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퇴진 너머 장애차별 없는 세상 with 전장연 사전집회 및 윤석열 즉각체포 촉구 긴급행동 결합


 안녕하십니까?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에서 활동해온 이재현이라고 합니다. 오늘 저는 윤석열 탄핵 이후의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저희는 그동안 노동자와 학생의 연대로 공동의 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학연대 활동을 이어왔는데요, 장애인 권리와 차별 철폐를 위한 그동안의 투쟁들이 ‘노동’과 결부된 권리들에 어떤 전망을 부여하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동권과 노동권, 탈시설을 위한 장애인 차별 철폐 투쟁 속에서 제게 가장 놀랍게 다가왔던 투쟁은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의 투쟁이었습니다. 생존권을 위협하는 구조조정과 예산 삭감, 이로 인해 강요당한 대량실업에 대항하는 투쟁에 공감함과 함께, “이것도 노동이다”는 구호는 우리가 그동안 이야기해온 ‘노동’의 의미를 새롭게 돌아보도록 해주었습니다. 우리가 우리도 모르는 새 공공일자리에 대해 시혜적인 복지로서만 바라봤던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권리를 만들어나가는 노동에 대한 자부심을 얘기하는 중증장애인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원하는 노동, 우리가 만들어가고 싶은 노동은, 이윤이 아니라 권리를, 파괴가 아니라 돌봄을, 맹목적인 성장이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생산하고 또 재생산하는 노동은 늘 그래왔고, 그렇지 못한 노동의 형태를 더 나은 노동으로 변형하기 위한 투쟁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일터에서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는 관계들을 더 민주적이고 평등하고 또 의미 깊게 변화시키는 투쟁의 맨 앞에,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 전에 장애인 고용에 대해 법적 의무조차 다하지 않고 있는 서울대병원에서 농성하는 장애인 동지들이 폭력적인 침탈을 당한 일을 들었습니다. 종종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에 연대하던 입장에서 정말 충격적으로 보았는데요, 서울대병원에서 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장애인의 노동이 ‘쓸모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공성이 부재하고 민영화와 사유화가 만연한 세계에서, 장애인의 몸은 너무나 쉽게 이윤을 생산할 수 없기에 ‘쓸모없는’ 것으로 규정되었을 것이고, 장애인 고용은 일종의 ‘부담’으로만 생각되었을 것입니다. 대학병원으로서 공공적 역할을 방기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분개스럽지만, 동시에 서울대병원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우리는 장애인 권리를 탄압하고, 노동권을 억압하고, 권리들 사이를 ‘갈라치기’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항해왔고, 그와 동시에 윤석열 이후의 세계를 그려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일하는 이들의 권리가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고민하게 됐고, 노동으로 삶을 얽어가는 존재들의 투쟁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이윤을 생산해야만 ‘정상성’과 '쓸모'를 담보할 수 있다는 자본과 권력에 맞서면서, 다양한 몸과 정체성을 지닌 존재들이 어떠한 노동으로 세계를 엮어가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해왔습니다.

 누군가 죽고 다치지 않는 일터를 제가 생활하는 대학에서부터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건강한 일터는 ‘정상’이라고 규정된 신체만 가치 있는 일터가 아니라고, 대학과 일터에서의 민주주의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공간과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개입할 수 있는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이후 그 길을 우리가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