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마르크스경제학 강의 개설 중단한 서울대는 학문의 다양성을 보장하라!

 올해 2학기에 학부에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과목이 사라졌다. 학부에는 ‘정치경제학입문’, ‘마르크스경제학’, ‘현대마르크스경제학’ 세 개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과목이 있다. 정치경제학입문은 매 학기, 마르크스경제학은 1학기, 현대마르크스경제학은 2학기에 개설해 왔다. 그러나, 경제학부는 현대마르크스경제학은 지난해부터 개설하지 않았고, 올해 1학기에 마르크스경제학도 개설하지 않았다. 학부 유일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였던 고 김수행 교수 퇴임 후 후임을 채용하지 않았고, 강성윤 강사 한 명이 세 과목을 모두 가르치고 있다. 강성윤 강사는 ‘경제학부 학사위원회가 교과과정 운영과 강의 수요・공급 상황으로 인해 정치경제학입문과 마르크스경제학의 개설 기회를 대폭 축소하고 계절학기 개설을 불허했으며, 현대마르크스경제학은 더 이상 개설하지 않음’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발전 시기에 자본가들이 이윤추구를 위해 노동자를 장시간 노동, 저임금으로 착취했던 산업혁명의 배경에서 자본의 형성과 임금노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경제이론을 발전시켰다. 주류경제학자들에 의해 ‘낡은’ 것으로 취급되는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의 문제인 여성 억압, 다국적 기업의 약소국 착취, 인플레이션, 계층 간 심해져 가는 양극화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설사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 현재에 대한 설명력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이를 공부함으로써 논쟁을 펼쳐왔던 주류경제학의 발전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학사위원회는 수요가 줄어 개설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마르크스경제학을 위한 수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고 김수행 교수 퇴임 전 경제학부 인사기획위원회는 신임 교수의 채용 분야를 ‘경제학 일반’으로 발표했었다. 결정 배경은 일정 인원 이상을 비경제학부 출신 또는 타교 출신으로 채워야 하는데 마르크스경제학으로 채용 분야를 한정한다면 실력 있는 교수를 뽑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대는 ‘경제학 일반’ 채용 분야를 이용해 인적 구성의 절대다수를 주류경제학 교수로 만들었고, 이러한 상황인 경제학부에서 교수 채용을 심사하는데 비주류경제학 교수가 채용되기는 어렵다. 이번에 강연을 온 세계적인 제도주의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도 서울대에서 임용에 실패했다. 고 김수행 교수 퇴임 이후 학생들이 마르크스경제학 교수 채용 촉구 운동을 벌였지만 결국 서울대는 임용하지 않아 학문의 재생산 고리가 끊어졌다. 학부생-대학원생-교수로 이어지는 학술 생태계에서 교수를 임용하지 않으면 그 학문에 대한 수요는 자연히 감소할 것이다. 더군다나 복잡하게 얽힌 현대사회와 문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경제철학 연계전공이 존재함에도,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폐강한다는 것이 과연 대학 교육의 본분을 다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마르크스경제학뿐만 아니라 서울대에서 학문의 다양성은 계속 위협받고 있다. 서울대 법인화로 인해 1년마다 대학 운영 성과를 평가받고, 계속 구체적 성과를 내어야 하는 상황에서 기초학문 보호는 어렵다. 그리고 산학협력으로 인한 재정 확충 필요성과 기업 관련 인사들로 채워진 이사회의 인적 구성은 자본에 불리한 학문을 육성하기 어렵게 만든다. 특히나 시장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논의되고 있는 학부 대학도 자유로운 전공선택으로 인하여 산업계이든 학계이든 취업에 유리하고 자본이 몰리는 학과로 학생들이 쏠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학문의 다양성이 위협받는다면 협소한 지식으로 인해 서울대가 말하는 ‘사회적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다양한 가치에 대해 토론’하지 못해 ‘전인류적 난제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

 우리는 서울대에서 개설 중단된 마르크스경제학과 같이 자본에 소외된 학문을 지키고자 함께할 것이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서울대분회 준비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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