함께 임금, 복지도 꽃길만 걸으세요
약 이주일 전, 언어교육원 소속 한국어강사 선생님들께서 학교와 무기계약직 전환에 합의하셨습니다.
그동안 선생님들께서 3개월, 6개월 단위 계약직 비정규직으로서 고용 불안에 시달리셨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다행인 일입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지난 해 단체로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리신 뒤 스스로의 권리를 찾고자 열성적으로 행동해 오셨습니다. 이번 승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00일 넘게 진행했던 피켓시위, 4월 한 달 간 매일 학생들과 함께 했던 점심 집회 등 선생님들이 지치지 않고 싸워 오신 결과 이뤄낸 값진 성취입니다. 대학 노동자가 함께 뭉쳐 자신의 권리를 외치고 싸워야 할 필요성, 학생과 노동자가 연대해야 할 이유를 잘 보여주는 소중한 선례가 생겼습니다.
많은 대학들이 앞다투어 외국인 유학생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학교 순위를 높이고자, 등록금 수입을 불리고자 등 그 이유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학들은 제대로 된 국제화 교육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일 년에 만 명 이상을 가르치는 서울대 한국어학당이 그간 모든 강사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해 왔다는 사실은, 여전히 대학이 유학생 유치에만 관심 있을 뿐 그들의 교육을 핵심 업무로, 학교가 제대로 관리해야 할 표준 교육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세계사적 소명을 갖춘 지식공동체’를 자임하는 서울대학교를 떠받치던 언어교육원 선생님들의 노동이 이제라도 인정받게 되어 다행입니다. 한 선생님의 벅찬 소감대로 “드디어 학교 구성원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이 이번 합의의 가장 큰 의의일 것입니다. 육아 휴직을 요청하면 다음 분기는 ‘미계약’(=해고) 처리를 각오해야 하고, 길게는 23년을 3~6개월 단위의 계약직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호봉은 꿈꿀 수도 없었던 선생님들의 걱정이 조금이나마 덜어지셨기를 바랍니다.
무기계약직 전환은 시작입니다. 앞으로 임금과 복지 문제 협의가 남았습니다. 전일제 노동자의 최저임금보다도 낮았던 저임금, 육아휴직 및 4대 보험 미보장 등 선생님들이 그간 감내해 오신 열악한 처우 문제도 해결되어야 합니다. 학교가 결단해야 할 때입니다.
또한 이번 승리는 서울대 안에 ‘기관별 자체직’ 이라는 이름으로 숨어 있는 수많은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 언어교육원 선생님들의 고용을 보장했듯, 총장은 서울대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자들의 업무를 모두 ‘정규 업무’로 인정하고 이들을 서울대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교육 현장인 대학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들의 노동 없이는 대학도 없습니다. 학생과 교수만이 아니라, 대학 노동자도 대학의 구성원으로 당연히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들의 노동은 분명 핵심 업무입니다.
우리는 소중한 승리의 경험을 안고,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를 위해 앞으로도 힘차게 활동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