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기후정의 Die-in 발언문: 노동안전 보장하고 공공교통 강화하는 기후정의 캠퍼스로

안녕하십니까? 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 약칭 비서공에서 공동학생대표를 맡고 있는 이병호라고 합니다. 9・07기후정의행진에 앞서 다이인 행동에 모여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모두 함께 느끼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울대가 탄소 배출 감축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데에 저희도 대학본부도 모두 동의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가 탈탄소 사회를 향한 전환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어떻게’에 대해 얘기하고자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의 수치를 감축하는 것만큼이나 어떻게 감축하는지의 방법이 중요하기에, ‘기후정의’가 오늘날 우리의 화두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공동체 구성원의 권리를 도외시하는 전환의 방법은 그 자체로 ‘기후부정의’일 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민주적 의사결정으로부터 멀어지며 결국 감축이란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2019년 폭염 속에 열악한 휴게공간에서 한 분의 청소노동자를 떠나보낸 이후, 저희는 4주기가 되는 2023년 8월 9일 학교에 함께 모이기로 했었습니다. 그러나 폭우 재해 속에서 서울대는 쑥대밭이 되고 말았기에 4주기 행동을 취소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전날 밤, 우리 학교에서 지척에 있는 관악구 신림동의 한 반지하 방에서 어느 여성노동자와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그 가족이 물에 잠겨 숨졌습니다. 언론에서 참사의 피해자로만 호명되었던 여성노동자는 백화점 면세점 판매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조합을 만들어온 현장 활동가이기도 했습니다. 돌봄 전가를 비롯해 중층적인 압박에 놓였던 여성 서비스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워온 분에게 닥친 재해였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에게 다가오지만, 그 여파는 결코 평등하지 않습니다. 노동으로 구획된 불평등한 경계선을 따라 재난은 더욱 가혹하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서울대의 책임을 묻는 것과 함께, 재난 속에서 누구의 권리가 더욱 침해받고 있는지, 전환 과정에서 누구의 목소리가 비가시화되고 있는지 함께 물어야 합니다. 폭염 속에서 청소노동과 옥외노동, 높은 습도로 가득한 식당에서의 조리노동은 더욱 위험해지고 있습니다. 노동안전과 건강권이 보장되는 일터가 되기 위해 우리가 조리실의 온도와 습도 조절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되물어봅시다. 다른 구성원들이 이용하는 시간대에는 사용하는 냉방기를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시간에만 끄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되돌아봅시다. 노동자의 생명과 존엄을 위해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하면서, 기후재난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권력을 향해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라 외치며 정의로운 전환을 함께 고민해봅시다.
우리가 사회 속에서 권력을 향해 외치는 기후정의의 요구는 대학이라는 현장, 서울대라는 공간 속에서도 실현되어야 합니다. 주된 탄소 배출원인 자가용 이용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대중교통의 접근성을 넓히기 위해 공공성의 확충이 요구되고 있는 지금입니다. 전세버스 용역업체로 외주화된 채 서울대를 달리고 있는 셔틀버스가 공공교통의 상에 부합하는지 고민해봅시다. 자가용 이용을 늘릴 주차장 확충이 아니라, 저상버스와 전기버스 도입을 위해 대학이 자원을 투여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셔틀버스의 원활한 운영과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대학이 직접 셔틀버스를 직영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가 자리한 공간이 기후부정의가 아니라 기후정의의 현장이 될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행동합시다. 기후위기의 해결이 그저 전문가만의 역할이 아니라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하는 민주적 과정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무력감을 넘어섭시다. 감사합니다.
