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저널』 인터뷰: 학내 노동 동향 (2024년 9월)


최근 어떤 활동을 했는가.

 올해 여름엔 2019년 공과대학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5주기, 2021년 관악학생생활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3주기가 돌아왔다. 방학 동안 추모와 재발 방지의 마음을 다시 환기하고자 학생들이 시설관리직 노동자와의 마주침과 만남을 담아 제작했던 단편영화 《교대》(2021) 등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 소모임을 진행했다. 우리를 둘러싼 대학 공간을 영상을 통해 낯설게 보고, 비가시화된 노동에 대한 대학 공동체의 책임을 이야기하고, 우리를 둘러싼 공간 속에서 학생과 노동자가 어떻게 관계 맺을 수 있을지 고민을 나눴다.

 아울러 올해 여름에는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도 참여해온 ‘2024 청년학생 노학연대 기획단’에서 서울 지역 대학 시설관리 노동자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단과 함께 중앙도서관, 법학전문대학원, 박물관, 음악대학・미술대학 등의 청소 및 경비노동자들을 직접 찾아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경비노동자 인력 감축, 휴게공간 실태, 일상적인 차별, 높은 노동강도로 인한 고충이나 눈치 보지 않고 휴식할 권리의 미보장 등의 문제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향후 여러 대학의 조사 내용을 종합해 포괄적인 연구 역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2학기에 계획 중인 활동이 있나.

 올해 2학기에는 시설관리직 노동자와 학생들이 탁구와 같은 스포츠를 함께하는 ‘호호체육관’ 사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노동자와 학생 간, 그리고 여러 기관의 노동자들 간 마주침을 확장하고, 누구나 생활체육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인 스포츠권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볼 수 있는 사업으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방학 동안에 진행된 시설관리직 노동조건 조사의 경험을 살려 경비노동자 인력 감축 실태나 2019・2021년 파업 이후 개선된 생활협동조합(생협) 노동자 휴게공간에 대한 심화 조사도 구상해 보고자 한다. 또한 지난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들을 돌아보며 누군가 일하다 죽지 않는 대학을 일상에서 고민하며 문집 ‘서울대에서 노동 찾기’를 구성해보고자 한다.

 한편 지난 학기에 생협 노동자들의 인력 충원 요구 과정에서 ‘먹거리’를 둘러싸고 우리가 어떻게 서로 의존하고 있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먹거리 운동 주체들과 함께 생협 노동자와 학생이 함께하는 ‘밥상회’를 진행했다. ‘식탁을 돌보는 이의 식탁’을 주제로 더 나은 식사, 그리고 더 나은 상호 돌봄의 관계에 대해 밥상회에서 오간 이야기들을 먹거리운동 주체들과 함께 전시로 재구성해보고자 한다. 꾸준히 생협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지난 학기 공개간담회를 통해 자세히 알아본 언어교육원 한국어교원 노동자들의 현안도 살펴보며 연대하고자 한다.

학내 노동 관련 사안 중 학생들의 관심이 특히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이 있나.

 그동안 꾸준히 목소리 낸 생협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대학의 책임과 직영화 요구, 기관별 자체직원 노동자들의 차별적 고용구조 문제와 총장발령 정규직으로의 일원화 요구, 그리고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의 노동안전 확보 요구와 더불어, SPC그룹과 서울대의 관계 문제를 다시 환기하고자 한다. SPC그룹 허영인 회장이 현재 구속 상태로 노동조합 파괴 건에 대한 재판을 받고 있다. SPC그룹 제빵 공장에서 발생해온 사망 사건들은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통해 자신의 일터를 둘러싼 조건에 문제를 제기할 수 없도록 지속해온 강요와 무관하지 않다. 노동조합 파괴 및 노동자 건강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SPC그룹과 서울대가 계속해서 산학연협력 관계를 맺는 것이 윤리적인지, 허 회장에게 수여된 서울대 발전공로상이 박탈돼야 하는 것은 아닌지, SPC 연구동과 허영인 세미나실은 유지돼야 하는지 다시 질문해야 할 때다. 또한 SPC그룹 매장 학내 입점에 대한 의사결정은 학생과 노동자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대학 민주주의의 소통권 차원에서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비서공은 학내 여러 권리・의제 단위들과 함께 지난 방학 동안 ‘2024 서울대 학생활동가를 위한 진로 TALK’를 진행했다. 학생활동가의 재생산과 진로 전망 접근성 확장을 목적으로 세 차례 행사가 진행됐다. 기후정의운동 활동가 세션에도 많은 학생이 참여해 기후정의에 대한 궁금증과 고민을 나눠줬다. 기후재난의 심각성이 피부에 와닿는 상황에서 어떻게 사회 구성원들이 정의롭게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올해 예정된 ‘907 기후정의행진’에서도 폭염 속 노동자 작업중지권 보장, 탈석탄 과정에서 노동자의 고용과 존엄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 등 기후정의 실현에 노동자의 권리가 어떻게 기입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당사자의 요구가 모일 예정이다. 많은 학생들이 폭염 속 대학 옥외노동자의 안전이나 노동・휴식 환경 보장을 위해 에너지 기본권 개념을 인지하고, 전기차 도입을 어렵게 만드는 학내 셔틀버스 외주화 문제 등을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행동해주면 감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